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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앞선 세대의 열매,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조제프 마또부, 모잠비크 상또마시대학교 총장
조현주 기자 | 승인 2022.08.01 15:32

지난 7월 6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제8회 세계대학총장포럼이 열렸다. 총 41명의 대학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7개국의 12명 총장들이 연사로 나왔다. 그중 한 연설이 기자의 귀에 꽂혔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팬데믹 이후의 삶에는 ‘초기화’가 필요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인드의 초기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마인드교육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리더도 이 교육을 받아 새로운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삶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모든 분야의 관심사이다. 모잠비크에서 참석한 조제프 마또부 총장 역시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고민했고, 그가 내린 결론은 위와 같았다. 그가 강조한 마인드의 초기화는 무엇일까? 포럼이 끝난 뒤, 상또마시대학교의 조제프 마또부 총장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조제프 마또부 Joseph Matovo
우간다에서 태어났고, 모잠비크 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학부 과정을 마쳤다. 다시 캐나다로 떠나 세인트폴 대학교와 오타와 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잠비크 상또마시 대학교 설립 위원회 위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총장으로 있다.

‘총장포럼’에서 발표하신 내용이 인상깊었습니다. 강단에 서기까지 고민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린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한 대학의 교육자로서 코로나 이후에 청소년들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번 총장포럼의 주제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었기에, 팬데믹 이후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교육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마인드교육의 도입이었고, 이 교육은 학생들에 앞서 교육자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네 가지의 단계를 거쳤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반응’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이 상황을 인지하고, 두 번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대안의 ‘적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새롭게 적용한 대안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적용한 대안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지요. 코로나 전처럼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적용할지 말입니다. 전 그 부분을 두고 과거의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로나로 새롭게 생긴 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요. 교육 시스템, 교육 방식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수업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그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문제를 돌파하고 나아가는 힘을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마인드교육입니다.

그렇다면 총장님께서 생각한 새로운 방안이 마인드교육이고, 새로운 교육을 받기 전에 마인드 초기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다른 것보다 ‘마인드의 초기화’가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학생보다 교육자가 먼저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식은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리더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먼저 배워야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고, 학생들도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자들은 어떻게 가르칠지만 고민하는 듯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마인드교육은 지금까지 알던 교육과는 다르기 때문에,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으니까요.

잔을 비워야 물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인데요. 교육자 분들의 역할이 크겠네요. 

당연히 그렇지요. 왜냐하면 우리 청년들은 앞선 세대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하는 행동과 사회를 향한 태도는 모두 앞세대인 우리들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바뀌지 않고 청소년들만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절대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야말로,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청소년들을 이끌 수 있고,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번 총장포럼에서 연사로 발표를 하고 있는 조제프 마또부 총장. 3년 전에 마인드교육을 도입하고 시행했으며, 변화된 청소년들을 목격했다. 미래 교육 방안이 마인드교육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왼쪽)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대학 설립자 ‘알렉산드르 호세 마리아 도스 산토스’ 추기경. 그는 모잠비크의 발전,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에 자국 내에서도 존경받는 인물로 통한다. (오른쪽)

총장님께서도 앞선 세대의 열매시겠네요. 지금의 총장님을 만든 ‘어른’이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어른은 ‘어머니’이십니다. 저의 아버지는 돈을 버시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평일엔 항상 어머니와 함께 지냈죠. 어머니는 제가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게 하셨습니다. 책을 사서 읽을 형편은 안 됐지만, 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게 했고, ‘왜 배워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어요. 제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신 분입니다. 어머니의 투철한 교육관 덕분에 배우고 익히려는 태도를 가졌으니, 아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두 번째 어른은 ‘책’입니다. 책은 사람이 아닙니다만, 책에는 본받을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링컨 등 세계를 이끌어간 리더들의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저도 그분들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삶을 변화시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책이 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제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학교를 세운 ‘설립자’입니다. 이분께서 대학을 설립하고자 계획하고 있을 때만 해도 학교를 세울 자금이 없었습니다. 대학을 설립해야 하는 목적만 분명히 있었습니다. 설립자께선 자기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갔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학교를 세우기엔 자금이 부족하다.”, “설립자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괜찮다. 상관없다. 만들어보자.” 하며 설립자께서는 학교설립을 멈추지 않고 계속 추진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 머리에 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할 수 있는 조건보다 ‘뜻’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과 그냥 쉽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수많은 리더가 난관에 봉착합니다. 그 과정을 피하지 않고 겪으면서 강인한 정신력을 만들고 키웠습니다. 어려움을 겪지 않은 리더들이 없더군요. 만약 힘든 일이 찾아올 때 ‘아, 이제 내 차례구나. 이 끝에는 내가 얻는 게 있겠구나. 그리고 이 어려움도 끝이 있다.’라고 생각해보십시오.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총장님에겐 어떤 어려움이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시대마다 달랐는데요. 어렸을 때는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던 학교를 걸어 다닌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나이에 겪을 수 있었던 어려움이죠. 신발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학교를 못 갈 이유는 되지 않았죠. 때론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저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그날 다시 학교로 보냈습니다. 하루라도 학교를 결석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이뤄지지 않을 꿈을 꾸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고, 공부도 더 하고 싶은데…. 상황에 좌절하고, 때로는 제 능력이 못 따라갈 때 많이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그때 기억이 상세히 떠오르지 않지만 힘들어했던 것은 맞아요.

그리고 성인이 된 후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는 현재 모잠비크에서 대학 총장으로 있습니다만, 사실은 국적은 우간다입니다. 우간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에 모잠비크로 유학을 왔습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학교 설립자분을 고등학생 때 뵙고, 그분을 따라 모잠비크로 왔습니다.

가족을 떠나 다른 나라에 와서 산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아프리카 대륙이지만, 전혀 다른 나라였죠. 항상 제 곁에 계시던 어머니도 없었고요. 오직 저를 이끌어주시는 설립자만 믿고 따랐습니다. 그분께선 제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고, 덕분에 캐나다에 가서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죠.

제가 다 헤아릴 순 없지만, 그 시간들이 다 지나고 지금 이 자리에 계십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어려웠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저에게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게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변 사람이나 친구, 가족한테 줄 수 있는 제일 최고의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교육을 물려주는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총장으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게 무척 기쁩니다. 대학에 들어와 실력을 쌓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뭔가 자식들을 키우는 기분입니다. 부모들이 자식들로 인해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 학생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마음의 세계도 가르치려고 합니다.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할 때이니까요.

총장포럼 중간 휴식시간을 이용해 다른나라에서 온 총장들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교육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있다.

받은 것을 그대로 물려주고 계시는군요. 한국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하하. 저의 조언을 듣기보단, 한국 학생들이 저에게 조언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봤을 때, 제가 배워야 할 점들이 훨씬 많은 듯합니다. 한국은 엄청난 어려움을 이기고 성장한 나라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대가 있었고, 민족 간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어느 나라보다 가난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지금은 굉장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폐허가 되어 아무것도 없는 땅과 극심한 가난은 어려움의 조건이었으나, 한국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고 그 시간을 이겨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죠. 현재 대한민국 학생들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냐?’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미 풍족한 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한계를 극복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현세대는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앞선 세대의 경험을 분명히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저에게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가르쳐주면, 본받아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지난 2019년 세계대학총장포럼에 참석했던 조제프 마또부 총장은 3년 만에 다시 총장포럼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에는 아내도 동행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가진 교육 관계자들과 만나서 많은 것은 배웠다며, “한국을 성장시킨 원동력은 다름 아닌 마인드다. 이를 제대로 배우면 모잠비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교육 과정도 도입할 수 있다. 어떻게 배우지 않을 수 있겠는가? ”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학교에는 자신을 보며 그대로 열매 맺힐 젊은이들이 있기에 그는 여전히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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