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3>

2022년 11월 15일을 기준으로 교보문고 월간 베스트 1위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이다. 서점에 이 책이 나왔다는 건,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자, 지난 트렌드를 정리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할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매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정리하고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3>를 통해 다가올 2023년을 전망해보자.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리는 계묘년癸卯年이다. 토끼는 작은 체구에 강해 보이는 곳이라곤 전혀 없는 것 같지만, 영리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통한다. 구토설화인 ‘수궁가’를 떠올려보면, 용왕을 살리기 위해 토끼의 간을 가지러온 별주부 자라는 토끼의 기지에 넘어가 결국 헛수고만 하고 만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오는 ‘교토삼굴狡兔三窟’은 꾀 있는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는 뜻으로, 토끼가 얼마나 계획적이고 영특한 동물인지를 말해준다.

토끼의 해인 2023년 경제전망은 어떨까? 3년 간의 코로나 팬데믹이 여전히 존재한 채, 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물가가 급등하면서 1980년대 이후 30년 만의 미국소비자물가지수는 최고 수준을 보이고, 금리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는 2023년 1~2분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경기에 영향을 받아 3~4분기엔 침체될 것이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도 현재 진행중이다.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출 금지가 계속될 경우에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여러모로 위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에는 어느 때보다 토끼의 지혜가 필요하다. 큰 귀로 주변의 소리를 잘 듣고, 보면서 뛰어오를 준비를 해야하는 해이다.

움츠렸다 뛰어야 더 높이 올라간다 RABBIT JUMP

앞서 말한 사회적, 경제적 배경과 불황기의 소비 패턴을 과거와 비교해보고, 소비의 전형성이 사지는 시대의 흐름을 분석해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열 가지 소비트렌드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 키워드인 ‘평균 실종’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R edistribution of the Average 평균 실종

‘평균 실종’이란 말이 무슨 뜻일까?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각 사회 분야에서 양극화와 단극화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역시 마찬가지다. 더 이상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이 통하지 않고 차별화, 다양성, 탁월함을 내보일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안전한 ‘보통’의 삶이 통하지 않는 지금 평균을 뛰어넘을 남다름이 필요하다. 

A 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오피스 빅뱅

일을 둘러싼 변화가 매우 폭발적이란 의미에서 ‘오피스 빅뱅’이라 표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최소한의 일만 하고, 혹은 인재가 떠나가면서 조직문화가 변하고 있다. 출퇴근과 워라밸,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뒤섞이는 가운데 과거의 직장문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달라지는 일터에서 조직은 조직대로 변하고, 개인은 개인대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B orn Picky, Cherry-sumers 체리슈머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한다면,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말한다. 무지출과 조각, 반반, 공동구매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은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고자 하는 진일보한 합리적 소비자들이다.

B 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인덱스 관계

요즘 인간관계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이다. 소통의 매체가 달라지고 관계의 본질도 달라지며, 단순히 친하다, 안친하다를 나누기 보다 관계의 종류에 따라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하며 관계를 재정의한다. 목적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된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더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I 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뉴디맨드 전략

없는 게 없는 세상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아서 새로운 수요를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품이 과잉이고 경기가 나쁘다고 해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에 소비자가 지갑을 연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상품, 지금껏 써 왔지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 결제 방식이 유연한 상품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뉴디맨드’ 전략이 필요하다.

T 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디깅모멘텀

파고,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 행복한 ‘과몰입’을 즐기는 사람들, 디깅러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자신의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은 과거 오타쿠와 달리 현실도피적이지 않으며 덕후와 팬슈머보다 더 진일보한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다같이, Let’s dig in!

J umbly Alpha Generation 알파세대가 온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진짜 신세대, 알파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닌 ‘알렉사’였다는 이들은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시작이다. 100퍼센트 디지털 원주민이자 벌써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알파세대들은 코로나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이며, 디지털 격차로 양극화가 더 심각한 세대이다. 그들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이다. 이 어린 세대에게 사회 전체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U 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선제적 대응기술

‘지금 기분에 맞는 노래는 뭐가 있을까?’, ‘실내가 좀 어두운데 밝으면 좋겠어.’, ‘냉장고에 남은 우유가 있던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 모든 순간에,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주는 기술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선제적 대응기술’이다.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누가 먼저 이 기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M agic of Real Spaces 공간력

멋지다고 소문이 난 공간은 어디에 있든 늘 사람들로 붐빈다. 실제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공간을 이길 수 없다.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 부르고자 한다. 소매의 종말이 언급되는 시기지만,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은 리테일(소매)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P 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네버랜드 신드롬

요즘 어른 되기를 한껏 늦추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어린 아이로 영원히 살아가는 곳, 이른바 ‘네버랜드’의 피터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애주기가 화되고, 사회적 나이가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네버랜드 신드롬은 사회 전체가 유아화되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청춘의 열정과 어른의 지혜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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