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문가’ 핵심역량 #1: 호환성Compatability

지금이야 음악을 들으려면 스마트폰이나 MP3를 사용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 음악마니아들이 즐겨 쓰던 것은 미니디스크 플레이어였다. 당시 주류였던 카세트테이프나 CD에 비해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음질은 더 뛰어났다. CD는 최대 90분, 테이프는 120분 정도 녹음이 가능했지만, 미니디스크는 8시간까지 녹음이 가능했다.

하지만 MP3가 대중화되면서 미니디스크는 점점 소멸해 갔다. 승패를 가른 것은 ‘호환성’이었다. 파일형태로 소리를 담는 MP3는 전용플레이어는 물론 컴퓨터나 오디오, 자동차 등에서도 재생이 가능했다. 전송이나 편집 또한 용이했다. 반면 미니디스크를 생산·판매하는 곳은 몇몇 일본업체뿐이었다. 그 자체는 뛰어난 기능을 가졌지만, 호환성이 없어 사장死藏된 좋은 사례라 하겠다. 제품이나 기술뿐 아니라 인재 또한 융통성과 ‘호환성Compatibility’을 갖춰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전문가’ 핵심역량 #2: 호기심Curiosity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정작 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때면 정리대상 1순위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에서 다년간 현장실무 경험을 쌓은 이들도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은 대개 잘 짜여진 조직 내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적으로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지만, 정작 그 업무가 왜 그렇게 처리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선배의 업무처리 방식을 ‘호기심Curiosity’ 없이 배워 답습했기 때문이다. 같은 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는 등 혁신을 추구하는 노력이 부족했거나, 그럴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경우에는 사건사고가 잘 터지지 않는 편이다. 설령 문제가 생겨도 외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실무자는 문제제기만 할 뿐, 그 문제의 원인이나 실질적 해결책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실제 문제해결 역량은 전혀 없음에도 ‘나 아니면 이 일을 처리할 사람도 없고, 우리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란 환상을 갖기도 한다.

‘진짜 전문가’ 핵심역량 #3: 끝까지 해보기Completedness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본 경험Completedness’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 어떤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관리자로서의 전문가다. 둘째,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특정 분야나 기술의 전문가다. 어떤 업무가 1에서 10까지의 단계를 거쳐서 마무리된다고 할 때, 자신에게 주어진 3~5나 7~9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는 1에서 10까지를 모두 해 본 사람’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예컨대 TV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라면 TV를 구성하는 각 부품들의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 부품을 구성하는 소재의 특성까지 알면 더욱 좋다. 나아가 해당 기술과 관련된 주변기술까지 두루 섭렵해야 한다. 아무리 한 우물을 파더라도 얕고 좁게 파서는 큰 의미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기술이 필요하면, 이를 배워 이해하고 TV에 접목시킬 줄 알아야 한다. 통신기술이 필요하면 그것까지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자인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처럼, 요즘은 어떤 분야든 한 가지 기술만으로 혁신을 꾀하기란 불가능하다. 헌책방에 비치된 책들은 처음 몇 장만 열심히 읽은 흔적이 있을 뿐, 뒤로 넘길수록 손때 하나 없이 깨끗하다. 책을 읽든 기술을 익히든,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보는 경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이야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꼽는 학생들이 많아졌다지만, 흔히 ‘사자 돌림’으로 불리는 의사, 판사, 변호사 등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최고 전문직이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주도 할 21세기에는 이런 전문직도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낱 기능공으로 그 가치가 격하될 수 있다.

의료 분야만 해도 AI의사나 로봇팔, 나노봇 등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실정이다. 그런 때일수록 앞서 소개한 호환성, 호기심, 끝까지 해보기 등 3가지 역량을 갖춰야 21세기에 진정한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글=박천웅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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