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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더십의 다른 이름은 존중과 배려입니다전남과학대학교 정명열 교수
김성훈 기자 | 승인 2019.05.17 10:52

전남과학대가 최근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높은 취업률로 주목받고 있다. 이 학교에는 특수통신과·특수장비과 등 군사관련 학과가 많은데, 2013년에는 정예요원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전부사관과가 개설되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졸업생을 배출한 학과장 정명열 교수는 어떤 자세로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정명열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학군사관(ROTC) 36기로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전진부대, 육군훈련소, 노도부대 등전후방 여러 부대에서 지휘관 및 참모로 근무했다. 2013년부터 전남과학대학교에서 특전부사관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래 육군의 주역이 될 정예 부사관 요원들을 길러내고 있다.

특전부사관과에 대해 먼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하사·중사·상사·원사라는 계급이 나오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그게 부사관인데 장교와 병사 사이의 중간 계급입니다. 장교인 지휘관을 보좌하고, 병사들을 감독하고 통제하면서 전투·행정·보급·부대운용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근무합니다. 특전부사관은 말 그대로 게릴라전·정찰·정보수집·암살·시설파괴 등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령부에서 근무하는 부사관을 말합니다.
전남과학대 특전부사관과는 지난 2013년에 생겼습니다. 육군에서는 보다 강화된 전투력과 전문 역량을 갖춘 부사관 자원들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대학과 학-군 제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요. 저희 과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바른 인성을 갖춘 부사관 양성’을 목표로 개설되었습니다.

칠성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정명열 교수.

1998년에 장교로 군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장교의 길을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어려서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위인전을 즐겨 읽었습니다.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지는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저는 감명 깊게 읽었지요.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이순신은 한산도 대첩, 부산 해전 등을 승리로 이끌며 삼도수군통제사에 올랐습니다.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재침공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조정은 이순신에게 ‘왜군과 적극 맞서 싸우라’고 명령합니다. 왜군의 유인책에 말려들까 봐 염려한 이순신은 명을 거절했고, 선조는 그를 파직시켜 한양으로 압송합니다.

결국 이순신 없이 왜군과 맞선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합니다.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했는데, 그때 열두 척 배를 이끌고 왜군을 쳐부순 싸움이 명량 대첩입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이순신이었다면 왜구와 맞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임금이 되려 자신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누가 몸과 마음을 바쳐 싸우고 싶겠어요? 그럼에도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기 기분과 감정을 내려놓고 책임을 다한 그 자세는 참으로 존경받을 만하죠. 저도 이순신처럼 후세가 기억할 만한 참군인이 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2013년에 전역하셨으니 15년을 군에서 보내셨습니다. 직업군인들 중에는 다년간 군생활을 하며 체득한 리더십과 책임감, 인내심을 바탕으로 전역 후에도 각계 요직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교수님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군생활하며 겪은 숱한 어려움이 나를 성장시켰다’고나 할까요. 유격이나 혹한기 등 군사훈련을 받다보면 그야말로 극한에 달하는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군에는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있어서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 완벽하게 수행해야 해요. 참모장교로 대대장을 보좌할 때였는데, 한번은 대대장께서 ‘이런저런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셨습니다. 소대장 보직을 마치고 갓 참모가 된 터라 아는 게 없어 며칠 밤을 새가며 보고서를 완성했지요. 문제를 피할 수 없어서 당당히 맞서다 보니 나중에는 웬만한 문제가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더군요. 평소 10 정도의 어려움으로 단련되어 있는 사람에게 5나 6 정도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군에 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근무지는 어디였냐?’는 질문에 그는 첫 근무지인 전진부대를 꼽았다. 경기도 파주의 전진부대는 최전방에서 임진강 및 휴전선 철책 경계를 담당하는, 전군에서 가장 중요한 부대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여름은 폭우, 겨울은 폭설이 쏟아지고 빡빡한 훈련까지 소화하느라 고생한 기억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름에 휴가를 나왔다가 폭우로 부대 진입로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헤엄을 쳐서 복귀한 적도 있다고 한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보람 하나로 버티던 시절이었다.

학군 후보생들은 대학 3,4학년 방학 때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졸업하면서 소위로 임관합니다. 대개 소대장이 되어 최소 30여 명의 병사들을 지휘하는데요. 기업으로 치면 대졸 신입사원에게 팀장을 맡기는 격이라 하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리더십을 배우며 성장할 좋은 기회인 셈이죠. 그래서 평소에도 어떻게 하면 리더십을 발휘해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저는 한마디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존중과 배려’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칠성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할 때 밑에 주사酒邪가 심한 부소대장이 있었어요. 윗분들은 자질이 부족한 간부이니 일찍 제대시키자고 하셨지만, 저는 선뜻 그럴 수 없었습니다. 토우(대전차탄) 탄피를 가지고 경비초소를 뚝딱 지을 만큼 손재주도 있고 장점도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윗선에서 하라는 대로 제대시켰다면 저로선 오히려 편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아 주면 얼마든지 군에 기여할 수 있는데, 한두 가지 단점이 있다고 사람을 포기하는 게 못내 안타까웠어요. 결국 그 부소대장을 다른 보직에 배치해서 군생활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게 해 주었습니다.

전투력과 인성을 겸비한 부사관을 길러내기 위해 전남과학대 특전부사관과는 강연콘서트와 마인드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명함에 ‘자살예방 박사’라고 써 있는데요, 매우 인상적입니다.

군생활 하는 동안 군복무에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탈영이나 자살을 시도한 장병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장병들이 군복무에 대한 부담을 이기고 활기찬 군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습니다. 자살이 군내에서도 심각한 현안인 터라 자살예방을 주제로 연구를 많이 했지요.

우리나라만 해도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사례가 많고, 외국에서도 헤밍웨이·고흐·마릴린 먼로 등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요.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누구와도 소통하거나 마음이 오가는 일 없이 고립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든 군대든, 어딜 가나 사람 사이에 강등과 다툼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두려움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얼마든지 들 수 있고요. 그럴 때는 주위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마음을 닫고 대화를 피해 버리니까 점점 더 감정의 골이 깊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그래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마음의 고립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하고,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자살예방이나 생명존중 등을 주제로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31만 4천 명이 사망하고 30만 9천 명이 태어날 전망이다. 향후 십수 년 내에 인구가 뚝 떨어지는 ‘인구절벽 시대’가 현실로 찾아온 것이다. 이로써 정치·산업·교육·복지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국방도 예외는 아니다. 병사 복무기간 또한 육군 기준 ‘24개월(’03년) → 21개월(’16년) → 18개월(’20년)’로 점차 단축되는 추세다. 국방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자질과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 양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군에서 부사관의 역할과 책임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네, 전남과학대만 해도 전투부사관과, 화학부사관과 등 여러 부사관 양성 학과가 있는데요. 특전부사관과는 학생들이 태권도 및 특공무술, 폭발물 및 화약 취급 관리, 응급처치 및 인명구조 등 특수전 임무와 관련된 역량을 갖출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그밖에 한국사·군대윤리·상담심리 등 세 과목은 필수과목으로 지정함으로써 전투력과 인성을 겸비한 부사관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내 상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정 교수를,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하며 조언을 구한다.

인성교육은 어떻게 실시하고 계십니까?

인성교육은 콩나물 키우기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시루에 콩을 담고 물을 부으면 물이 아래로 다 빠지는 것 같지만, 꾸준히 부어주면 어느새 싹이 나고 싱싱한 콩나물로 자라잖아요? 수업시간이 되면 5분 정도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예화를 학생들에게 들려준 뒤 수업을 진행합니다. 국제마인드교육원 등 외부 단체에서 강사를 초빙해 강연과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자원봉사 동아리를 결성해 자연정화 활동, 양로원 위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교육과 활동을 병행하는 동안 현장에서 올바른 리더십으로 장교를 보좌하고 병사들을 통솔할 품성을 갖춘 리더로 성장하리라 봅니다.

미래 육군의 주역이 될 부사관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제자들에게 저는 늘 ‘초임하사 때는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군생활해라’고 강조합니다. 어려움은 사람을 강인하게 단련시키고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도록 해 주거든요. 어려움이 없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삶에 닥치는 어려움을 이길 마음의 힘은 키울 수 없습니다. 젊어서부터 마음의 힘을 키우면 나중에 다른 어려움을 만났을 때 어렵잖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대다수가 불행해지듯, 쉽게 손에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평소 정 교수가 즐겨 찾는다는 맛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갖은 나물이 하나로 어우러진 비빔밥 맛이 기가 막혔다. 비빔밥은 이번 인터뷰 주제와도 딱 맞는 메뉴이기도 했다.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 능력이 다른 사람들이 ‘조국 수호’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모인 조직이 군대 아닌가. 늘 따뜻하고 자상하지만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꾸중도 아끼지 않는다는 정명열 교수. 제자들도 그 꾸중이 사랑에서 나온 것임을 알기에 오히려 더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위아래가 한마음이라야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구절이 떠올랐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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