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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정직과 신뢰를 지키다위기에서 더욱 빛난 기업인, 박경래 대표
조현주 기자 | 승인 2022.06.15 14:43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 위 모든 사람들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기업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은 발전에 앞서 생존을 챙겨야 했지만, 팬데믹 장기화로 파산하는 일도 많았다. 특히 뷰티 업계는 소비가 줄고 해외수출까지 막혀 어려움이 컸던 분야다. 그런 중에도 수출을 늘리고 회사 역량을 키워간 중소기업이 있다. 전문가용 헤어제품으로 국내 3위의 시장 점유를 하고 있는 (주)피엘코스메틱이 그곳이다. 어떻게 위기를 넘겼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또 코로나의 기억이 무엇으로 남았는지 박경래 대표를 만나본다.

반갑습니다. 피엘코스메틱 회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화장품을 제조하고 자체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연구개발부에서 화장품 포뮬러를 개발하고 품질부에서 검증한 후 생산부에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헤어 중심으로 구성된 5종류의 자체 브랜드는 150여 개 대리점을 통하여 전국 5만여 곳의 미용실에서 사용합니다. 또한 저희가 연구개발한 포뮬러를 ODM 방식으로 생산하여 홈쇼핑, 올리브영,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꾸준히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족 중 한 명은 저희 제품을 사용해 보셨을 겁니다. 최근에는 염색 기능이 있는 샴푸를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습니다.

피엘코스메틱은 색조 화장품보다 헤어 제품에 집중해왔고, 손 소독제와 같은 청결 제품도 만들어왔습니다. 마치 코로나 시대를 예견한 듯, 필요한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말처럼,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저는 식품 제조 대기업에서 생산관리자로 있다가 독립해 회사를 차렸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경험도 일천한 화장품을 선택해 창업했으니 내심 얼마나 초조했겠어요? 처음엔 납품 위주로, 시장에 수요가 있는 것은 뭐든지 개발하고 만들어냈어요. 그중 군부대와 대한적십자사 납품용으로 손 소독제를 허가받아 개발 및 생산을 하게 되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화장품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오히려 손 소독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0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진흥공사의 입찰을 거쳐 지금은 전국 모든 극장마다 저희 회사 브랜드의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주)피엘코스메틱 화장품 제조사로서 2003년 설립되어 현재 직원 75명, 연 매출액 260억의 중소기업이다. 전문가용 헤어제품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5개의 자체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개념의 기술 개발과 창의적 역량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15개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www.plcosmetic.co.kr

2020년 무역의 날에 ‘5백만불 수출의 탑’ 수상, 21년엔 위기에서 더욱 빛난 기업인으로서 ‘중소기업인 대상’도 받으셨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겠지요?(하하) 수십 년 화장품 회사를 하면서 정확히 배운 것은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건을 구매하는 바이어, 원료와 부자재를 조달해주는 협력사들과 호흡을 맞춰야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니까요. 이들을 배려하는 관계가 오래 유지되어 있었기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군요. 대표님의 경영 원칙은 무엇입니까?

‘정직과 신뢰’입니다. 호황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여유 자본이 없거나 단가를 낮춰야 할 때엔 지키기 힘든 원칙이 될 수 있죠. 이 말은 정직과 신뢰를 언제,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저는 제품 원가를 낮춰야 할 때 원자재와 부자재 납품가는 손대지 않습니다. 만약 바이어가 제품 값을 무리하게 낮추려 들면 협력사들에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도움을 청해요.

반면에 우리의 몫이 클 경우엔 협력사 공급가를 여유 있게 책정해 줍니다. 공장을 돌리는 기본 수익만 나오면 돈을 더 벌겠다고 욕심 내지 않습니다. 협력사들도 우리가 마구잡이로 깎지 않는 사실을 이제는 다 압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그런 게 아니었는데도, 협력사가 좋은 바이어를 알면 저희 회사부터 연결을 시켜줍니다. 그들 입장에서도 우리에게 납품하면 재료비를 제때, 제값에 주니까 일하기 좋은 겁니다. 50여 개 협력사들이 회사 밖에서 영업사원으로 알아서 뛰어주는 셈이죠. 어쩌다 필요한 원자재가 동이 날 때가 있어요. 그땐 부르는 게 값인데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적정 가격에 먼저 공급해 줍니다.

외부의 협력사들도 그렇게 배려해주시니, 직원들은 더 가족처럼 챙기시겠네요. 코로나 시대에 연봉 인상은 어려운 면이 있는데, 피엘코스메틱은 어땠나요?

일반적으로 연봉은 협상 전에 전체 실적과 목표 달성률을 보고, 회사의 재무 상태나 업계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저는 그런 요소들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큰 손실 없이 이겨낸 직원들에게 우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에 힘내라고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고, 21년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수준에서 연봉을 올렸습니다. 22년 올해엔 직원 연봉을 업계 평균 인상률의 두 배 정도로 올려 주었습니다.

최근에 5백여 개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봉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니까, 평균 10곳 중 3곳은 아예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한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상황에서 직원들이 평소보다 더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웠어요. 회사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지도 않았는데,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조직의 결집력이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1, 3, 4, 6. ‘에비뉴쉬에뜨’는 5개 브랜드 중 가장 역사가 깊고 대표적인 브랜드. 손상된 모발이나 두피 트러블을 예방 보호해주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인다. 2.모발 단백질 중심으로 구성된 ‘케라스틴’ 브랜드. 5. ‘하수오’ 브랜드는 탈모와 두피건강 전용 헤어크리닉 제품이다.

멋진 결정입니다. 전 직원 회의 때 수화통역사가 앞에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이 75명인데 그중에 청각장애 등의 신체장애가 있는 직원이 10명이라서 수화통역사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각기 맡은 역할과 능력은 다르지만 모두 정규직입니다. 처음에 장애인을 채용한다니까 주변에서 반대의 소리가 컸어요. 좋은 취지에서 그러는 건 이해하지만, 소통과 협력이 어렵다는 거죠. 벌써 15년 전의 일이네요. 당시 저는 ‘기업의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나도 사업이 잘 안되고 힘들었을 때 사회적 약자가 아니었던가, 그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손길이 없었으면 오늘이 있겠나?’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그냥 채용했어요. 실제로 장애인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성실하고 더 열심히 합니다.

2011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인성교육을 해오고 있다. 외부 초빙 강사가 강의를 시작했는데 그 옆에서 직원이 수화통역을 해주고 있다. 청각장애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2011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교육을 하고 있으시죠? 정기적으로 계속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기 딴에 최선을 다해서 삽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이 틀린 것을 알아야지 새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해라.’ ‘열심히 해라.’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이 마음에 담겨질 때 업무는 자동적으로 잘하게 됩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인성 마인드교육을 실시합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사고 능력이나 판단력이 이전보다 지혜로워지는 것을 봅니다. 또한 배운 내용을 집에 가서 적용해보니 가족끼리 더 돈독해진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듣습니다. 이 정도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반면에 사업을 하면서 피치 못할 힘든 상황이나 실패도 있었겠지요.

그럼요. 실패해 본 적이 왜 없겠습니까? 거래 업체가 부도를 내서 대금을 받지 못한 일도 있고, 수출한 제품이 그 나라 규격에 맞지 않아서 전량 반품 받아 폐기시킨 가슴 아픈 경험도 있어요. 또 신제품 개발을 끝내고 드디어 생산에 들어갔는데 식품의약청 정책이 중간에 바뀌면서 의도치 않게 불법을 하게 된 일도 있었어요. 제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예기치 못한 외적 변수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어요. 그렇게 겪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엔 두렵고 원망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그 어려움을 통해 회사가 더 건강해지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실패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낙심하지 않아요. 새로운 기회가 앞에서 기다린다고 믿고 이겨냅니다.

회사 슬로건이 ‘믿음으로 하나 되는 기업’입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하셨죠? 신앙이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신앙을 통해 큰 도움을 받으며 삽니다. 신앙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기에게서 하나님으로 중심축이 바뀌는 거죠. 내 시각이 아닌, 창조주의 시각에서 인간을, 사물을, 관계를 바라봅니다. 믿음이 뭔지 몰랐던 때엔 내가 하는 생각이나 통찰력, 직관력, 감각 등이 나름대로 괜찮은 줄로 알았어요. 그대로 해보면 잘 될 것 같았죠. 하지만 하는 것마다 실패로 끝났어요. 그렇다고 겸손해지라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인지해야 합니다. 내 가치가 적을 때 주변의 가치가 커집니다. 긍정의 마인드를 갖는다고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에요.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는 믿음이 중요해요. 그것을 배워나가면 코로나 같은 어려움도 이겨갈 지혜를 발견합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이라면 저처럼 신앙을 바탕으로 하라고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대표님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개발에 주력하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사업을 헤어 염색제로 시작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인데, 개발이 간단하지 않아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은 많이 들고, 그렇게 개발해도 히트를 칠 확률은 희박하고요. 미용실에 염색제를 납품하려면 1백여 색상을 각각 개발해서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그 색상이 많이 쓰이든 전혀 안 쓰이든 상관없이, 상품으로 구색을 갖추려면 가짓수가 다양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모르고 염색제 시장이 큰 것만 보고 덥석 뛰어들었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회사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염색제 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보았어요.

뚝심 있게 기술연구소를 세워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다들 접으라고 말렸지만, 저는 흰머리 염색이 아닌 시대가 온다고 오래 전부터 노래를 불렀어요. 앞으로 사람들은 자기 피부에 어울리는 머리색을 찾을 것이고, 타고난 검은머리로 평생을 살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요즘 퍼스널 컬러가 유행이잖아요. 자신이 가진 신체 색과 조화를 이룰 때 얼굴에 생기가 돌고 예뻐 보이거든요. 지난 3년 동안 색채 연구소와 손잡고 컬러 연구를 했습니다. 지금까진 서양인 피부색 위주로 염색 컬러가 만들어졌지만, 곧 동양인 피부에 맞는 염색제를 올 가을에 에비뉴쉬에뜨 브랜드로 출시합니다.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는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 시대라고 합니다.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가실 생각입니까?

화장품을 사용해서 예뻐지면 그 모습에 스스로 기뻐합니다.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까지도 행복해집니다. 화장품으로 개인의 행복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근무하는 직원들이 행복하고, 함께하는 협력사들도 행복한 것이 제가 꿈꾸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업체는 4천여 곳, 브랜드 유통업체는 무려 2만여 곳이다. 2021년 화장품 전문 미디어 ‘코스인’의 발표에 따르면, 화장품 400대 기업 중 피엘코스메틱이 202위를 차지했다.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시장에서 대단한 약진이다. 박경래 대표는 군웅할거의 경쟁보다 ‘기본을 갖춘 기업’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직과 신뢰’를 지키고, 직원들을 마음으로 품고 사랑한다. 영리 추구도 중요하지만, 함께의 의미도 크기에 협력사들과 한번 잡은 손을 쉽사리 놓지 않는다. 최근에 그가 받은 중소기업인 대상이 ‘코로나 위기에서 더욱 빛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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