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믿음을 가진 뒤 행복해지는 것을 자주 보았다. 자신을 믿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밖에 누구세요?”

조금 전부터 선지자 엘리사의 집 밖에서 어떤 부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선지자가 누구냐고 묻자, 부인은 “선지자님, 접니다” 하고 두 아이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 부인은 선지자 학교에 있던 어느 생도의 아내였다.

엘리사 선지자는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신앙을 가르치기 위해 선지자 학교를 시작했다. 어느 날 그 학교에 한 젊은 남자가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엘리사 선지자에게 신앙을 배우며 하루하루 마음의 세계를 형성해 갔다. 남편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좋아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행복했지만, 아내는 남편을 따라 간 것이기에 신앙에는 관심이 없었다. 억지로 믿음을 가지려고 해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남편이 원하는 것을 막지 못해 이곳에 따라온 것이라서, 다른 사람이 기도하면 졸기 일쑤였고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에도 딴 생각을 했다. 부인의 상태를 주위 사람들도 한눈에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도 그 부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아이들 없이 어떻게 혼자서 살 수 있을까?

세월이 그럭저럭 흘러가는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없었겠지만, 남편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앓아누운 것이다. 부인은 굉장히 걱정하면서 남편을 정성껏 간호했다. 하지만 상태가 점점 심해지더니, 불과 며칠 만에 남편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을 만난 부인은 암담했다.

그동안 남편은 선지자 학교의 생도로 지내면서 행복했지만 부인은 그렇지 못했다. 신앙이라는 것이 마음을 쏟으면 너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먼 사람에게는 정말 힘든 것이다. 기도도 형식적으로 하고, 성경 말씀도 그냥 흘려듣게 된다. 부인이 그렇게 지내는 것을 다 알았지만 선지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남편도 아내를 알기 때문에 다독거려 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지내다가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람들에게 죽음이 찾아올 때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부인은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남편이 죽었으니 자신이라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면 좋겠지만, 신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부인이 선지자 학교에 같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저는 믿음이 없어요. 선지자님 말씀이 다 옳은 줄은 알지만 잘 안 믿어져요. 그래서 이곳을 떠나야겠어요. 남편이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저는 믿음이 없어요. 너무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부인이 가겠다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

“예, 잘 가세요. 두 아들은 아빠를 닮아서 정말 좋은 아이들이에요. 잘 키워서 훌륭한 사람 만드세요.”

그곳을 나온 부인은 ‘까짓것, 내가 돈 벌어서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울거야. 결혼도 잘 시켜서 행복하게 살면 되지. 못 할 게 뭐 있어?’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저것 돈 벌 궁리를 했고, 장사도 부지런히 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장사를 하면 잘되는데 이 부인은 무엇을 하든지 안 되었다.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나는 왜 안 되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게 뭐지?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했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데 왜 나는 하면 안 되지? 자금이 적어서 그런가? 돈을 빌려서 다시 해봐야겠다.’

그래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고, 빚이 점점 늘어났다. 그런 빚은 이자도 높아서 갈수록 돈이 많이 필요했다. 시작한 일이 될 듯 될 듯하면서도 되지 않았다. 다시 또 돈을 빌려서 장사를 할 생각을 하니 두렵기도 했다. 결국 부인은 지치고 말았다.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문제지만, 당장 먹고 살 돈이 한푼도 없었다. 또 쌓인 빚을 받으러 빚쟁이들이 찾아오기 일쑤여서 그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빚쟁이들이 몰려와 빚을 내놓으라고 독촉했다.

“다음 달에 드릴게요. 한 달만 기다려 주세요.”

그동안 잠잠히 기다려 주었던 빚쟁이들이 이번에는 태도가 달랐다.

“아줌마, 한 달이라고 한 게 지금까지 몇 번이에요? 매번 이렇게 돈도 받지 못한 채 우리가 왔다갔다하란 말이에요? 아줌마가 말한 대로 한 달을 기다려줄 테니까, 한 달 뒤에 갚을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 봐요. 막연하게 한 달 뒤라고 하지 말고요.”

“죄송해요. 저도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건 알아요. 한 달이 뒤엔 돈이 어디서 나와요? 어떻게 마련할 건데요?”

“제가 노력을 다해 볼게요. 죄송해요.”

“좋아요, 아줌마. 한 달 더 기다려 줄게요. 딱 한 달이에요. 한 달 후에도 다시 한 달 다시 한 달, 그렇게는 안 돼요. 그동안 아줌마 사정이 딱해서 우리가 많이 참았지만, 지금은 돈이 급해요. 이젠 꼭 받아야 해요. 한 달 뒤에 아줌마가 빚을 갚으면 우리가 사이좋게 헤어질 수 있어요. 그러나 한 달 뒤에도 돈을 갚지 못하면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요. 아줌마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종으로 팔면 그 값이 아줌마가 빚진 돈과 거의 맞을 거예요. 돈이 남으면 돌려주고, 모자라도 더 이상 달라고 말하지 않을게요. 한 달을 기다릴 테니까 꼭 그렇게 해줘요. 더 이상은 이야기할 게 없어요.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하는 줄 아세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부인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인이 머뭇머뭇하는 동안 빚쟁이들이 가면서 말했다.

“한 달입니다. 한 달 뒤에 올 테니까 돈만 마련해 주세요. 무슨 일을 하든 상관 안 해요. 어떤 돈이라도 괜찮으니까요. 하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종으로 팔아 빚을 받을게요.”

남편과 살 때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막막한 일을 당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한 달 뒤에 돈을 갚지 못해 아이들이 종으로 팔려 갈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을 종으로 팔고 내가 어떻게 살아? 차라리 죽는 게 낫지’ 하며 몹시 근심이 되었다.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돈을 빌려줄 사람이 없고, 설령 빌린다 해도 그 돈을 갚을 길도 없었다.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루는 죽은 남편을 원망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편은 하나님을 믿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선지자에게 가서 이야기하고 그의 말을 따랐는데, 난 선지자를 우습게 여기고, 내가 열심히 하면 되지 무슨 하나님이 필요하냐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하나님을 찾아야겠구나. 선지자를 찾아가야겠구나.’

한편으로는 ‘내가 선지자를 떠나온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선지자 앞에 서?’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옛날처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선지자를 찾아가는 것이 마지막 길이었다. 전에 우습게 여겼던 선지자가 있다는 사실이 지금 부인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선지자 집을 찾아갔다. 문 앞까지는 갔지만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돌아올 수도 없어 문 앞에서 기웃거리다가, 선지자가 누구냐고 묻는 소리에 집안으로 들어가 선지자와 마주앉았다. 부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선지자님, 제가 이 학교를 떠날 때는 무얼 해도 두 아들을 잘 키우고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저는 세상을 너무 모르고 남편 밑에서 사랑만 받고 산 바보였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런데 나가서 살다 보니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부인, 무슨 일인데 그렇게 걱정을 하세요? 하나님을 의지하면 안 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예, 선지자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음으로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저는 믿음이 없어서 그렇게 못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은혜를 입고 싶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선지자님 말씀을 따르고 싶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선지자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부인 집에 뭐가 있습니까?”

“저희 집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습니다. 이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람인 선지자님뿐입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부인,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이야기해 주세요.”

“뭐가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름 한 병 있는 게 다입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내 말대로 하세요. 두 아들과 함께 동네 집집마다 다니면서 빈 그릇을 빌리세요. 항아리도 빌리고요. 그것들을 방에 가득 채운 다음 기름을 그 그릇과 항아리에 부으세요. 그리고 가득 차는 대로 옮겨놓으세요.”

기름은 한 병인데 그걸 붓기 위해 항아리를 빌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전 같으면 그 말을 우습게 여겼겠지만, 다른 길이 없으니까 마음에 맞든 맞지 않든 선지자의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그릇을 빌릴게요.”

“아이들하고 조심히 옮겨요. 그리고 기름을 부어요.”

“하나님의 사람이여, 감사합니다. 그대로 하겠습니다. 옛날에 저는 너무 교만해서 내 생각을 따르고 하나님의 사람이 하는 말씀을 따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씀하신 그대로 하겠습니다.”

부인은 두 아들과 같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그릇을 빌렸다.

“철수 엄마, 죄송한데 항아리 있으면 빌려주세요.”

“항아리는 없고 큰 그릇이 하나 있는데 빌려줘요?”

“예, 좋아요. 그것도 괜찮아요. 고마워요. 곧 돌려드릴게요.”

“그거 별로 쓰지 않는 거니까 오래 써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부인은 두 아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잔뜩 빌린 그릇, 항아리를 방바닥에 두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이제 우리에게는 이 길밖에 없습니다. 전에 저에게 길이 많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남편도 무시하고, 하나님의 종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살았습니다. 지금은 제게 이 길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이제 기름을 붓겠습니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부인은 병에 든 기름을 큰 항아리에 붓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기름이 자꾸 흘러나와 항아리의 바닥부터 차올라왔다. 옆에서 아이들이 놀라며 말했다.

“엄마! 항아리에 기름이 가득 찼어!”

“그래, 이렇게 인자로운 하나님이신데 내가 무시하고 살았구나. 내가 교만해서 하나님을 등지고 선지자를 버렸구나. 이런 인간에게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게 너무 놀랍구나.”

부인은 계속 기름을 붓고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났다.

“엄마, 벌써 항아리 다섯 개가 찼어.”

“그래, 엄마는 믿음이 없고 세상적인 사람인데도 엄마도 도우시는 하나님이 너무 감사하고, 선지자님이 너무 감사하다. 이런 좋은 분의 이야기를 전에는 왜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엄마, 항아리에 기름이 다 찼어.”

“다른 그릇은 없니?”

“예, 이게 마지막이에요.”

마지막 그릇에 기름이 가득 채워지자 기름이 그쳤다.

“이제 선지자님을 찾아가자. 이 일을 말씀드려야지.”

“그래요, 엄마.”

부인은 두 아들과 함께 선지자를 찾아갔다.

“선지자님, 말씀대로 했습니다. 빌린 그릇마다 기름이 가득 찼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허허, 그것 잘 됐네요. 그 기름을 모두 팔아서 빚을 갚아요. 그리고 남은 돈으로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자신을 믿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믿음이라는 것은 아무나 쉽게 갖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기가 정말 모자라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믿음을 쉽게 가질 수 있지만,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사람은 믿음을 갖기 어렵다.

나는 왜 선지자 생도의 아내가 사업에 실패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하나님이 그 부인에게 믿음을 가르치시기 위함이었다. 그 부인은 신앙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따랐을 때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제 이 부인은 믿음의 사람이 되었다. 부인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하나님을 거스른 자신을 사랑한 하나님이 감사했고, 두 아들을 종으로 팔지 않게 되어 너무 기뻤다. 빚을 갚고도 돈이 남아 밥을 먹고 아이들 신발을 사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하나님은 교만한 사람을 듣지 않고 겸비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나는 목사로 일하면서 겸비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는 것을 많이 보았다. 또 신앙을 가졌다가 떠나는 사람도 보았다.

목사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권하고 이야기할 때, 부족함을 알고 겸비한 사람은 하나님을 찾지만 교만한 사람은 그것이 우습게 보일 수 있다. 나는 큰 어려움에 있던 사람들이 믿음을 가진 뒤 선지자 생도의 아내처럼 행복해지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우리가 자신만 믿지 않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이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5권의 마인드북과 <마인드교육 원론 >을 집필했고, 신앙서적으로 60권을 출간하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