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받을 수’에 ‘뜻 정’을 써서 내 이름은 수정受情이다. 어른들의 마음을 받아 살길 바라시며 아버지가 손수 지어주셨다. 나는 내 이름의 한자 의미를 좋아하지만, 똑같은 발음이지만 ‘고치고 정돈한다’는 뜻의 수정修整도 좋아한다. 내가 그릇된 마음으로 흘러갈 때 올바른 마음으로 수정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짐작만으로 오해할 때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수정한다.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이름을 부른다. “수정 선생님~, 수정 씨~, 수정아~”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마음을 조금만 바꿔보세요~”라고 들린다.

앤 설리번처럼 불행했던 나였지만...

유아 시절, 부모님을 따라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실수로 농기구에 약지 한 마디를 잃었다. 초등학생 땐 장티푸스로 고열을 앓은 뒤 치아가 모두 탈색되었고, 중학생 즈음엔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어지면서 가정불화로 많은 고민을 하며 학생 시절을 보냈다.

다복한 가정은 좋은 것, 불화不和는 안 좋은 것. 정상적인 몸과 자신감 넘치는 성격은 좋은 것, 평범하지 않거나 소심하면 안 좋은 것…. 나는 이렇게 좋고 나쁨의 경계를 그으며 내게 있는 안 좋은 부분들을 숨기며 살았다. 소매를 길게 늘어뜨려 약지가 안 보이게 손가락을 가렸고, 아무리 즐거운 일이 있어도 활짝 웃지 않았다. 또 부모님의 격한 다툼을 보면서 서럽게 울지라도 학교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행복해 보이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나는 스스로 슬픈 사람,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도 성인이 되었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아 키웠다. 특히 나와 비슷한 마음구조를 가진 큰아이를 보면서 내심 아팠다. 자신을 가리며 주눅 들어지내는 큰아이가 엄마의 고통을 대물림하는 것 같았고, 아이에게 해줄 게 없어서 속이 상했다.

소중한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려면 내 마음이 먼저 건강해져야겠기에, 나는 인성교육 관련 도서들을 읽고 마인드 강연을 찾아다니면서 들었다. 청소년교육 전문가들을 만나 어려움을 꺼내놓고 상담받으면서 내 마음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마음의 세계를 알아갈수록 나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다. ‘올바른 마인드에 대해 일찍 알았더라면 나의 청소년기를 그렇게 방황하지 않고 꿈을 준비하며 알차고 행복하게 보냈을 텐데…’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컸다.

강연 중에 들은 앤 설리번 이야기는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앤 설리번은 어려서 결핵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잃었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잦은 학대를 받았다. 결막 질환으로 시력까지 상실한 앤은 보스턴의 지하 독방에 갇혀 지내며 사람을 보면 공격하고 자해하던 소녀였다. “이 아이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는 진단을 받은 앤에게 어느 날 노老 간호사가 찾아왔다. 그녀는 매일 “애니,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라고 하며 앤을 정성껏 돌봐주었다.

183일 후 앤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후 앤 설리번은 파킨스 맹아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저도 저를 찾아주셨던 간호사 선생님처럼 저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찾아가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앤 설리번은 그 후에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해 모두 포기한 7살 소녀 헬렌 켈러를 만나 그녀가 받았던 사랑을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흘렀고 나도 앤 설리번처럼 내가 배운 올바른 마인드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 사랑을 주고 싶었다.

그 여학생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그래서 시작된 교육 기부 활동이 시간이 갈수록 알차게 진행되었다. 내가 한마음마인드교육원의 원장님, 그곳의 전문 강사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마인드 강연과 마인드 레크리에이션으로 교육 기부를 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잘못된 생각이나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문제를 일으키고 후회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안타까워서 내 시간과 모조리 쏟게 된다.

해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을 여러 통로로 만나는데, 그들 중 70%가 소통의 부재로 마음을 닫은 채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영어의 ‘Human’은 연결하다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한자의 人도 의지하다 연결하다의 뜻을 갖는다. 결국 사람은 서로 마음이 연결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존재이다. 부모님과 자녀, 선생님과 학생, 선배와 후배, 친구와 친구…. 그런데 학생들은 대부분 가족 간의 대화 부족으로 자기 주관만 옳게 여기며 마음에 존경과 질서가 무너져 있었다.

한번은 어느 학교에서 강연하던 중 내가 2017년에 겪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여기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고, 부산으로 옮긴다 해도 가는 동안에 돌아가실 겁니다. 가족들을 부르십시오.”라고 했다. 숨이 막히고, 바닥에 쓰러져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부르고 또 불렀다. 어머니를 그대로 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함으로 불안, 초조, 두려움에 떨었다.

부산으로 이동하는데 한마음마인드교육원의 자문위원님이 내 사정을 듣고 전화를 주셨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마음은 낫겠다는 믿음 쪽에 두십시오. 마음을 먼저 믿음과 행복 방향으로 옮기면 힘든 삶도 그쪽으로 따라옵니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말 그대로 하기가 어려웠지만,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아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우리 엄마 살아! 다시 걸을 수 있어!’라고 불행이 아닌, 행복 쪽으로 마음을 옮겼다. 그 믿음으로 어머니를 간호한 지 22일 만에 어머니는 아주 깨끗하게 나으셨다. 담당 교수님은 ‘3천 명 중에 1명에게 일어날까 말까 하는 사례’라고 하셨다.

헬렌 켈러에게 일어난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난 놀라운 사실을 나는 사진들과 영상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쉬는 시간에 한 여고생이 초조한 모습으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가와 “선생님, 저는 잠을 잘 못 자요. 왜냐하면….” 하고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많은 상처와 아픔에 대해 들으면서, 내가 학생 시절에 겪은 상황과 비슷해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마인드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서럽고 슬픈 상황에서 마음을 행복한 곳으로, 꿈으로 계속 옮겨보았다. 마칠 무렵, 그 여학생의 눈빛이 편안해 보였고 손톱을 물어뜯지 않고 있었다. 새 마음을 받아들여서 미소까지 짓는 학생을 바라보는 선생의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내가 앤 설리번 같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 뒤 학교에서 그 여학생을 다시 만났다. 쪼르르 달려와서 “선생님, 이혼율 제로인 나라를 만들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기능은 잘못된 마음을 버리고 더 크고 깊고 좋은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지막 강연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그 학생이 내 옆에 섰다가 “선생님, 고마워요.” 하면서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정말 행복하고, 그 학생이 너무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들일 때 행복한 줄 몰랐어요”

한마음마인드교육원에서는 교육 기부 외에도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다. 마인드교육 과정을 수료한 엄마들이 만든 부모 교육 커뮤니티 ‘맘쉼터’를 매주 운영하고, 중고등학생들이 활동하는 ‘꿈꾸는 극단’에서는 탈 인형극, 뮤지컬, 문화 건전댄스, 아카펠라 등의 공연을 준비한다. 연습 전, 마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마음 사용법도 배운다.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는 학생들과 함께 어려움에 도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터기,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그리스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해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알렸다. 고맙게도 터키의 도시 사르카야에서는 호텔 숙식과 버스 등을 후원해 주었다. 수도 이스탄불의 한국참전용사협회 회관에서는 70여 명의 참전용사를 모시고 학생들이 춘향전과 태권무 등을 선보였다.

“한국이 그리웠어요. 한국 학생들을 보니 감격스러워요. 전쟁이 나면 또 불러주세요. 가서 또 싸워줄게요.”

한국전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의 감동적인 인사에 학생들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보낼 때보다 다른 이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들일 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어요.”라고 하며 뭉클해했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 진주 시의회에서 학생들과 교육 기부 교사들에게 표창장을 주었다.

교육 기부는 ‘행복 부메랑’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힘이 된 후 항상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다 쏟아 준비한 강연 내용들을 나도 계속 따라함으로써 나도 많이 성장했다. 올바른 마인드 교육 기부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나는 어디든 달려가 즐겁게 행복 부메랑을 날린다. 그러다 보면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감사해 가슴이 벅차오른다.

글=김수정 인성마인드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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