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 신학대학 총장 필립 머코맥 박사 Rev Prof Philip McCormack Principal

영국은 전 세계 교회 역사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 문화와 유산을 가진 나라로, 기독교 역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부터 개혁의 여명을 밝혔고 종교개혁 이후에는 영적 대각성운동과 세계 선교를 주도했다. 기독교를 알리는 일에 앞장선 영국 교회 덕분에 우리나라도 기독교 도입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영국의 성서공회가 1895년에 당시 조선 한성부 지부를 열었는데, 이곳을 통해 성경이 번역, 출판되었고 대중적인 보급도 가능해졌다. 

각 나라의 기독교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영국 교회가 오늘날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지난 30년 동안 1만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고 이런 속도로 간다면 2050년 경에는 영국의 교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사가 일간지《가디언》에 나온다. 하지만 복음주의 교회를 중심으로 약간씩 회복 추세가 이뤄지고 있고, 영국의 10대들이 교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반가운 뉴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영국 스펄전 신학대학 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학교는 유명한 복음 전도자 찰스 스펄전이 1874년에 건립해, 현재 영국 침례교 목회자의 50%를 양성해내고 있고 35개국에서 졸업생들이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필립 머코맥 총장은 우리나라 기독교 현황을 살피는 일환으로, 굿뉴스미션에서 개최한 바이블 세미나와 세계기독교지도자포럼에 참석해 여러 나라에서 온 리더들과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 총장으로서, 그가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영국산 홍차를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투머로우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가장 즐겨 읽는 마인드 매거진입니다. 총장님의 청소년 시절부터 듣고 싶습니다. 

전교 1등에 럭비도 잘하고…. 그런 학생을 상상하시면 곤란합니다.(웃음) 저는 정치적, 종교적 분쟁이 오래 이어져온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 아래 우리 2남 2녀는 아주 소박하고 아주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집을 나가면 도로에 총을 겨눈 군인들이 있었고, 슈퍼마켓 입구엔 검색대가 있었지만, 소년기의 따뜻한 추억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고, 졸업 후 배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17살 때였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군대에 입대했어요. 낮에는 조선소에서 일하고 밤에는 벨파스트 도시를 순찰하며 21살까지 파트타임 군인으로 복무했습니다. 저는 24살에 결혼했고 안정된 직장,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아들까지… 더 바랄 게 없었는데, 하나님이 저를 부르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런 하나님을 섬기고 싶었습니다. 아내도 하나님의 소명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뒤늦게 아일랜드 침례대학과 퀸즈 벨파스트 대학에 입학해 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런던 사우스 노우드 힐에위치한 스펄전 신학대학 Spurgeon's College은 영국의 침례교 목사들을 양성해내는 대표적인 교육 기관이다. 영국의 신학대학 중에 최초로 박사 학위를 독립적으로 수여할 수 있는 대학이 되었다. https://www.spurgeons.ac.uk
런던 사우스 노우드 힐에위치한 스펄전 신학대학 Spurgeon's College은 영국의 침례교 목사들을 양성해내는 대표적인 교육 기관이다. 영국의 신학대학 중에 최초로 박사 학위를 독립적으로 수여할 수 있는 대학이 되었다. https://www.spurgeons.ac.uk

목사가 되어 군목으로도 활동하셨죠? 아프가니스탄에도 참전하셨던데요.

목사 안수 후 4년간 목회를 했고, 1997년 육군 군목軍牧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새벽에 보초병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그들에게 군대는 인생의 일부이고 전쟁의 상처가 삶의 블랙홀이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집에 돌아가 아들, 남편, 아빠 역할을 해내도록, 한 사람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지켜지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한번은 탈레반 공격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곧 공격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저는 최전방 군인들을 찾아갔습니다. 저도 군인으로 있었기에 이 순간의 긴장을 압니다. 무장한 채로 몸을 떨고 있는 어린 군인 옆에 저는 아무런 무기 없이 맨손으로 서서 말했습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네 옆에 있는 나는 하나님의 종이고,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여기에 함께 계셔.” 그 말을 듣고 군인의 두 눈에서 두려움이 걷히는 걸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진리를 군대에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종파가 다른 군목 12명으로 구성된 팀을 잘 이끌었다고 저는 MBE(Member of British Empire)라는 공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군목 시스템을 연구, 개발해 영국 육군의 윤리 분야에서 학술 리더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1. 졸업식 때 동료 교수와 함께한 모습. 2. 설립자 찰스 스펄전의 정신이 담긴 학교 엠블렘. 십자가를 잡고 사는 삶과 십자가에 잡힌 소명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1. 졸업식 때 동료 교수와 함께한 모습. 2. 설립자 찰스 스펄전의 정신이 담긴 학교 엠블렘. 십자가를 잡고 사는 삶과 십자가에 잡힌 소명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지금은 대학 총장으로 계십니다. 교육자로서, 현재 영국 청소년들이 가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떤 분의 글을 읽어드릴게요. “오늘날처럼 이렇게 연약한 청소년들을 바라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는 것 같다. 지금 청소년들은 말할 수 없이 제멋대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고 어른들을 존중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존중이 뭔지 모른다. 절제할 줄도 모르고 성격도 급하다.” 

공감하시나요? 혹시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아세요? 기원 전 8세기 그리스 철학자 헤시오도스입니다. 이미 2800년 전의 청소년들도 어른들에게 무례하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죠. 요즘 청소년들은 제가 겪어보지 않은 또 다른 어려움, 즉 역사적으로 아주 큰 압박감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SNS를 통해 살아가고 있으며 여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길이 없다는 겁니다. 남들에게 완벽한 삶을 보이려고 완벽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사진을 올리고 난 자신의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마지막으로 보고 잠들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침을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야단하지 마세요. 그들이 우리 세대와 다른 새로운 기회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가족과 교육자로서 제 역할은 청소년들과 함께 이 여정을 걸어주는 겁니다.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서요.

1. 방문 기간 중 개최된 세계기독교지도자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필립 머코맥 총장. 2. 굿뉴스미션을 설립한 박옥수 목사를 만나 세계 선교와 목회자 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박도훈 객원기자
1. 방문 기간 중 개최된 세계기독교지도자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필립 머코맥 총장. 2. 굿뉴스미션을 설립한 박옥수 목사를 만나 세계 선교와 목회자 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박도훈 객원기자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인간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삶에 영적인 부분이 결핍되어 있으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를 느낍니다. 무신론자들은 논리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면 ‘판타지’라고 하며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헛점이 많죠. 한 예로, 엄마가 자기 배에서 태어난 아기를 처음 보았을 때, 아버지가 아이의 웃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그 얼굴에는 수학 공식이나 논리가 아닌 행복의 요소들이 확실히 있습니다. 물질을 넘어선 세계니까요. 무신론자들은 이 행복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데 열심인데,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자꾸 잊어버립니다. 이것은 자기집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한국 방문이 처음이신데,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펜데믹 때 박옥수 목사님과 온라인으로 만나 대담을 했습니다. 목사님이 설립한 굿뉴스미션에 대해 현장에서 더 알고 싶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교육자로서,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부분에 커리큘럼이나 수업방식 등 서로 교류할 부분이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정 중에 박옥수 목사님의 바이블 세미나에 참석해 열정이 넘치는 그리스도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에서 여러 행사들을 하셨는데, 이런 활동에 저도 서포트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한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영국은 문화나 언어가 전혀 다른데도 정성껏 해주시는 걸 느낍니다. 진심으로 대해 주셔서 큰 감동을 받고 있어요. 저희 부부가 행복한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돌아갈 겁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영국에서 대학생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똑같이 해드리고 싶네요. 대학교에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부탁드립니다. 이때가 여러분 인생의 기반을 다지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삶 자체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영어에서 ‘현재’와 ‘선물’은 프레젠트Present라는 같은 단어를 씁니다. 선물 같은 현재를 매일매일 감사히, 기쁘게 즐기십시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총장 부부에게 더없이 따스하고 행복한 추억을 선사해준 홈스테이.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인데, 마치 영국 가정에 한국인들이 초대된 듯하다. 영국 스타일로 꾸며준 집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아내 카렌이 더 고마워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총장 부부에게 더없이 따스하고 행복한 추억을 선사해준 홈스테이.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인데, 마치 영국 가정에 한국인들이 초대된 듯하다. 영국 스타일로 꾸며준 집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아내 카렌이 더 고마워했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청소년 실태 연구 결과를 이미지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처음 보는 땅을 지도 없이 걷는 그런 이미지였다. 이 연구 결과는 어른들이 함께 이 지도를 그려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기성세대는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면서도, 심각한 환경이 왜 생겼는지에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거친 광야를 아무런 정보 없이 걷고 있는 그들에게 어른들은 나침반 역할을 하며 함께 미래의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 필립 머코맥 총장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세상의 날카로움도 조금씩 둥글게 바뀌겠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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