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손지훈 씨가 필리핀에서 보내온 글과 사진 속에서 아름다운 파란 바다와 따뜻한 마음을 만납니다.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우리도 서프라이징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필리핀 여행을 꿈꿔봅니다.

 

봉사시간의 총합을 한마디로?

필리핀에서 봉사하며 지낸 시간들을 한 단어로 말하라면 ‘감탄’이다. 보라카이의 아름다운 백사장 풍경을 볼 때와 발롯(balot,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을 삶은 필리핀 보양식으로 먹을 때 뼈와 털 등이 씹힌다)을 처음 먹을 때처럼 서프라이즈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문화와 사람의 맛을 겪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시야가 넓어져 간다.

개구리반찬은 여우만 먹지 않는다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Aita 부족’ 마을을 방문했다. 아이따 부족 마을은 대체로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었다. 언뜻 보면 아프리카 사람 같기도 한 아이따 마을 사람들은 까만 피부에 곱슬머리가 독특했고 대부분 키가 작았다. 그곳 아이들이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처음 꺼낸 말이 ‘태권도 할 줄 알아?’였다. 나는 왕년에 태권도를 조금 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고 태권도뿐만 아니라 댄스와 한국어까지 가르쳐주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며 산속에서 갖가지 과일들을 따다 주었다. 말은 잘 안 통했지만 마음이 오고 가는 중에 느끼는 기쁨은 과일 맛만큼이나 달콤했다. 아이따 마을의 아저씨는 우리 봉사단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해주었다. 생김새와 맛은 닭튀김과 비슷했는데 다리가 작아 ‘이게 뭐지?’ 궁금해 하며 먹었다. 알고 보니 그 요리는 개구리튀김이었다. 아저씨는 개구리 아홉 마리를 정성스럽게 요리해 한국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준 것이다. 많이 놀라긴 했지만 넉넉잖은 형편임에도 우리를 지극정성으로 대접해 준 아저씨의 마음을 생각하니 감사했다. 깊은 산속, 열악한 환경의 아이따 마을에서 우리 마음이 LTE보다 더 빠르게 연결되어 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가장 즐거웠던 순간

봉사단은 타굼 시청의 후원을 받아 청소년들을 위한 월드캠프를 개최했다. 캠프를 알리기 위해 시청 직원들과 함께 길거리홍보를 다니며 봉사단원들 소개를 하고 장기자랑, 댄스공연을 펼쳤다. 시 구석구석을 방문했는데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우리를 열광적으로 반기며 공연에 환호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학생들에게 둘러싸이니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캠프를 홍보하고 봉사단 활동을 알리는 기간 내내 쉴 새 없이 바쁘고 피곤했지만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필리핀The Philippines

아시아 동남부 태평양상에 있는 나라로 7,10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토의 65퍼센트가 고지대의 산지이다.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7℃이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어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수도는 마닐라. 말레이인이 주를 이루며 영어와 타갈로그어를 사용한다. 전형적인 농업국으로 쌀, 잡곡, 설탕,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원목, 동, 금, 니켈 등이 주요 자원이다.

귀국을 앞두고

나는 1년 동안 필리핀 봉사단의 리더로 활동했는데, 함께 지낸 단원들을 잘 이끌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들과 보낸 시간들은 그 어떤 때보다 의미가 있어 내 추억의 앨범 가장 중요한 페이지에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 봉사단원들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태국, 몽골, 카메룬, 멕시코에서 온 외국인 봉사자들도 있어 그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 더욱 좋았다.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던 만큼 사연은 진해졌으니 말이다. 모두 건강하게 필리핀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길 바라고, 2019년 해외봉사활동을 계획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필리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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