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리뷰

시가총액 1,003조 6,810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3.6배, 직원수 56만 6천 명, 비즈니스 인맥사이트 ‘링크트인LinkedIn’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유료 회원수 1억 명, 거래상품 약 6억 종….

세계 1위 온라인쇼핑 기업 ‘아마존닷컴(아마존)’의 화려한 스펙이다. 1995년 7월 16일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마존은 좋은 책을 세계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장점인 온라인 서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아마존이 도대체 어떻게 유통업계의 공룡인 월마트를 제치고, 기술의 상징인 애플과 구글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걸까?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아마존의 창업정신을 상징하는 도어 데스크를 짚고 선 베조스 회장.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아마존의 창업정신을 상징하는 도어 데스크를 짚고 선 베조스 회장.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아마존에서 근무한 벤처기업가 박정준 씨의 신간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가 그 해답이 될 것 같다. 그가 아마존에서 근무한 기간은 아마존이 고속성장을 거듭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미래를 다녔다’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실제로 아마존은 온라인쇼핑 기업인지 테크놀로지 기업인지 헷갈릴 정도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폰 및 AI 스피커 개발, 드론을 이용한 배송, 무인매장….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치열한 약육강식의 장場이듯, 온라인기업 ‘아마존’은 그야말로 첨단의 끝을 달리는 IT기술의 각축장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이 아마존 고속성장의 원동력일까? 저자 박정준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기술은 수단의 하나일 뿐 목적이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아마존 본사 곳곳에 깃든 창업주 제프 베조스의 기업경영 마인드가 주요 원동력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아마존 직원들은 여느 책상보다 1.5배 정도로 길고 두께도 두꺼운 원목 책상을 쓴다. 직원들이 흔히 ‘도어 데스크door desk’라 부르는 문짝 책상이다. 직원 개인용 책상뿐 아니라 회의실 테이블도 도어 데스크를 이어붙여 만들었다. 회장인 제프 베조스의 책상 역시 마찬가지다.

말단 직원부터 CEO까지 이런 독특한 책상을 쓰게 된 사연은 베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그는 인터넷의 규모가 1년 만에 2,300배나 성장했다는 잡지기사를 읽고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결심한다. 부모님의 노후자금 30만 달러가 밑천이었다. 실패란 단어는 생각도 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돈을 아끼기 위해 집 차고에 회사를 차리고 문짝을 떼다 책상을 만들어 썼다.

“이 도어 데스크는 검소함의 상징이자 효율의 상징입니다. 고객이 필요한 곳이 아니면 아마존은 돈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베조스 회장의 말이다. 효율성과 고객만족을 최우선가치로 두는 그의 이런 정신이 스며든 자취는 이 외에도 많다. 아마존의 경쟁사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실리콘밸리 인재들 사이에 인기 높은 이유는 24시간 뷔페식이 제공되며 각종 음료와 간식이 맘껏 마실 수 있는 등 뛰어난 복지혜택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IT 기업들도 탄산음료 정도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아마존은 드립커피와 차 정도를 줄 뿐이다. 개인적으로 먹고 싶은 음료나 간식은 사비로 자판기에서 사 먹어야 한다. 직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불필요하게 낭비될 자원을 줄이고 이를 고객을 위해 사용하면,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직원들이 그 혜택을 누린다’는 게 베조스 회장의 지론이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출처=한빛비즈)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출처=한빛비즈)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 시내에는 약 4만 명의 직원들이 40여 개의 건물에 입주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은 37층짜리 고층빌딩을 완공했는데, 이 빌딩의 이름은 데이 원(Day 1)이다. ‘데이 원’이란 ‘우리는 인터넷 시대의 첫날을 살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고의 IT기업에 올랐음에도 ‘우리는 아직 출발선상에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경각심과, ‘설령 뒤처지더라도 고객 중심의 가치관을 실천하면 얼마든지 앞설 수 있다’는 의욕,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 않고 다양한 시도를 계속한다’는 도전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그밖에도 저자 박정준은 ‘절약정신, 일의 본질 추구, 장기적 관점, 행동주의, 실패를 통한 혁신, 끊임없는 효율 추구’ 등이 자신이 아마존에서 배운 성장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이란 플랫폼 위에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용기, 그리고 성장원리가 더해져 아마존이란 거대기업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아마존은 다시 새로운 시대의 선구자이자 플랫폼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배웠다는 미래는 10년이나 20년 뒤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가치, 그것이 저자가 지난 12년 동안 세계 최고의 기업 ‘아마존’에서 터득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아무리 시대와 환경이 변해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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