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속이는 힘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영상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최대 7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80% 이상이 부정적이고 제한적이며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생각들이라고 한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는 해도 안 돼.’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점점 커지면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겪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이처럼 우리 삶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사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

여객기 조종사인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차량 충돌사고로 시력에 이상이 생겨, 비행기를 조종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세계적인 항공사에서 대형 여객기를 조종하는 기장이 될 것이라는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스물여덟 살 청년의 마음을 분노와 절망이 사로잡았다. ‘보지 못해서 모든 것을 잃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런데 혼자 죽긴 억울해!’ 그의 마음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15년 3월 24일, 루비츠는 비행기를 조종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의 진단 사실을 숨긴 채 ‘저먼윙스 9525’ 항공 편에 부기장으로 탑승했다. 그리고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조종실 문을 잠근 뒤 조종간을 잡고 알프스 산을 향해 급강하 돌진해서 탑승자 150명과 함께 죽음의 길을 택했다. 전원 사망한 사고가 일어난 뒤 언론들은 ‘조종실 보안 및 조종사의 신체 정신 감정 강화’를 사고의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루비츠를 끌고 간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사람은 왜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그 생각에 끌려다니는 것일까?

우리를 속이는 어두운 힘

돼지가 땅에 떨어진 콩을 정신없이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도살장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어떤 생각에 조금씩 이끌리다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을 저지르고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이상한 생각이 불쑥 든다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하고 깜짝 놀라겠지만, 생각이 조금씩 스며들면 알아차리지 못한다. 루비츠가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안 순간, ‘비행기를 추락시켜서 승무원, 승객들과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스스로 미쳤다며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슬프고 고통스럽다’,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자’, ‘내 마음을 누가 알기나 할까? 나에게 관심이나 있을까?’, ‘혼자 죽기에는 억울하다’는 식으로 생각이 조금씩 스며들어가면서, 상상도 하지 못한 방향으로 무서운 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생각에 이끌려 비뚤어지게 살면서도 자신이 그런 생각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어두운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힘은 어려움이 생길 때 쉽게 절망하게 만들고, 문제가 찾아올 때 실제보다 더 크고 더 부정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우리를 속이는 부정적인 생각

최근 몇 년 사이에 청소년들의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국 230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실시한 청소년 자해 상담 건수는 2017년 8,352건에서 2018년 27,976건으로 1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자해 이유는 대부분 ‘스트레스, 트라우마, 심리적인 고통을 표현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신의 힘든 상황을 표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 불안한 마음을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고 힘든데 티가 안 나니까 이만큼 아프다고 몸에 드러내고 싶었어요.” 자해한 어느 학생이 한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해하는 학생들이 ‘난 못생겼어’ ‘우리 집안은 불행해’ ‘난 남들보다 나은 게 없어’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등등 부정적인 생각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자해하는 학생들처럼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 부정적인 생각의 피해자들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를 수없이 속이고, 정신을 분산시키고, 우리를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게 하고, 마음에서 쉼을 앗아간다. 그런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계속 받아들이면 점점 심각한 문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마음이 억측, 오해, 꼬인 생각, 어두운 생각들로 뒤덮인다. 반대로 어두운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어두운 방향으로 끌려가는지 살핀다. ‘내가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어. 어두운 힘에 영향을 받고 있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어두운 생각들이 일어날 때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밝은 삶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생각

동전의 양면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좋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길을 찾아서 나아 갈 수 있다.

1991년 가을, 일본 아이모리 현에 태풍이 몰려왔다. 태풍은 아이모리 현 사람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이 지역은 사람들이 대부분 사과 농사를 짓는데,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고 불어온 태풍에 사과가 90퍼센트나 떨어져 사람들은 슬퍼하고 낙심했다. 그런데 이때 아직 떨어지지 않는 10퍼센트의 사과를 보며 다르게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강력한 태풍을 이기고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팔았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여러분의 합격을 보장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합격 사과’는 10배나 비싼 가격에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같은 어려움에서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어려움이 찾아오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해 상황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안 좋지만 좋은 길이 있을 거야.’

‘지금 나에게 좋은 면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부정적인 힘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일 거야.’

‘내가 어떤 좋은 면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헤집고 나오면 좋은 길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다. 루비츠가 시력을 잃어 조종사로 일할 수 없게 된 상황은 그에게 분명히 절망이었다. 그래도 얼마든지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면 내 인생도 행복해지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몰라. 그것도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만큼 멋지고 보람되지 않을까?’ 루비츠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자살 비행 조종사’라는 이름 대신 ‘절망 너머 행복을 전하는 조종사’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을까?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의 영향을 받으면서 산다. 어려운 상황이 올 때 혹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어두운 힘의 영향을 받아 더 절망적으로 치우쳐 있지 않은지 살펴본다면, 부정적인 생각에 가려져 있는 밝고 긍정적인 길을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