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권한대행 "무거운 마음으로 수행…성추행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방지 노력"

부산시 오거돈 시장이 여성 공무원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나 23일(목)오전 부산시청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여성에게 사과하고, 시장직을 내려놨다. 오거돈 시장 사퇴로 부산시는 변성완 권항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사진은 23일 부산시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 (제공 부산시)
부산시 오거돈 시장이 여성 공무원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나 23일(목)오전 부산시청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여성에게 사과하고, 시장직을 내려놨다. 오거돈 시장 사퇴로 부산시는 변성완 권항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사진은 23일 부산시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 (제공 부산시)

부산시가 사상 초유의 시장 궐위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흔들림 없는 시정을 위해 비상대응체제로 전환하고, 시민들의 변함없는 지원과 협조를 당부했다.

변성완 권한대행은 23일 오후 1시 30분, 긴급 확대간부회의에서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됐다”며 “시장 궐위의 상황으로 당황스러워하고 흔들리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이로 인한 우리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에 이럴 때일수록 우리 공직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약사항은 시민들과의 약속”이라며 반드시 이행해 시민들이 시를 믿고 안심하고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부산시 전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아울러 “공직자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관심과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언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기강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하고”,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방지다”라며 피해자 신상 공개 및 유포, 사실관계 왜곡, 피해자에 대한 비난 등 2차 가해행위에 대한 엄중조치와 아울러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감사위원장과 여성가족국장에게 지시했다.

또한, 현재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 실․국과 기관에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빈틈없이 코로나19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기존 소관업무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실․국장 간부들이 더 중심을 잡고 부산시 전체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아 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총선 전인 이달 초 한 여성 공무원에게 컴퓨터를 가르쳐달라며 집무실에 불러 신체접촉을 하고 여성이 거세게 저항했지만, 5분간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실은 부산시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밝혀졌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은 오거돈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연 직후인 23일 오후 피해 여성 공무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에 따른 부산시장직 보궐선거는 내년 4월 7일 열리게 된다. 

23일 열린 부산시 긴급확대간부회의에서 변성완 권항대행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감사위원장과 여성가족국장에게 지시했다.  (제공 부산시)
23일 열린 부산시 긴급확대간부회의에서 변성완 권항대행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감사위원장과 여성가족국장에게 지시했다.  (제공 부산시)

다음은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문과 피해여성 공무원의 입장 전문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문]

부산 시민 여러분.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책임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송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과정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 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울러 시민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린 과오 또한 평생 짊어지고 살겠습니다.

한 가지만 간절하게 부탁 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을 입지 않도록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을 포함해서 시민 여러분께서 보호해주십시오.

모든 잘못은 오로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하여 참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되어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마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바로 사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을 너무너무 사랑한 한 사람으로 기억해주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

[피해 여성 공무원 입장 전문]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입니다.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범’, ‘보통’이라는 말의 가치를 이제야 느낍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달 초 오거돈 전 시장 수행비서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업무 시간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오늘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문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습니다.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습니다. 이를 우려해 입장문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타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자회견도 예상치 못한 시간에 갑작스레 이뤄졌습니다. 두 번 다시 이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성범죄 예방과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부산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사건 직후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서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벌써부터 진행 중인 제 신상털이와 어처구니없는 가십성 보도를 예상치 못했던바 아닙니다.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그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사람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사건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입니다.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제 신상을 특정한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 일체를 멈춰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특히 부산일보와 한겨레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향후 제 개인 정보를 적시한 언론 보도가 있을 시 해당 언론사에 강력 법적 조치할 것입니다.

모든 일이 부디 상식적으로 진행되기만을 바랍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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