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이 가득한 어느 여학생이 엄마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된 이야기

자녀들이 부모와 사이가 나쁠 수 있지만, 부모와 마음을 같이할 때 얼마나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갓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뇌경색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너무 절망적이어서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앞을 보지 못하니 자살도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는 죽고 싶은 마음을 접고 앞으로 바르게 살아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맹인학교에 다니며 앞을 못 보고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도로 건너는 법도 배우고, 점자도 배우고, 일자리를 위해 마사지하는 법도 배우는 등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그곳에서 처지가 비슷한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이혼을 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여자의 몸으로 갓난아기를 키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돈을 벌어야 아기를 키울 수 있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기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했다. 어렵게 모은 돈을 들고 아기를 맡아서 길러줄 친척을 찾아다녔다. 친척들은 소경인 엄마를 부담스러워했고, 더욱이 아기를 맡아준다는 것은 어림없다고 했다. 마지못해 어느 한 곳에서 아기를 키워주기로 했고, 그 후 엄마는 딸이 보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다. 딸이 자라면 예쁜 옷도 입히고, 공부도 많이 시키고, 공주방도 만들어 주고…. 항상 딸과 지낼 앞으로의 날들을 소망삼아 모든 걸 참아 가며 일했다.

아기는 어느덧 열 살이 되었다. 딸을 맡아 준 그 집에는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 집의 아이가 행복해 보였고, 점차 자기가 괄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내가 이런 멸시를 받아야 하지? 저 아이만 왜 저런 사랑을 받는 거야?’

‘내가 저 아이보다 못난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없어?’

아이는 자신의 모든 불행이 엄마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불평을 엄마에게 돌렸다.

‘내가 이렇게 된 건 엄마가 앞을 못 봐서 그래. 왜 나를 낳은 거야. 차라리 고아원에 갖다 버리거나, 죽여 버리지. 왜 나를 이렇게 괴롭게 만들어!’

그런 원망 속에서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여학생의 삐뚤어진 마음처럼 생활도 점점 빗나가기 시작했다. 미술학과에 다녔던 여학생은 ‘그림 그려야 한다.’ ‘물감이 필요하다.’ 그렇게 엄마를 속이고 돈을 요구했다. 엄마를 속여서 받은 돈으로 술을 마시며 유흥을 즐겼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학생은 자신의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감당이 안되고 삶은 엉망이 되어갔다. 이 모든 불행이 엄마 때문이라고 탓했다. 여학생의 마음에 엄마를 향한 증오와 미움이 가득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대학생 해외봉사단 ‘굿뉴스코’ 모집광고를 보았다. ‘해외에 나가면 지금 이 생활을 좀 끝낼 수 있을까? 내가 좀 달라질까?’ 그렇게 해외봉사를 지원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떠났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여학생의 생활은 여전했다. 같이 간 학생들과 사소한 일에도 부딪히고 싸우는 일이 잦았다.

‘여기에 와도 나는 변하지 않네. 있어봐야 시간만 낭비야. 한국으로 돌아갈 테야.’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탄자니아 지부 사모님에게 이야기를 하러 갔다. 그분은 무엇이 여학생을 힘들게 하는지 항상 궁금했지만 얘기를 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그 여학생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너 왜 그러니? 너는 왜 어려움만 있으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니? 우리가 너를 도와주려고 해. 네 마음의 이야기를 좀 해봐.”

“도와준다고요? 나 죽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요?”

여학생은 그때까지 엄마에 대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눌려있던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자신이 숨겨오던 비밀을 토해냈다.

“사모님! 제가 왜 그러는지 알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희 엄마는 앞을 못 보는 소경이에요! 소경의 딸로 사는 게 어떤지 알기나 하세요?”

사모님은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참 힘들었구나. 하지만 내 이야기를 좀 들어봐. 너희 엄마는 너같이 꽃다운 나이에 시력을 잃으셨어.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이 캄캄한 흑암으로 변한 거야. 그때 너라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겠어? 그런 엄마에게 너는 세상의 전부였을 거야.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네가 엄마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할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 있니?”

여학생은 깜짝 놀랐다. 자신은 한 번도 엄마를 위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만으로 살았다. ‘엄마. 왜 날 낳았어? 키우지도 못할 거 차라리 죽여 버리지.’ 엄마에게 가시 돋친 말만 해댔는데, 그날 사모님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아…, 내가 원망만 할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우리 엄마…, 정말 마음이 아팠겠구나.’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고 평안함이 찾아왔다.

며칠 후, 여학생의 생일에 탄자니아에 함께 간 대학생들이 돈을 모아 케이크를 사 왔다. 지부장님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생일이지?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 아니라 너를 낳아주신 엄마가 기뻐해야 할 날이야. 내 전화기를 줄 테니 엄마에게 전화 좀 해라.”

여학생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신호음이 울리더니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엄마, 나….”

“어? 우리 딸이니? 잘 지내니?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음식은 잘 먹니? 몸은 건강하고?”

단숨에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왜?”

엄마를 불렀는데, 막상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여학생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엄마….”

“우리 딸,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엄마…, 나를 낳아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 저편으로 흐느껴 우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딸을 낳고 20년 동안 ‘왜 나를 낳았어. 고아원에나 보내 버리지!’ 하는 소리만 들어왔는데, 처음으로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어 보았다. 엄마는 계속 흐느껴 울기만 했다.

“엄마,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엄마.”

이렇게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어머니의 마음과 만나고, 아버지의 마음과 만나고, 친구의 마음과 만나서, 두 마음 흐르면 너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이 여학생은 얼마 전 결혼을 해서 예쁜 아기를 낳았다. 이제 엄마가 된 것이다. 한평생 엄마를 원망하며 살다가 해외봉사를 가서 마음에 큰 변화를 얻고 지금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잘나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남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부족하고 연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남을 위할 수 있는 마음이 된다. 청소년들은 특히 사고思考를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자제하지 못하고, 교류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전기는 전선을 통해 흐르듯이 마음은 마음과 연결되어 흐른다는 것이다. 마음이 흐를 때 오는 행복과 기쁨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변화하고 있다.

기획=온마인드 단행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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