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피터>

모든 것이 막막하고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 두려울 때,우리는 어디에서 힘을 얻고 살아갈까?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달의 책 <난쟁이 피터>에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노숙자가 훗날 변호사로 변화하는 키 작은 피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인생을 바꾸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못난이 난쟁이, 노숙자가 되다

피터는 태어날 때부터 몸집도 작고 울음소리도 가냘프고 못 생겼다. 그의 아빠와 가족들은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며 등을 돌렸지만, 피터에게는 어렵고 힘든 순간에 그를 믿어주고 힘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쪼글쪼글한 아이 피터에게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엄마, 신시아였다. 그는 아들에게 책을 읽고 공부하여 마음의 키를 키우면 얼마든지 큰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며, ‘자이언트 피터’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날 그런 신시아 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엄마를 잃은 아픔을 지닌 채 중학생이 된 피터는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낸다. 자신을 늘 놀리는 친구들에게 덤벼들어 싸우기도 하지만 괴롭힘은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나쁜 친구들을 피해 숨은 도서관 구석 자리에서 우연히 사서인 크리스틴 선생님을 만난다. 작은 키에 뒤뚱거리는 폼, 자신과 닮은 크리스틴과 가까이 지내면 친구들에게 더 놀림을 받을까봐 피터는 선생님의 호의를 거부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읽을 책을 추천해주고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주는 선생님에게 피터는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덕분에 책들을 읽고, 독서 노트를 작성해간다.

피터의 운명이 슬픈 까닭일까, 크리스틴 선생님을 만나 작은 행복을 찾아가고 있을 때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이 점점 심해져 결국 경찰에 의해 요양원으로 간다.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피터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집을 나가고, 먹을 것이 없어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면서 거리의 부랑아가 된다. 키가 작다고 계속 무시를 당하면서 피터는 더욱 거칠고 공격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피터는 ‘모든 불행의 시작은 결국 돈이 없어서야!’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려고 하다가 엄마가 사고를 당했고, 자신의 키가 작은 것이나 아버지가 알코올에 중독된 것도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터의 인생을 바꾼 두 번의 만남

작은 키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피터에게 세상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일자리를 찾아서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하고, 절망한 피터는 세상을 욕하며 유리창을 깨고 도망치기도 한다.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피터는 무료 급식소에서 크리스틴 선생님을 다시 만난다.

크리스틴은 피터를 만나기 위해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틴은 피터에게 노숙자들의 쉼터에 나와 독서도 하고 남은 학교 공부도 마치라고 간곡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피터는 “제발 그냥 두세요! 저는 악착같이 돈을 벌 거예요!”라고 하며 뿌리친다. 때가 찌든 바지를 입고 밑창이 너덜너덜한 운동화를 신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피터는 소리친다.

“저는 이렇게 태어났어요! 돈도 없고 못생기고 돌봐줄 부모도 없는 놈이 어쩌라고요? 이게 다 날 때부터 정해진 제 몫이라고요!”

크리스틴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피터, 지금 네 상황이 힘들다는 것은 알아. 그런데 그건 네 앞에 놓인 길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해. 지금 가야 하는 길이 험난한 자갈길이라고 안 걸을 거니? 주저앉을 거야? 선생님이 네 곁에서 함께 걸어줄게.”

세상에 홀로 버려진 자신을 찾고 있었던 선생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피터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피터의 마음에서 희망을 끌어낸 크리스틴 선생님 덕분에 피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피터는 뉴욕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공부를 시작하고 독서와 독서 노트 작성을 계속해 GED(고졸 학력 인정 자격시험)에 합격한다.

택시를 운전하던 피터는 어느 날 하버드대학의 프랭크 교수를 운명적으로 만나 행복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프랭크 교수는 ‘행복이란 단순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니라, 목적을 위해 몰입하는 데에서 온다’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피터, 프랭크 교수와의 만남은 그의 삶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온다.

그 후 피터는 택시 운전사들과 함께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고, 9.11테러 때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그 일을 해가면서 피터는 사람들과 함께 끊임없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크리스틴 선생님을 지켜본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삶, 좀 더 높은 차원의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후 피터는 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다. 낮에는 택시 운전을 하고, 밤에는 뉴욕 시립대 야간반에서 법학을 공부해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피터는 하버드 로스쿨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된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찾아가는 거리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학교 ‘삶을 디자인하는 학교’를 세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인생의 목적을 차근차근 이뤄나간다.

인생을 바꾸는 힘

엄마 신시아,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 크리스틴 선생님, 프랭크 교수, 택시 운전사들, 9.11 당시 함께 구조 활동을 했던 사람들…. 피터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사랑과 희생을 가르쳐주기도 했고, 희망을 주기도 했고, 때론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 상처가 흉터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피터는 이 과정을 지나는 동안 ‘자신이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 나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게 하고, 그래서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피터의 꿈이요 그가 사는 이유가 되었다. 그 꿈과 이유가 피터로 하여금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작은 거인으로 일어서게 했다.

우리는 살면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어쩌면 오늘도 누군가는 부랑아로 지내던 피터처럼 울분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보낼지 모른다.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모든 것이 막막하고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 두려울지 모른다. 이럴 때 주변을 둘러보자. 크리스틴 선생님처럼 헌신적이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거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순간순간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자신의 생각에만 빠져 있어서 들리지 않아 스쳐지나갔던 그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부담스러워도 받아들여보자. 마음을 열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보자. 우리도 피터처럼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힘을 만날 것이다.

글쓴이 심문자

도서관에서 북클럽 멘토링과 한국 마사회 문화센터에서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으며, 예루살렘 라디오 ‘북적북적 북클럽’ 진행자이다. 독서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독서논술교사 등 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난쟁이 피터> 베스트 셀러 ‘마시멜로이야기’와 ‘바보빅터’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지막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행복과 삶의 목적을 묻는다. 이 책은 가수 최시원 등 재능 기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드라마로 녹음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