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의 좌충우돌 육아기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에 출연하는 샘 해밍턴이 ‘동심지킴이’ 아빠로 불리며 두 아들 ‘윌벤져스(윌리엄, 벤틀리)’와 함께 인기몰이 중이다. 초보아빠에서 프로아빠가 된 ‘수퍼히어로’ 샘 해밍턴을 통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되짚어본다.

샘 해밍턴의 첫째 아들 윌리엄은 4살 나이답지 않게 감정표현이 아주 뛰어나다. 말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맑은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투병중인 할머니 ‘나나’가 살고 있는 호주에 가서는 이웃주민에게 “Nana! Love please”라고 말하며 아픈 할머니를 걱정하는 작은어른이다. 비록 영어는 서툴러도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아는 아이였다. 샘을 ‘외국인 출신 개그맨’ 정도로만 알고 있던 기자는 문득 그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해졌다.

아빠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가 있을까? 한글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이 없듯이 부모의 역할 또한 처음에는 어색하고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첫째 윌리엄과 좌충우돌을 겪는 샘의 모습은 갓 아빠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이다.

그러던 그가 윌리엄에게 식사예절을 가르치면서 보여준 모습이 한국 부모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샘은 레스토랑에서 윌리엄과 식사를 하며 얌전하게 도구를 다루는 법부터 알려준다. 식탁에 발을 올리는 윌리엄에게 화난 표정으로 “No!”라고 말하고, 검지 손가락을 흔드는 제스처를 취해 분명하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인을 보낸다. 재차 시도하는 아들에게 같은 행동과 말을 반복하면 서도 끝까지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아이의 반항에 흔들림이 없었다.

샘은 비록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아이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면 안되는 지 설명했다. “아빠는 민폐 끼치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러지 말자.” 늘 재미있고 친구 같았던 아빠의 단호한 모습에 윌리엄은 입을 삐죽했지만 더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다. 아빠의 마음이 전달된 듯 했다. 샘은 아이에게 어떻게 예절을 가르칠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에게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법,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법 등 말이다. 아이가 자라며 겪는 성장통을 부모도 함께 겪는다.

샘은 어떻게 아들의 코 후비는 버릇을 고쳤나?

자주 코를 파는 윌리엄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샘은 대처 방법을 생각한다. 윌리엄의 손가락에 붕대를 감아 코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보고, 샘이 코를 파다 피가 나는 연출도 해보지만, 오히려 아빠에 대한 불신만 심어주고 역효과만 난다. 되려 “나는 4살 형아야”라고 외치며 유치한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자랐음을 과시한다. 고심 끝에 샘은 집에 편지가 왔다고 아이에게 알린다. 보낸 이는 다름아닌 ‘코딱지’다.

샘이 손수 편지지에 쓴 편지를 아이에게 읽어준다. 평화롭게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코 안에서 살던 코딱지 가족에게 어느 날 손가락이 침입했다. 가족들을 모두 끌고 간 손가락 때문에 코딱지가 가족들과 헤어져 울고 있다는 사연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넌 엄마 아빠 없이 살 수 있어?” 코딱지와 같은 처지인 윌리엄은 가족과 헤어진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까지 흘린다. 다시는 코를 파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며 코에 이어폰을 꽂고 코딱지와 통화까지 한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샘은 ‘어린 시절 나도 코파는 습관이 있었는데 코딱지가 나왔을 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고 얘기한다. 본인도 엄마한테 많이 혼났다면서 자신을 닮은 아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 공감력을 바탕으로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나쁜 습관을 고치는 지혜를 짜낸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 수차례 시도하는 샘, 비록 실패도 겪으며 우스운 아빠가 되기도 하지만 끝내 아이의 여린 피부만큼이나 얇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대신 눈높이에 맞는 순수한 방법으로 버릇을 고친다. 샘이 ‘동심 지킴이’ 아빠로 불리는 이유다.

내 마음이 그대가 되어

‘슈돌’에서 기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는 274회 ‘내 마음이 그대가 되어’다. 기저귀를 졸업하고 일명 ‘팬티맨’이 된 윌리엄은 기저귀 한 다발을 동생에게 뿌리며 “아가, 다 가져가라”라고 외친다. 외출해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팬티 입는 사람이다!”라며 자랑을 한다. 그런데 미끄럼틀을 타며 놀던 윌리엄이 소변을 참다 그만 바지에 실례를 한다. 그리고 들키지 않게 근처의 물놀이용 풀에 엉덩이를 담근다. 윌리엄에게 다가온 샘에게 “아빠, 나 쉬 안했어요…”라고 말한다. 샘은 갑자기 쉬 얘기를 하고 추운 날씨에 수영을 하는 아들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상황을 짐작한다. “아빠한테 모든 얘기 할 수 있는 거 알지?”라며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난처한 표정의 윌리엄은 “아가가 볼까 봐 부끄러워서…” 샘이 동생 벤틀리의 귀를 막자 “나 쉬 쪼꼼 했어. 아빠, 미안해”라고 말한다. 샘은 윌리엄의 손을 잡고 “아니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냥 배우는 과정이야”라고 윌리엄을 위로하며 안아준다.

평소 예절교육만큼은 엄격하게 다스리던 샘을 아는 시청자들은 274회에서 샘의 대응을 보고 많은 박수를 보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질 줄 아는 아빠로 성장한 샘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다. 윌리엄이 털어놓은 말과 표정에서 부끄럽고 미숙한 자신에게 풀이 죽은 아들의 마음을 발견해낸다. 그리고 회초리 대신 따뜻한 위로와 사랑으로 아들을 감싸준다.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과 ‘비혼(결혼하지 않음)’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젊은 남녀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과 육아를 미룬다. ‘육아는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지만육아는 샘이 말했듯 그냥 배우는 과정이다. 용변을 가리는 일이 아이에게 어렵지만 실수를 거듭하며 언젠가 윌리엄은 자랑스런 팬티맨이 된다. 부모도 마찬가지 아닐까? 때론 실수도 하지만 샘이 그랬듯 언젠가 슈퍼히어로 부모가 된다. 그리고 이미 아이의 눈에 비친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빠 그리고 엄마다. 같은 고민을 하며 우리를 키우신 부모님이 어린시절 우리에게 완벽한 부모님이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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