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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심 있다면 저를 찾아오세요!’[인터뷰] 인도 AAFT대학교 산디프 마르와 총장
조진실,김진영 글로벌리포터 | 승인 2019.10.07 15:34

영화도시 설립한 인도 미디어 교육계의 대부

볼리우드 영화를 생산해내는 인도의 영화도시를 그가 설립했다. 마구잡이로 일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그는 학교를 시작했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아갈 능력이 없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들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인도 정부와 각국의 대통령들은 그를 문화대사로 임명하고 공로를 치하했다. 영화·미디어 세계에서 도전하며 자신뿐 아니라 모두의 꿈을 키워가는 인도 AAFT대학교 산디프 마르와 총장을 만났다.

산디프 마르와Sandeep Marwah
노이다 영화도시 설립자이자 프로듀서, AAFT대학교 총장이다. 교육부 자문위원이며, 대통령 지명으로 인도 스카우트 총재 직에 올랐다. 미디어 전문가 양성에 힘써왔으며, 54개국 대통령으로부터 문화포럼의장·문화대사로 임명받았다.

총장님께서는 미디어 전문인력 양성 대학과 볼리우드 영화의 산실인 노이다 영화도시를 설립하셨습니다. 미디어 분야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영화와 TV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운좋게 카란스 선생님을 만나 연극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데요. 힌디어와 드라마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은 후에 음악가와 배우, 감독으로 아주 유명해지셨습니다. 극예술에 매료된 저는 연극배우로 본격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뉴델리, 북인도에 있는 극장을 거의 다 다니며 공연했는데, 문제는 연극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TV와 영화계로 눈을 돌렸죠. 몇 편의 영화에 참여해 꽤 좋은 결과를 얻었고 한 장편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님이 돌아가셔서 영화제작이 중단되고 말았어요. 계획했던 일이 모두 무산되어 굉장히 실망스러웠죠.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곧 다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노이다 시에 영화도시를 건립할 아이디어를 떠올린 겁니다.

난관에 봉착해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맞은 것이군요.

맞습니다. 1986년, 제가 영화도시를 기획할 당시에 제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델리 도시계획위원회와 관련 행정부서를 찾아가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죠. 영화계 사람들조차 제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도 저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노이다 시 개발 총책임자를 만났어요. 기회다 싶어 영화도시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와, 이거 정말 흥미로운 아이디어네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시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있어서 좋은 프로젝트를 찾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분께 기획안을 제출했고, 1년을 기다려 결국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냈어요. 여섯 사람과 함께 시작한 일인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투자해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노이다 영화도시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노 아이디어’ 상태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노이다’입니다.

수도 델리와 접해 있고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에 위치한 노이다 영화도시Noida Film City는 빠르게 성장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100에이커 면적의 영화도시 내에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와 세트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방송과 출판 관련 일을 진행하는 사무실 단지와 저널리즘 연구소 등의 부속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를 길러내는 인도 최초의 사립 영화학교 AAFT(Asian Academy of Film & Television)대학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다량의 볼리우드 영화가 제작되는 현장이며, TV·라디오 프로그램이 350개의 채널을 통해 세계 162개국에 방송되고 있다. 1만 7천 명의 미디어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으며, 영화도시에 관여하는 인원은 15만 명에 이른다.

영화도시 관련 사업만 해도 큰 규모인데 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영화도시가 생기고 3년 안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북인도에서는 최초로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만든 것인데요. 그곳에서 각종 TV 프로그램과 장편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을 교육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영화 제작에 대해 체계적으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두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다 보니 문제가 많이 생겼거든요. 전문적인 인력을 제대로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학교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교육사업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 가르치는 일은 어렵고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비용문제나 시설, 인력문제도 따르고요. 그래서 학원 형식의 기관으로 시작한 뒤에 점차 정식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1993년에 50명의 학생들로 학교의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세계 10대 영화학교에 꼽힐 만큼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AAFT대학 졸업생들이 어떤 면에서 우수하다고 보십니까?

저희는 학생들을 군인처럼 교육합니다. 현장에서 문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죠. 미디어 업계는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습니다. 저는 깨어있고, 경계하고, 교감하면서 전투적으로 내달리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 이러한 재능을 발휘하리라고 보기 때문에 군인처럼 가르치는 것입니다. 감정과 욕망을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8년간 군에서 복무한 군인 출신이기도 해서 학생들이 용감한 병사처럼 자신과의 싸움을 싸우도록 교육해 왔습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의 90퍼센트가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유명한 연예인도 많습니다. 나머지 10퍼센트의 사람들 또한 사업가나 회사원, 주부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아라다나 자고타. 배우. 칸영화제에 선정된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모히트 마르와. 배우이며 마르와 총장의 아들이다.
러브 란잔. 영화감독이자 작가.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영화는 세계 최다 제작 편수를 기록하며 춤과 노래, 로맨스를 담은 스토리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마르와 총장은 인도영화에 교훈적인 요소가 담겨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사랑과 열정, 화목, 우정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이 풍부하게 표현돼 있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총장님께서 ‘절망적이라면 산디프 마르와를 찾아가라!’라는 말씀을 인도 청년들에게 널리 알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하신 말씀이신지요?

오래 전이었는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한 남학생이 3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인도 전역의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선포했습니다. 일자리가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죽고 싶을 때 저를 찾아오면 제가 일거리를 주겠다고요. 특히 미디어와 창작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그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아무도 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 막막했던 때가 있거든요. 미래를 생각하면 두렵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불러주는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소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산디프 마르와를 찾아가라’는 캠페인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일자리를 줬는데, 효과가 아주 컸습니다. 미디어 업계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뉴스는 사라졌거든요.

한국에도 희망이 없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총장님 같은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인도 정부가 제게 ‘그림자 부통령Shadow vice-president’직을 주었고, 대통령께서는 저를 인도 스카우트 총재로 지명하셨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700개의 공로상을 받기도 했고요. 54개국의 대통령들께서는 저를 문화포럼 의장이나 문화대사로 임명하셨는데, 모두 청년들을 위해 일한 것을 높이 평가해 주셨다고 봅니다. 무슨 직책을 맡거나 상을 받아서 기쁘기보다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자체가 행복합니다.

산디프 마르와 총장이 ‘영화와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반깁니다’라고 알려온 이유는 기회를 얻지 못해 우울해 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청년들이 100만 명의 청취자들에게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표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 하면, 자유롭게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벤트 사업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무대 또한 제공해왔다.

AAFT대학은 인도 최초의 사립 영화학교로 5개 캠퍼스 5천 명의 재학생들에게 55개 교과목을 가르친다. 실용적인 교육내용으로 현장에 강한 미디어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어 타 영화학교에 비해 학비가 저렴하며, 국제장학금이 지급되는 등 외국인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총장님은 첫인상도 그렇지만,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오신 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 분은 누구입니까?

부모님은 늘 제게 ‘낙담하지 말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기복은 삶의 일부일 뿐이며,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겨울 뒤에 여름이 온다’고 하셨죠. 어린 시절에 그렇게 배워서인지 웬만한 일에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어떻게 배웠느냐가 삶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가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겁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원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배울 마음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가르침을 받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다 배웠다’고 안주하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고 눈과 귀를 항상 크게 여시기 바랍니다.

9월 10일, 마르와 총장의 주도로 노이다 영화도시에서 열린 ‘세계교육 정상회의’에, 인도의 총장과 교육자들이 참석해 청소년교육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총장님은 학창시절에 어떤 학생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열정과 호기심으로 충만했죠. 학교에서 개최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두 번이나 월반을 해서 17살 때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갔어요. 선생님들께 ‘보기 드문 학생’이라는 칭찬을 듣곤 했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15개의 조직과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혁신적으로 활동했어요. 구내식당과 스포츠클럽, 교내 선거까지 관리할 정도였죠. 총장님을 매일 찾아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말씀드리면 총장님은 “자네가 대학을 운영하고 나는 집에 가서 쉬면 되겠네”라고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총장님이 제게 연구실을 하나 내주시는 거예요. 이 일은 델리 대학의 전설이기도 하죠. 오래 일한 교수님들도 공용 연구실을 쓰시는데 학생에 불과한 제가 연구실을 얻은 겁니다. 총장님은 저를 평범한 학생으로 보지 않으셨어요. 학교에 변화를 일으킬 인물로 평가하셨고, 실제로 제가 새로운 많은 일들을 추진했습니다.

한국의 청소년들 중에는 주위 사람들과 대화 없이 고립되어 지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총장님은 전 세계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내고 계신데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속에서 사시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저는 20년 이상 학생들을 교육하며 1만 7천 명의 미디어 전문가들을 훈련시켜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특히 학생들과 개별적인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는데요. 만나서 서로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려고 했던 적도 많습니다. 학생들은 제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걸 무척 신기해했죠.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사람들을 대할 때 그들의 장점을 보려고 애씁니다. 모두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장점만 파악해서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좋은 사람들과만 지내왔습니다.

2019년 여름, 한국에서 열린 리더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마르와 총장.

올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대학 총장포럼’에 참석하셔서 미래 시대 인재상에 대해 토론하신 걸로 압니다. 글로벌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소통이 잘돼야 관계가 좋아지고, 좋은 관계 위에서 진심으로 협력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말을 하지만 소통은 잊고 삽니다. 교실이나 일터에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지요. 악수만으로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진심을 주고받는 대화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무미건조해졌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말라죽을 정도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샘물 같은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와 같은 말들로 조금만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해 소통하는 능력을 발전시켜나가길 바랍니다.

산디프 마르와 총장만큼 열정적인 인터뷰이는 없었던 것 같다. 기자의 질문에 ‘오, 사랑스러운 질문이네요!’라는 말로 시작해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저는 언제나 열정적으로 말합니다.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차 있으니까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을 걸 생각하면 흥분됩니다. 이 자리에 세 사람이 있지요. 인터뷰가 마치면 최소한 세 사람은 에너지를 얻게 될 겁니다.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그의 열정이 가을바람을 타고 독자들에게 전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조진실,김진영 글로벌리포터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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