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북동쪽 약 3천 킬로미터 떨어진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Republic of Nauru’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상낙원’으로 불렸다. 단지 남태평양 특유의 수려한 경관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 때문이 아니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교육비와 의료비도 무료였으며, 유학생은 정부가 학비를 전액 부담했다. 각 가정에는 매년 1억 원씩 연금이 주어졌고, 신혼부부에게는 무료 주택이 제공되었다. 단칸방 수준이 아닌, 방 2칸에 부엌과 거실까지 붙은 번듯한 집이었다. 1980년대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로, 미국의 2배였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의 작은 산호초섬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부富를 누렸을까? 비밀은 바로 ‘새똥’이었다. 나우루는 수천 년 동안 갈매기나 신천옹 등 바닷새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바닷새들의 배설물에는 인산칼륨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인산칼륨은 산호초 위에 누적되며 고급비료로 쓰이는 인광석으로 변한다. 1888년, 나우루를 찾은 독일인들은 깜짝 놀랐다. 나우루는 유럽에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인광석이 지천으로 쌓인, 이른바 ‘새똥섬’이었던 것이다. 이후 독일, 호주, 뉴질랜드, 영국의 기업가들이 나우루로 몰려와 인광석을 무더기로 채굴해 갔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강의 식민지였던 나우루도 1968년 독립하며 인광석 채굴권을 넘겨 받았다. 나우루 국민들은 더 이상 땀흘려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퍼다 팔면 돈이 되는 인광석이 도처에 깔려 있지 않은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수입이 들어오자, 지도자와 공무원들도 이성을 잃고 무분별한 복지를 펼쳤다. 국민들도 물 쓰듯 돈을 써댔다.

나우루 국민들의 사치와 낭비가 얼마나 심했는지 살펴보자. 당시 나우루에 자동차도로라고는 길이 18킬로 미터짜리 1개가 고작이었다. 차를 쓸 일이 거의 없건만 사람들은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고급차를 앞다퉈 사들였다. 피지, 하와이, 싱가포르에 전세비행기를 타고 쇼핑이나 관광을 다니는 건 예사였다.

생선과 과일 대신 통조림과 패스트푸드 등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서 국민들은 비만과 당뇨 등 질병에 시달렸다. 인광석 채굴이나 가사노동 등 궂은일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삶이 풍족해질수록, 국민들의 정신은 태만하고 방탕해져갔다.

‘강물도 쓰면 바닥난다’고 했던가. 하물며 울릉도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작은 섬에서 나오는 자원이 오래갈 리 없었다. 1990년대 들어 나우루의 인광석은 차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농사나 낚시 등 일을 하도록 독려했지만, 빨래나 청소 같은 간단한 일조차 외국인 노동자에게 미뤘던 국민들은 일하는 방법도, 의욕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인광석을 캐내간 농토는 온통 바위투성이 황무지로 변해 버렸다. 한때 9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2010년대 이후 23%로 떨어지는 등 나우루 경제는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전기와 식수의 부족, 취약한 기반산업, 성인병 등으로 고통받는 실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지금보다 더 풍족한 삶을 원한다. 보다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을 갖추고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 욕구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험한 음식을 먹으면 우리는 불편을 느낀다. 입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 수는 없다.

그 욕구를 잡아주는 브레이크는 무엇인가? 사고력과 자제력이다. 나우루 사람들이 ‘인광석도 언젠가는 바닥난다. 이 자원을 탕진할 것이 아니라 아껴쓰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여유롭게 살 수 있지만, 그 여유를 다 누리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을 느끼며 살았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풍요로운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행복은 외형적 조건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다. 행복하고 감사할 조건이 수없이 많음에도 행복과 감사를느끼지 못하는 마음의 병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욕구가 지나치게 커진 탓이다. 마음에 욕구를 다스릴 사고력과 자제력의 브레이크가 있다면, 작은데서도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글=조성화(드림아트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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