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나는 한 중소 광고회사에서 2년차 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전공했던 분야는 미디어 아트였지만, 이 회사에서 우리 팀이 주로 하는 업무는 시나리오, 제안서 작성 등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우리 회사 사정은 점점 어려워졌다. 1차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곧바로 2차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고 했다. ‘설마 나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3월 어느 평일 오후, 부사장님이 갑자기 나를 부르셨고 권고사직을 언급하셨다.

그 당시에는 담담한 것 같았지만, 이후 일주일간은 많은 생각들로 복잡했다.

“나 진짜 열심히 했는데... 내가 그렇게 쓸모가 없나.” 허무했다. 뉴스를 확인하니 나처럼 직장을 잃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루하루가 막막했지만, 어쨌든 빨리 재취업 준비를 해서 취업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아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학 시절 영상 동아리를 하며 알게 된 선배였다. 선배는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영상 등 의미 있는 영상 작업에 참가하고 있었다.

“은주야, 많이 바쁘지? 이번에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젝트를 하는데, 네가 생각나서 전화했어.”

대학 시절, 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의 꿈이었다. 당시 나의 말을 기억했던 선배가 ‘감동’을 주제로 하는 영상 제작을 앞두고 내게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하겠다’라고 답을 했다. 사실, 다큐는 잘 모르는 분야였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다. 불러주는 이 없는 나를 불러주어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장장 한 달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장소를 섭외하고,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녔다. 내가 직접 카메라를 잡고 촬영을 한 것은 아니다. 촬영된 데이터를 보관하는 한 명의 보조 스텝 중하나였다. 하지만 그 장소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허드렛일을 해도 이 작은 일들이 결국,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다큐멘터리 주인공인 할아버지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을 받았고, 부족한 나를 반갑게 대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있어 즐거웠다. 그땐 ‘아 퇴사 당하길 잘했다’라는 농담도 웃으며 할 수 있었다.

‘좀 힘들긴 했지만,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다면 꿈은 늘 꿈으로만 남아있었을지도 몰라.’ 나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나는 함께 일했던 팀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고민 없이 “Yes”라고 답했다. 사실 급여는 이전보다 적지만,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다시 이어가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권고사직을 받았을 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기에 더 큰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글=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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