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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를 잊게 할 만큼 한국이 좋은 이유
페니아나 랄라발라부 | 승인 2020.08.05 11:08

피지를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가운데, 그는 한국의 좋은 장점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잊고 살 만큼, 그가 한국에서 만족하며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나는 주한 피지 대사로 임명을 받아 2018년 9월에 한국 땅을 밟았다. 외교관으로서 첫 부임지였다. 오세아니아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14개의 섬나라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국에 외교 공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두 나라뿐이다. 절대적인 크기로 봤을 때는 작은 나라이지만 피지는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솔로몬 제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나라이다.

외교관이 되기 전에 나는 피지 정부에서 일했다. 정부 공익위원회에서 10년 정도 근무했고, 이후에 총리실로 발령을 받았다. 총리실에서의 직급은 이등사무차장이었다. 장관이 있으면 그 아래 사무차관이 있고 사무차장이 있는데, 나는 총리의 사무차장으로서 ‘정책’ 담당이었다. 나는 정부의 정책들을 분석하고, 총리님께 정책에 대한 설명이나 조언을 드렸다.

2017년, 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3)에서 피지가 의장국을 맡았다. 그때 내가 수석 조정자로 임명되어 1년 동안 독일에서 격월로 열리는 회의를 주재해야 했다. 인천공항을 거쳐서 독일로 갔는데, 나는 거기서 UN, UNFCCC 담당자들과 정부 인사들도 만났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고 국제관계에 필요한 지식과 중요한 사고법도 배울 수 있었다.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사는 한국 사람들

내가 한국의 대사가 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외교관으로서 임무를 생각하면 한편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한 정보들을 조사했다. 한국의 인구, GDP, 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6.25 전쟁 이후 어떻게 한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대부분의 외교관들은 자국을 널리 알리고, 양국이 경제 발전이나 사회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을 한다. 나 또한 이를 위해서 한국을 열심히 배워가고 있으며, 온 마음을 다해 일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링컨 중·고등학교에 방문해 학생들을 만났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온 학생들.

서울에서 살면서 나는 한국의 좋은 전통과 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다. 한국인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며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이런 문화가 매우 생경했고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들이 머리 숙여 내게 인사하는 모습이 매우 강렬하게 느껴졌다. 정부가 주관하는 포럼에서도 발표자는 먼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전통과 문화는 각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공동체와 사회 전반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존중의 가치가 국가적으로는 경제적 발전과 균형을 가져왔고, 국제적으로는 이웃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했다고 알고 있다. 한글이라는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점도 내가 한국을 달리 보게 만드는 부분이다. 한글은 한국이 빠르게 발전하는 데에 공헌하고, 국민들 간에 원활한 소통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믿는다.

첫 부임지 한국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다

크리스천인 내게는 자유롭고 편안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점도 한국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초등학교 8학년 때 피지 기독교 15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인생을 주님께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만큼 신앙은 내게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성경을 제대로 배울 기회는 없었고, 잘생긴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열심히 살았다. 피지 사람들의 종교는 대부분 기독교인데, 교회에서 늘 우리에게 죄가 있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나도 죄인인 줄 알았다.

한국에 와서 박옥수 목사님을 만났다. 초면은 아니었다. 예전에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박 목사님이 피지를 방문하셨을 때 뵌 적이 있었고, 그때 나는 총리님께 목사님의 프로필을 준비해 드리는 일을 했다. 면담이 성사된 뒤, 피지 정부는 IYF와 함께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고, 총리님은 특히 그라시아스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으셔서 박 목사님께 피지에도 음악 학교를 세워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에 들러 한국의 농업기술을 직접 보고 배우고 있는 모습.

한국에 와서 다시 만난 박옥수 목사님은 우리 가족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여러 면으로 도와주셨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분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한국어도 못하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교회에 가면 피지를 향한 그리움을 다 잊고 지낼 수 있었다. 주일이면 기쁜소식강남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박 목사님께서 죄 사함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죄를 자백한다고 죄가 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으나 내가 아는 것이 틀린 것을 알았고, 우리가 이미 의롭게 되었다는 성경 말씀이 믿어졌다.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한국으로 부르신 것 같았다. 이제는 ‘내 생각을 버리고 성경의 말씀을 받아들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면서 지낸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국을 떠나게 되면 울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 최대한 오래 있게 해달라고 나는 기도한다.

덧붙여서,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오늘의 청소년은 내일의 부모가 되고, 사회의 일꾼이 되고, 사람들을 이끌 리더가 된다. 그러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3C 즉,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연합Cohesion 정신이다. 한국은 특히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것도 많고 적응력도 빠르다. 그만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다만 외적인 것들을 얻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청소년들에게 하나님을 알면 가장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글쓴이 페니아나 랄라발라부 Peniana LALABALAVU
대학을 다니면서 정부 부처에서 일을 시작하여 10년동안 공익위원회에서 일했다. 일하며 겪은 시행착오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이후 총리실에서 근무했다. 자신이 사랑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하라고 청소년에게 조언하는 페니아나 랄라발라부 피지 대사는 한국에서 누구보다 가슴 뛰고 성취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페니아나 랄라발라부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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