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컬쳐 리뷰 포토뉴스
"애미는 언제나 니편이다"[리뷰] 영화 ‘크게 될 놈’
김교환 캠퍼스리포터 | 승인 2019.05.02 15:59

크게 될 놈
개봉일 2019년 4월 18일
감독 강지은
주연 김해숙, 손호준, 남보라
상영시간 108분
세상에서 가장 멀고도 가까운 모자지간,꾹꾹 눌러쓴 진심, 희망이 되다!
전라도 어느 섬마을, 순옥은 남편 없이 홀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두 남매를 키운다. 순옥의 사고뭉치 아들 기강은 어느 날 무모한 성공을 꿈꾸며 호기롭게 육지로 향한다. ‘엄니, 두고 보소. 내가 어떤 놈이 돼서 돌아오는지.’ 하지만 기강은 범죄자로 전락하고 살인까지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는다. 정부는 사회기강 확립을 내세워 사형집행을 발표하고, 기강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에게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엄니의 생애 첫 편지가 도착하는데….

46년 경력의 국민배우 김해숙과 연기파 배우 손호준 주연의 영화 ‘크게 될 놈’이 극장가에서 조용히 화제몰이 중이다. 한탕주의에 빠져 범죄에 휩쓸리며 살다 사형수가 된 아들,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르던 한글까지 배워가며 백방으로 뛰는 어머니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라는 진부할 법한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은 대사 등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와 감동을 더한다’는 것이 관객들의 평이다.

영화의 배경은 전라도의 어느 섬마을. 남편 없는 주인공 순옥(김해숙 분)은 작은 식당을 하며 아들 기강(손호준 분), 딸 기순(남보라 분)과 함께 살아간다. 왕성한 혈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강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뭐 재밌는 일 좀 없을까?’를 궁리하다 어느 날 사고를 친다.

그때 그 한마디만 안 했어도…
친구들과 뭍에 나가 놀 유흥비를 마련하느라 동네 마늘밭을 급습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못가 경찰에게 붙잡혀 조사를 받고, 형사로부터 ‘주동자가 나오지 않으면 절대 풀어줄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친구들을 위해 총대를 메기로 한 기강은 자신이 주동자라고 자백한다. 덕분에 친구들은 바로 풀려났지만 기강은 범죄자가 될 위기에 놓인다. 어머니가 밭주인과 만나 합의한 끝에 가까스로 범죄자 신세를 면한 기강은 어머니와 배를 타고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도둑놈’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라는 기강의 걱정과 달리, 마을 이장과 어른들은 그를 ‘크게 될 놈’이라며 치켜세운다.
“기강이 이놈이 아주 크게 될 놈이여! 사내자식이 저 정도 배포는 있어야 뭍에 가서도 기 안 죽고 성공한당께.”
‘기강이는 크게 될 놈’이라는 한마디가 기강의 마음 한구석에 씨앗처럼 심겨 점점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급기야 기강은 스스로를 ‘크게 될 놈’으로 여기는 착각에 빠진다.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 섬마을은 너무도 작았고, 결국 기강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뒤로하고 친구 진식과 함께 서울로 떠난다.
‘엄니, 두고 보쇼, 내가 어떤 놈이 돼서 돌아오는지. 꼭 성공해서 돌아올팅게.’
하지만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기강과 진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당포에서 남이 빌려간 돈을 수금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 장물아비와 연결되면서 둘은 차츰 범죄에 빠져든다. 목욕탕 옷장 절도, 취객털이, 택시강도…. ‘인생 한 방’을 꿈꾸며 점점 더 대담해지던 그들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다. 둘은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전락해 사형선고를 받는다. ‘크게 될 놈’이란 한마디가 무서운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이 애미는 언제나 니 편이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끊겼던 아들이 사형수가 되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은 어머니에게까지 전해진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탄원서를 써 줄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애끓는 마음은 안타깝게도 교도소의 아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기강에게는 세상을 향한 울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자신에 대한 절망만이 가득하다. 역시 사형수인 동료 재소자 ‘진영’이 그런 기강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야, 너 면회 올 사람은 없냐?”(진영)
“엄니랑 여동생 있긴 한디….”(기강)
“어머니는 웬만하면 오실 텐데?”
“버린 자식이에요. 연락 안 하고 산 지 꽤 됐어요.”
“편지 써 봤어?”
“아니요. 내 편지 받는다고 좋아할 양반도 아니고….”
“괜찮어, 그래도 어머니는 다 용서하시니까.”
“왜요?”
“사랑하니까! 아무 조건 없이!”
기강은 어머니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만, 정작 어머니의 마음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자신을 면회하러 온 어머니를 보고선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을 난생처음으로 발견한다.
“기강아, 세상 사람들이 다 너를 욕해도 이 애미는 언제나 니 편이다!”
인생의 소망과 의욕을 잃은 채 교도소에서 자살소동까지 벌이던 기강의 마음에 어머니의 한마디가 새롭게 꽂혔다. 그 음성은 인생을 방황과 범죄로 끌고가던 ‘크게 될 놈’이라는 음성을 지워버리고,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어머니의 사랑을 일깨워 주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려야겠다는 삶의 새 목표를 찾은 것이다.

스토리는 간명하지만, 여운은 긴 영화
사람이 잘못된 삶을 스스로 고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진정한 변화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찾아온다.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진심 어린 사랑을 만났을 때 기강은 헛된 기대와 욕망에서 돌아 설 수 있었다. 기대와 욕망이 빠져나간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찬다.

다른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을 알면 그 사람의 마음이 우리 속에도 흐르기 시작하고, 삶에도 저절로 변화가 찾아온다. 오랜 세월 함께했지만 가깝고도 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꽁꽁 감춰놓고 사는 속내를 털어놓기만 하면 금방 오해와 섭섭함이 풀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하다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멀리멀리 돌아가며 사는 사람들이 오늘날 너무도 많다. 우리도 어쩌면 제2, 제3의 기강이가 아닐까?
‘크게 될 놈’의 스토리는 간명하지만 그 여운은 보는 이의 가슴을 오래도록 울린다.

글=김교환 캠퍼스 리포터

김교환 캠퍼스리포터  info@dailytw.kr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교환 캠퍼스리포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