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열심히 일해 많이 벌었어요. 어릴 때 못해본 것들이 많아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실컷 샀고요. 행복한 줄 알았어요. 내 옷장은 좋은 옷들로 가득했지만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텅 빈 폐허였어요. 무기력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예전에 배고팠던 시절을 생각하며 밥을 먹고, 빌려 입던 때를 기억하며 옷도 고르지만 별 감흥이 없었어요. 지금 이렇게 사는 게 감사하지도 않고요.”

아주 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부유했지만 감사보다 불평불만의 소리가 컸다.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 보려고 없이 살았던 시절로, 통장에 돈이 처음 들어왔던 순간으로 돌아가 봤으나 그때의 감사는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있었다고 했다.

이런 증상이 후배에게만 있겠는가.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 턱걸이 점수로 붙은 학교, 오래 아팠다가 되찾은 일상도 누구나 ‘시간’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면 감사의 농도가 낮아진다. 이럴 때 사람들은 궁핍했던 과거의 날들을 떠올려 오늘의 값진 감사를 느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이다. 사람의 육체는 더 좋고 더 쾌적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시절의 밥상을 내가 기억한다고 오늘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지금 내 입맛에 맞는 것이 맛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감사를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과거에 물질적으로 궁핍했거나 힘겨웠던 직장생활을 되새기지 말고, 내면적으로 모자란 자기 자신을 인정함으로 가능하다. 내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자. 의외로 기대할 게 없다. 허무하고 미련한 생각들이 탐욕, 악의, 시기, 질투, 분쟁, 무자비, 교만 따위와 함께 들어앉은 것을 본다면, 고집스런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것은 슬픈 발견이 아니라 위대한 도약이다. 내면의 부족함을 아는 것은 물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감사를 계속 누리게 해주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모자란 사람이면 주어진 음식이 과분하고 따뜻한 잠자리도 고맙고, 어떤 동료들과도 기쁘게 일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에서 선진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삶의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나라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의 기준을 물질적 만족에 두고 있다는 말인데, 사실 물질세계와 행복은 공존하기 어려운 관계다.

얼마 전, 투머로우를 읽고 어느 독자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코로나가 한창인 어느 날, 한 손님이 식사를 하시고 책 한권을 주고 가셨다. 한가한 시간에 무심코 펼쳐든 투머로우를 읽으며 마음 따뜻해짐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 이야기였다. 아팠고, 상처를 보이고, 그 상처를 사람으로부터 치유 받는 이야기였다. 가슴 찡한, 눈시울 붉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세상은 이런 분들로 서로 믿을 수 있고 따뜻하고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만능주의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삶의 기본을 지키며 함께 걸어가는 기쁨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가슴으로 온몸까지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독자의 말대로, 가슴이 따뜻해지면 몸도 따뜻해진다. 따뜻한 잡지 ‘투머로우’와 한 해 동안 함께해주신 모든 독자들께 고마움을 한마디로 전하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글 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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