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재개된 크리스마스 칸타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군중이 모이는 활동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지난 연말, 미국의 5개 도시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클래식 음악공연이 성황을 이루었다. 미국에서 2년 만에 재개된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였다. 시민들은 칸타타 공연을 한마음으로 반기며 달려와 감격해했고 감사를 연발했다.

시민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2021년 12월 23일, 수많은 차량들이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 인접한 도시 휴스턴을 향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코퍼스크리스티를 지나 휴스턴으로 가는 59번, 77번 도로에도 차량 행렬이 가득했다. 2년 만에 재개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러 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2013년부터 미국에 연말이 되면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시민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이 깊은 감명을 가져다주곤 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관중이 모일 수 없었고 2021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라시아스합창단은 영화 ‘For Unto Us’를 제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연말을 앞두고 미국에 있는 한인 젊은 목사들이 모였다. “지금 큰 공연을 연다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미국 시민들이 그토록 반기던 칸타타를 열어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뜻을 나누었다. 앨버커키, 엘패소, 샌안토니오, 댈러스, 휴스턴의 젊은 목사들은 어쩌면 자신의 도시에서 칸타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그 작은 희망 하나가 코로나를 이기고 그들을 일어나게 했다.

어떻게 공연을 준비하지?

먼저 그라시아스합창단 측에 공연이 가능한지부터 알아보았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받은 합창단은 2017년을 떠올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있었을 때, 합창단은 그곳에서 칸타타 공연을 펼쳤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았고 눈물로 감격을 표출하던 장면이 다시금 떠올랐다. 공연 준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합창단은 흔쾌히 공연을 수락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인 목사들은 시민들에게 세계 최고의 칸타타를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뜨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알아보고 공연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대관료를 마련하고 공연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특히 휴스턴에 있는 도요타센터는 휴스턴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으로, 일만 석이나 되는 넓은 장소였다. 그 좌석을 과연 채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휴스턴 시에서는 정신적인 위로가 되어준 합창단의 공헌에 감사하며 12월 23일을 ‘박옥수 목사의 날’로 지정하고 선언문을 전달했다. *위 이미지는 옆의 영문 원본 문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한 것입니다.
휴스턴 시에서는 정신적인 위로가 되어준 합창단의 공헌에 감사하며 12월 23일을 ‘박옥수 목사의 날’로 지정하고 선언문을 전달했다. *위 이미지는 옆의 영문 원본 문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한 것입니다.

모두가 자기 일처럼 한마음이 되어

휴스턴에서 목회하고 있는 박성득 목사는 미국인 기독교 목회자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전에 칸타타를 보고 이미 감동을 받았던 터라, 공연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며 물었다.

“공연을 어디에서 합니까?”

“도요타센터에서 합니다.”

“대관료가 많이 들 텐데요, 얼마입니까?”

“12만 5천 달러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목회자들은 볼펜을 꺼내 수표에 적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천 달러, 또 어떤 사람은 천오백 달러, 이천 달러…. 놀라운 것은 어느 누구 하나 칸타타 공연을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후원금을 써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몇 해 전에 보았던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박성득 목사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수표를 받아 들고도 믿기지 않았다. 대관료 12만 5천 달러가 곳곳의 후원금으로 채워지던 날, 그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고 시작한 일이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만 석의 좌석을 채우는 것도 걱정했던 것과 달리 문제가 안 되었다. 미국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교회 성도들에게 공연 소식을 알리자 공연 당일 일찍부터 휴스턴 시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이미 경험했고, 다시 볼 날을 고대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칸타타를 한대!”

“어디서?”

“도요타센터에서!”

순식간에 공연 소식이 휴스턴과 인근 도시로 전해졌다. 어떻게 들었는지 멕시코에서도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달려왔다. 12월 23일 저녁은 미국 시민들이 다 도요타센터로 모여든 듯, 인파로 가득했다. 합창단도 기뻤고 스태프들과 목회자들도 기뻤다. 관람객들까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아름다운 칸타타를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 관객들

드디어 도요타센터의 문이 열렸다. 순식간에 만 개의 좌석이 빈자리 하나 없이 관객으로 가득 찼다. 만 석 공연장에 만이천 명이 오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 크고 넓은 공연장이 좁게 느껴졌다. 안타까운 일은 멀리 멕시코에서 온 많은 차들이 다시 핸들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일찍부터 서둘러 온 사람들은 좌석을 얻었지만 멀리서 와서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그냥 돌아서야 했다.

“미안합니다. 이제 빈자리가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뻐요.”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오세요.”

“네, 내년에는 꼭 일찍 올게요.”

“네, 조심히 돌아가세요.”

많은 사람들이 섭섭하긴 했지만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다운 인사말이 오갔다.

휴스턴에서 가장 큰 도요타센터. 일만 여개의 좌석과 12만 5천 달러의 대관료가 후원금으로 채워진 것만 봐도, 칸타타를 향한 시민들의 사랑을 알 수 있다.
휴스턴에서 가장 큰 도요타센터. 일만 여개의 좌석과 12만 5천 달러의 대관료가 후원금으로 채워진 것만 봐도, 칸타타를 향한 시민들의 사랑을 알 수 있다.

불행을 떨치고 행복한 일 년을 선물해주는 공연

드디어 무대가 열리고 웅장한 음악이 시작되었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사로잡았다. 관람객들은 평온한 음악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공연이 끝나고 설립자 박옥수 목사의 특별 메시지까지 전해졌다. 그 시간은 멕시코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스페인어와 영어로 순차 통역을 해주었는데, 그것 또한 더 없는 즐거움이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감동을 나누다가 겨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휴스턴 시장은 이 최고의 날을 그라시아스합창단의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의 날’로 선포했다.

사람의 마음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아름다운 음악이 마음의 어두움을 몰아내 주어 어떤 근심도, 어떤 염려도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기하다.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가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신기하다. 세상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한평생 이 일만 해도 기쁠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삶 속에 시련도 있고 고난도 있고 슬픔도 있는데, 그 마음을 밝고 밝은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음악과 메시지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고 움직이는 힘이 있다.

칸타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라시아스합창단과 스태프들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공연을 보고 난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어둠과 근심이 사라지고 행복이 묻어난다.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마 공연이 끝나고 행복해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닐까. 아기 예수의 탄생이 코로나로 얼룩진 휴스턴에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게 만들어 주었다. 미국 시민들은 이제 근심을 잊고 불행을 떨치고 행복 속에서 또 일 년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기다리는가 보다.

글=조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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