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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and Nothing”박문택 변호사, 국제청소년연합 회장
박문택 | 승인 2020.08.12 12:10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오면서 ‘The music of silence’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라는 팝페라 장르를 개척한 세계적인 이탈리아 성악가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가 얼마나 좋은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자서전을 샀습니다. 이분은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나 앞을 잘 보지 못했는데, 12세 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아예 잃고 맙니다. 유튜브에 ‘안드레아 보첼리’를 검색해보면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르고,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이 1991년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 해에 제 인생은 캄캄함 그 자체였습니다. 늘 학교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보호막들이 다 걷혔습니다. 마음대로 살았던 저와 달리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데, 저는 갈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몰랐구나. 고생하신 부모님은 늙어가시는데, 넌 뭘 하면서 살 거야?’ 처음 해보는 질문이었습니다. 인생과 사회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겁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건드릴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야, 박문택. 네 모습을 봐! 세상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 생각을 가진 채 2년이 흘렀습니다. 그때 제 속에서 다른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뭐든지 해보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뭐든지 해보자는 마음이 든 겁니다.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땅에는 뭐든지 지을 수 있는 것처럼, 그 당시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 또한 그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실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어머니는 숨죽여 눈물을 흘립니다. 그때 안드레아 보첼리가 묻습니다.

“엄마, 왜 울어?”

보첼리도 엄마가 우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았을 것입니다. 엄마는 대답 대신 아들에게 묻습니다.

“너 지금 어두움만 보이니?”

“아니.”

“그럼 뭐가 보이니?”

“Everything and Nothing.”

저는 이 대답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Everything and Nothing”은 직역이 쉽지 않습니다. ‘Everything’과 ‘Nothing’은 정반대의 의미로 이 두 단어를 and로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그렇게 대답하고, 그 이유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마음과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보며 살았습니다.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100을 최고의 수라고 하면 Everything은 100이고 Nothing은 0입니다. and는 플러스(+)입니다. 그러니까 100+0=100입니다. Nothing을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Nothing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려면 그것을 밀어내야 했습니다. 두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보는 세계를 가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저 스스로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보이지?” 그때 2년 동안 본 제 모습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였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Nothing을 먹으면서는 살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기에 저는 ‘그래, 뭐든지 해보자’라고 답했습니다. 제 마음에 Nothing도 있었지만 Everything도 같이 들어와 있었던 것입니다. 둘이 같이 있으면 Everything이 다 잡아먹습니다. 0은 앞에 있는 숫자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려운 순간들을 많이 만납니다. 큰일을 겪든 작은 일을 겪든 우리 마음에 어두움과 절망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 절망과 함께 질문이 따라옵니다. “무엇이 보이니?” 그때 보이는 것을 따라서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맞는 말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것이 그 사람의 운명이 됩니다. “모든 것이 보입니다.”라는 답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 역시 그 사람의 운명이 됩니다. 어떤 운명을 택할 것인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그때 여러분이 어느 편에 서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저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했던 대답을 그때 여러분도 하길 바랍니다.

박문택
법률사무소 담소의 대표 변호사 및 국제청소년연합 회장을 맡고 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리더십 함양과 올바른 마인드 형성을 위한 강연과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박문택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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