김진두, 당뇨와의 질긴 싸움에서 벗어나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여행, 저축, 공부 등 계획을 세운다. 삶의 ‘변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인터뷰 주인공인 김진두 씨는 3년 전, 수십 년 동안 앓던 병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 운동법과 식이요법 등의 비결을 묻는데, 그의 대답은 늘 이렇게 시작된단다. “여러분에게 특별한 의지와 각오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음을 조금만 열고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수수께끼 같은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그가 당뇨 판정을 받은 건, 37살이 되던 해였다. 약 복용은 물론이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도 찾아 먹었다. 식단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처음에는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증상이 나빠졌다. 언제 다시 괜찮아질지 기약도 없었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먹어야 할 약이 늘어났다. 언젠가부터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고, 얼마 뒤에는 인슐린 펌프 치료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오랜 세월 이어진 당뇨와의 싸움 앞에 심신이 지쳐갔다. 지겹고 지난한 세월이었다. 협심증, 망막증, 신부전증, 감각 장애 등 합병증이 나타났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다가올 죽음을 생각해야 했다.

그 당시에 심경은 잊으실 수가 없으시겠지요. 

벼랑 끝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건강은 다 망가졌고, 제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돈을 벌려고 아프리카, 중국으로 진출했다가, 모든 걸 잃은 채 한국으로 돌아온 때였거든요. 예순두 살 아버지가 아들네 작은 지하 방에 얹혀사는데, 착잡했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화장실도 혼자 다녀오지 못하겠더라고요. 갚아야 할 빚은 쌓여 있는데, 몸은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었죠. 

특히, 가족들 얼굴 보는 게 힘들었어요. 어머니를 뵐 때면, ‘평생 큰아들에게 헌신하며 살아오신 분인데 왜 나는 이런 아픔을 드리나?’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죠. 고생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요. 그때 참 괴로웠는데, 지금처럼 걷고 뛰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왔다는 게 새삼 꿈같습니다.

죽을 것 같았다던 분이 지금은 활짝 웃고 계시네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사업에 실패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몸도 아프지만, 하루하루가 괴로웠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빚을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 실패했다는 괴로움, 내가 이렇게 처참하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 한순간도 마음이 쉬질 못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제는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구나.’하고 한계를 느꼈어요.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힘이 빠졌을 때 느껴지는 뭔가가 있더군요. 

저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얻고, 채우려는 데에만 열중한 채 살아왔어요. 사업을 할수록 욕망이나 욕구는 점점 커졌습니다. 돌아보니, 과한 욕심이 저를 망가트리고 가족들을 아프게 했더군요. 그런데 단 한 번도 그 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스스로 괜찮게 살고 있다고 믿은 거죠. 그런데도 못난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셨던 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도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아내와 함께 교회도 다녔지만, 목사님께서 저희를 위해 전해주시는 말씀도 마음에 잘 들어오질 않았어요. 그런데 저 혼자 발버둥치려던 것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목사님께서 제게 매일 전해주셨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실패를 탓하지 않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돕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막다른 길이라 여겼던 제 삶에 생각지 못한 길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길이 열리기 시작했는지요. 

병세가 심하지 않았을 때, 대체의학으로 만성질환을 치료하시는 박사님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어요. 유명한 외과 의사였는데, 자연치유를 연구하시는 분이었죠. 그때는 약도 꾸준히 먹고 있고, 제 나름 건강 관리도 하고 있었기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약도 주사도 어떤 방법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문득 그분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쩌면, 그 치료법이 나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심정으로 유튜브에서 박사님의 강연을 찾아서 들었어요. 듣다 보니, 제 머릿속을 울리는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당뇨‧고혈압 하면 평생 약을 써야 하는 병이라 여기고, 나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 가지 모두 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알리는 정상적인 신호입니다. 

그 병의 근원을 알고 고치면 나을 수 있습니다.” 처음 들어본 말이었어요. ‘25년간 나를 괴롭게 했던 병, 지치도록 싸웠던 당뇨가 병이 아니라고?’ 박사님 말이 하루 종일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쓴 책, 강연을 하나둘 보고 듣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제가 썼던 방법이 모두 소용이 없었잖아요. ‘이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박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직접 전라도 광주로 찾아갔어요. 제 사정을 들은 박사님께서 병의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당뇨의 근원은 스트레스, 과로, 과식 등으로 인한 피의 오염이며, 삶을 ‘기본’으로 돌리면, 즉 자연과 가까워지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병증만 제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근본을 치유하는 치료법이었지요. 먼저, 피를 맑게 하는 방법으로 생채식 요법, 호흡법, 햇볕을 쬐며 맨발로 땅을 걷는 것 등을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강조하신 것이 ‘이 병에서 나을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었어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네. 수십 년 동안 당뇨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특히 그때는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치료법을 찾지 못해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박사님께서 생채식이나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 병이 반드시 낫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르다고 하셨어요. 마음이 먼저 살아 힘을 얻어야, 몸도 건강해질 수 있는 거죠. 

그 말을 듣는데 ‘정말 그렇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다 나았다.’라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생채식도 함께 시작했고요. 진짜 제가 병에서 다 나았다고 믿으니,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렇게 3개월을 살았는데 실제로 건강이 좋아졌어요. 

혈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뜻인가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생채소즙과 생곡식 가루 등을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사흘이 되던 날 몸이 가벼워진 걸 느꼈지요. 열흘 후에 혈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3개월 후, 대학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을 때는 약이나 주사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몸이 회복되어 있었어요. 그 많던 합병증도 사라졌고요. 검사 결과를 보곤 저도, 주치의 선생님도 정말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가족들이 무척 기뻐했어요. 예전에 제가 산을 오르는 걸 참 좋아했는데 당뇨가 심해지면서, ‘이제 다시는 등산도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높이가 800m가 넘는 대둔산을 지금은 가뿐하게 오를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혈당수치가 정상을 되찾은 후 3년이 흘렀습니다.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나요?

박사님과 종종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요즘은 생채식과 일반식을 적절히 병행하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 생채식을 시작할 때는 여러 규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만드는 것도, 또 그걸 매번 먹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니 또 그 만의 매력이 있더군요(웃음). 돌아보면 과거 제 식습관이 아주 나빴어요. 혼자서 삼겹살 5인분을 먹을 정도로, 과하게 먹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과식을 하거나, 인스턴트 식품,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몸이 먼저 거부 반응을 합니다. 

또한, 식습관을 바꾸는 것처럼,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다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건강이 회복된 후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을 때, 전 박사님께서 ‘내가 돈을 벌면 우리 가정 형편도 좋아지지만, 그 돈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 마음가짐으로 용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이 꾸준히 잘 풀렸고, 아늑한 집도 마련하게 되었어요. 또,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물질과 시간을 드리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제 삶 속에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즐거운 일들이 생기고 있어요. 

새해 바람이 있다면요?

우선,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하하). 그리고 종종 당뇨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연락이 와서 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요. 올해도 많은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오랜 날 제 것만 주장하며 살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마음을 조금 열었을 때, 좋은 스승님을 만났고,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누구든 제가 경험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도 올 한 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가 읽고 또 읽었다는 전홍준 박사의 책을 보여주었다. 이곳저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중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도토리나 콩을 햇볕, 흙, 신선한 공기가 없는 어두운 벽장 안에 가두어두면 부패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꺼내 흙에 심고 햇볕을 쬐면 생기가 들어와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 꽃과 열매를 맺게 됩니다. 사람의 생명도 이와 똑같습니다.” 

김진두 씨의 삶이 꼭 그 글귀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몸과 마음이 그렇게 변화된 것이다.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열려 그 틈 사이로 볕이 들고, 신선한 바람이 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속에 자라는 푸른 싹도 보이는 듯했다. 언젠가 그곳에 꽃이 피고, 열매도 맺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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