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시작하다 ④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바람은, 입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주위에 좋은 대학 출신이 많다 보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결국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좋은 대학은 둘째 치고, 걸어 다닐 캠퍼스도 없는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누가 나에게 어느 대학에 다니냐고 물어볼까 봐 걱정이었다. 사실 내가 사이버대학에 다닌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고 비웃을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기가 죽어서 지냈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나도 명문 대학에 들어가 보겠다고 마음먹고, 편입 시험을 준비했다.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편입 준비가 처음이라 온라인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어야 했고, 머리도 뒷받침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편입에 성공한 사람들의 합격 수기를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유난히 쓰게 느껴졌다.

커트라인 점수도, 문제의 정답도 정확히 모르다 보니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편입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1년 더 공부하는 것이 왠지 시간만 버릴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공부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나를 향한 기대감이나 열등감이었다. 주변에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 점수와 비교하며 낙심하고, 반대로 내 점수가 잘 나오면 우쭐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감정의 변화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단어 하나 더 외우기’를 목표로 세웠다.

편입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 2월, 합격자 확인 칸에 수험번호를 입력한 뒤 작년처럼 “죄송합니다. 명단에 없습니다.”란 문구가 튀어나올 것 같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실눈을 떠서 모니터를 보았다. “최종 합격을 축하합니다.”

지난 2년 간의 여러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나는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서 편입 시험을 준비했고 마침내 합격했다. 지금은 그냥 오랫동안 꿈꾸었던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수업을 받고 있지만, 나를 잘 챙겨주는 선배들이나 공부에 열정이 넘치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꿈이 안에서 꿈틀거린다.

편입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널뛰는 내 감정을 따라가지 않고 불안하든 즐겁든 묵묵히 공부하는 자세를 익힌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는 모른다. 어쩌면 가다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높은 담을 만나 다시 열등감에 휩싸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면 지난 2년 동안 공부하면서 숱하게 해냈던 ‘나 자신과의 싸움’을 기억할 것이다. 내 감정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처음 시작하는 풋내기처럼 힘을 모아 낯선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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