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도 읽어야 하는 경제신문

대학시절, 난 경제신문을 읽지 않았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던 졸업반 시절까지도 주로 종합지나 시사주간지를 읽었다. 종합지에도 경제 섹션이 있었기에 굳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나는 고등학교 문과, 대학교에서도 문과대학에서 공부한 ‘문돌이’였다. 그래서인지 기사에 등장하는 용어도 어렵고, 머리 아픈 수치나 낯선 개념들이 툭툭 등장해 읽는 흐름을 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야 경제신문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경알못’이긴 하지만, 어깨 너머로 보며 배운 것이 벌써 14년이다. 경제신문이 산업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깊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인사이트, 통찰력’을 기르게 하는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경제신문을 읽어야 하는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경제신문은 부동산, 주식, 환율, 세금제 같은 경제이슈를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 필자는 사회초년생 당시 경제상식, 경제개념의 부족으로 허둥대다 손해를 보기도 했고, 돈을 더 벌 기회가 있는데도 이를 놓쳐서 오랜 시간 쓰라린 속을 달래야 할 때도 있었다. 대학시절 전공 공부는 해도 정작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대학생 때부터 경제신문을 통해 실용적 배움을 거쳐 사회로 나가길 바란다.

내게 필요한 것부터 ‘쏙쏙’ 골라 읽자

아무리 굳은 결심을 했다고 해도, 초보자가 경제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모든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심 있는 그리고 필요한 분야부터 집중적으로 읽고, 다른 내용으로 차츰 관심사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신문에는 우선적으로 읽어야 하는 지면이 있다. 1면의 머리기사와 그날 신문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심층 분석한 3면의 메인기사이다. 이를 모두 읽은 후에는 관심분야를 찾아 읽으면 된다. 이공계 대학생이라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과 관련된 내용들 위주로 읽어보길 권한다.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배우는 내용이 실제 산업현장, 기업들 관점에서는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혹 ‘취업’을 앞두고 있다면 관심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꼭 읽어보자. 기업들의 인재상은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다. 경제신문은 기업의 주력사업이나 트렌드를 다루는데, 이때 경영자들의 평소 지론이나 시각을 좀 더 상세히 다루기도 한다. 평소 경제신문을 통해서 그 기업의 상황 등을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경제신문의 경우, 부동산을 다루는 브랜드인 ‘집코노미’ 기획기사를 연재중이다. 대학생인 만큼 당장은 부동산이 직접적 관심사는 아니겠지만, 내 경험상 흐름을 파악해두면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집코노미는 유튜브로도 콘텐츠가 제공되므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용어? 몰라도 일단 들이대자

경제신문의 정보를 잘 흡수하려면 특정용어보다는 경제신문의 관점이나 시각,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이론적 배경을 개괄적으로 머릿속에 넣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이론적으로 공부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있으면 각종 흐름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가령 ‘소득주도 성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쉽게 풀이하면 소득주도성장은 기존의 ‘낙수효과’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데서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낙수효과落水效果란 거칠게 말하면, 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회사에 고용된) 개인 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성장해도 그 효과가 개인가계에 충분히 흘러넘치지(낙수)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 차라리 거꾸로, 소득을 높여 가계 여력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진작시켜 기업도 살아나게 해보자라는 ‘분수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게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적 이론을 개략적으로 정리를 해놓으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경제 이슈들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경제상식의 개념과 용어들을 익힌 뒤 경제신문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읽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검색해서 알아보면 된다. 그래서 검색을 습관화하길 권하는 편이다. 처음엔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 몰라도 하나둘 용어를 알다보면 어느새 신문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될 것이다. 또한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내용도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다. 경제신문은 특정 계층이 읽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읽어야 하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신문을 펼치고 ‘읽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여기고 부담 없이 접하길 바란다.

글=김봉구
2006년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14년차 기자. 고등교육전문지 한국대학신문과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한경미디어그룹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 뉴스국 기자로 일했다. 한경닷컴 미래기술팀장을 거쳐 IT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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