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학생들의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졌다. 다양한 꿈을 가진 대학생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온라인에서 만나는 ‘멘토 Zoom IN’프로그램은, 미래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같은 고민을 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유니브리더스의 대학생 4명을 만나보았다.

코로나19로 학교는 문을 닫았고, 초중고를 비롯하여 대학교도 ‘온라인 개학’을 선택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개강과 함께 활발하게 이뤄졌던 대학생 대외활동 및 서포터즈 활동도 잠잠해졌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대학생들이 오프라인 활동이 대부분이었던 이 분야에 새로운 대응책을 내밀었다. ‘멘토 Zoom IN’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특강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이 공백 없이 대외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 4월부터 한 달간 2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참가했으며, 함께한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 2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멘토줌인 프로그램의 주최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유니브리더스Univ Leaders’라는 비영리단체이다. 매년 반기별로 진행해왔던 대외활동이 잠정 중단되자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기획해보자’는 데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멘토줌인 진행 팀인 김상희(총진행), 신은희(인사팀장), 김성민(기획팀장), 류범희(대외협력팀장)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유니브리더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학생들이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대외활동을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독자들에게 ‘유니브리더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상희: 유니브리더스는 1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이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든 단체이며, 모든 활동은 일반 대학생들의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유니브리더스는 실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해당 국가의 장·차관 및 대사께 프로젝트 발표 및 피드백을 받아, 실행까지 하고 있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리더스 컨퍼런스’라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생들이 한 나라를 정해 청소년 문제를 조사하고, 5주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20여 개국의 장·차관 앞에서 발표하며 실제 실행할 프로그램을 선정했습니다. 하반기에는 ‘한·아프리카 마인드 개발 포럼’을 진행했는데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아프리카 청소년들의 의식 개혁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프리카 13개국 대사님들에게 프로그램 소개한 뒤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선정된 우수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하러 아프리카 르완다에 다녀왔습니다.

신은희: 좀 더 설명하자면, 르완다는 90년대 초반에 발생한 종족 간 갈등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삶의 터전은 물론, 배움의 기회까지 잃은 나라입니다. 적정 교육시기를 놓친 청소년들에게 마인드 개발을 통해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리마인드RE:MIND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왔는데요. 900명의 청소년을 만났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실행해 갈 르완다 청소년위원회와 연결되어 청소년 교육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Q. 온라인으로 ‘멘토줌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성민: 보통 학교 개강에 맞춰 진행되었던 대외활동들이 코로나19로 미뤄지거나, 인원과 모이는 횟수를 줄여 진행됐습니다. 이전까지 직접 만나서 진행되던 활동들이다 보니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초까지 그동안 활발히 진행됐던 대외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준비하다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터지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3월을 그렇게 어리둥절하며 보냈습니다. 괜히 방학이 늘어난 것 같아서 좋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면서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 대학생들도 똑같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직접 만나진 못하더라도 온라인을 이용하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기획한 게 ‘멘토줌인’입니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멘토들을 만나고, 자신이 꿈꾼 길을 걷고 있는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Q. 대학생 신분으로 멘토를 섭외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류범희: 저는 유니브리더스에서 VIP 의전 담당 및 대외협력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면서 만난 분들 가운데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몇 분을 선별하여 연락을 드렸습니다. 단순히 안부 연락을 드리는 게 아니라 멘토로 섭외하려다 보니 ‘연락이 끊기진 않을까?’, ‘귀찮아하시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섭외하다 보면 거절당할 때도 많고, 코로나19로 찾아뵙는 게 쉽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 기회에 대학생들이 뛰어난 가치관과 마인드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한 분 한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취지를 들은 멘토 분들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요즘 같은 때에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Q. ‘멘토와의 만남’이 대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류범희: 멘토줌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성공의 원칙과 기술을 가르치는 강연이 아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 것인지’를 알려주자는 점이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가르쳐주는 곳은 이미 많기 때문입니다. 멘토의 강연 속에는, 그 분이 선택하며 걸어온 인생길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6월 13일에 진행된 통역사 배경숙 멘토의 경우를 예로 들면, 고등학교를 해외로 진학하기 위해 수년간 부모님을 설득해 집안에서 최초로 유학길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국제학부를 졸업한 후 경험한 다양한 인턴활동, 일하는 태도, 그리고 통역사의 꿈을 갖고 대학원에 입학해 덴마크 왕세자의 전담 통역사가 되기까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강연 안에는 그분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고민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멘토와의 만남은 학생들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여 걸어갈 것인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민: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행복과 성공은 환경이 아닌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멘토줌인’에 참석한 학생들도 강연을 듣다 보면 멘토가 가진 남다른 마인드가 성공의 발판이 됐다는 걸 배울 수 있을 겁니다.

Q. 이야기를 들으니 해외봉사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해집니다.

신은희: 저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별다른 특기가 없어서 ‘어떤 봉사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문득 생각난 게 초등학교 때 했던 리코더 합주였습니다. 리코더는 연주하기가 쉽고, 다른 악기에 비해서 소리도 쉽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초등학교에 연락해 보니 지금은 합주단이 사라지고 리코더들은 그대로 있다고 해서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로 가져갔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 도착해서 리코더를 배울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가르치는 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제 머릿속에는 ‘이 친구들을 얼른 가르쳐서 버스킹도 하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려야겠다’는 꿈이 가득 있었습니다. 그 나라에는 음악교육이 따로 없어서 오선지를 그린 노트를 매번 준비하고, 음표를 그려주었습니다. 태어나서 음표를 처음 본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는 게 뿌듯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진도가 안 나가는 겁니다. 세 달 동안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르치는데, 나중엔 화가 났습니다. ‘애들이 날 놀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 학생들이 단체로 지각한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음악 수업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교실을 나오는데, 한 학생이 “선생님, 죄송해요. 우리도 잘 배워서 실력이 빨리 늘고 싶은데 잘 안돼요.”라고 하며 수업을 받으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친구들에겐 음표도, 악기도 다 처음 대하는 것인데다가 저까지 불어가 너무 서툴다 보니 제 설명을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는 거예요. 하나에 집중하면 하나를 까먹고, 하나를 이해하면 하나를 놓치고….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배워보려고 노력했고, 저도 잘 가르치려고 노력했는데, 서로 입장을 모르다 보니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던 거예요.

저는 그때부터 학생들이 이해했는지, 못 알아듣는 건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가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막힘없이 이해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더니 수업이 즐거워지고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다 같이 모여서 리코더 합주를 하는 모습을 보는데,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길이 ‘소통’이라는 걸 제대로 배웠죠.

한국에 와서도 그때 배웠던 게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조별 과제를 할 때나 공모전을 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다른 대학생들도 저처럼 한 가지만 제대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Q. 멘토줌인 시즌2를 마친 후 기획중인 대외활동이 있는지요?

김상희: 그동안 참여한 멘티들에게 ‘관심 분야의 강연을 집중적으로 듣고 싶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를 반영해서 분야를 설정하고,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섭외하려고 합니다. 또한 지금처럼 멘토들의 일회성 강연만 듣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함께 진행함으로써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새로운 활동이 진행될 쯤엔 대학생들이 방학이기 때문에 캠프 형식으로 할 예정입니다. 시간적 공백 없이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한다면 대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인터뷰를 마친 소감을 물으면, 대단한 네 사람을 만나고 왔다고 대답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또래의 대학생들을 위해 대외활동을 기획한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자신들이 봉사활동을 한 나라를 돕기 위해 여전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또 다른 소감을 묻는다면, 반대로 그들은 대단하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그들 개개인은 학점을 걱정하고, 과제를 걱정하고, 취업을 걱정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할 때 생기는 시너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표지모델들이 말하는 대학생들이 꼭 배웠으면 하는 마인드

자제력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고등학생 때 못 해본 것들을 다 해보겠노라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냈어요. 수업에 가기 싫으면 안 가고, 놀고 싶으면 수업 시간에도 나와서 친구들을 만났어요. 분명히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냈는데, 그 끝은 허무하고 우울하더라고요. 그렇게 살다가 해외봉사를 갔는데, 그곳에선 짜여진 스케줄을 따르고 같이 사는 친구들이나 현지 학생들과 조율하며 지내야 했기에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보낸 1년이 제 삶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어요. 행복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때 느끼는 게 아니라, 자제하며 살때 느낄 수 있는 것이었어요.

김상희 성신여대 심리학과

부담을 피하지 않는 강한 마음

도전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막상 하기엔 부담스러운 일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전 자기소개서가 그랬어요. 대학 원서를 쓸 때 자기소개서를 적어야 하는데, 얼마나 부담스럽던지. 안 쓰자니 대학을 못 가니까 한 달 넘게 쓰고 지우는 걸 반복하며 적었어요. 신기하게도 그 후엔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어떤 글을 쓰라고 하든지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게 됐어요. 만약 그때 제가 부담을 피했다면 여전히 글쓰기를 못하고 제자리에 있었을 거예요.

신은희 인천대 영어영문학과

도전

어려서부터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 아프리카 ‘가봉’으로 해외봉사를 떠났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진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행복했던 이유는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가봉의 초등학교에서 아카데미를 하기 위해 수십 개의 학교를 찾아갔고, 매몰차게 거절도 당했습니다. 거절당해도 다시 찾아가면서 모두 8개의 학교에서 한국어, 컴퓨터, 영어, 마인드 등의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학생들과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 언어 능력도 향상되었고,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김성민 인천대 전기공학과

겸손

사람들은 일할 때 처음부터 멋져 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잘해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사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시작해야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이라는 마인드를 배운다면 작아 보이는 일도,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도 정확하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류범희 사이버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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