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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데이터로 이 넓은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소셜분석 전문가 소호영
송지은 기자 | 승인 2018.12.28 11:02

세계 최대 직장 평가사이트인 글래스도어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 최고의 직업 50’에서 최근 3년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1위에 올랐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란 회사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 경영전략 수립 등 회사에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직업이다. 해외뿐 아니라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데이터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치학도 출신인 그녀가 어떻게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었을까?

소호영
전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대홍기획 전략솔루션본부에서 소셜분석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사진=김홍수 포토 디렉터)

데이터에 매료된 정치학도
소호영 씨는 현재 롯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에서 ‘소셜분석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소셜분석 전문가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의 감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 전략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고, 광고 캠페인의 성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호영 씨는 지방대 출신, 문과 전공, 여성이 라는 한계로 인해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편입, 유학, 외무공무원 준비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단지 남에게 멋져 보이는 직장을 갖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지, 정작 자신의 적성이나 역량은 모른 채 무작정 덤벼든 것이 실패의 이유였다.
‘지금 내 위치에서 주어진 일부터 열심히 해 보자!’ 목표를 수정한 그녀에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정치’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현재 당신이 맡고 계신, 소셜데이터를 분석해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신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단번에 ‘빅데이터 전문가’로 진로를 결정했다.

미국 해외봉사 단원시절 시카고 한인 페스티벌에서 문화공연을 마치고 함께했던 공연팀과. 맨 아래가 소호영. (사진제공=소호영)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힘 ‘마음의 반격’
어렵게 결정한 진로였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빅데이터를 공부할 때면 공학이나 통계를 전공한 사람들보다 배경지식이 부족해 힘들긴 했죠. 밤늦게까지 공부해도 시험을 보면 많이 틀렸어요.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지금과 달리 당시(2013년)에는 빅데이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문과생에게는 문이 더욱 좁았지요.”
기회를 찾던 중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과정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저녁 수업을 듣고, 근처 찜질방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수업을 듣고 밤에 내려오는 생활을 석 달 동안 한 끝에 수석으로 수료했다.
이처럼 호영 씨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힘은 ‘마음의 반격’에서 나온다고 한다. 대학시절 참석했던 어느 강연에서 연사가 “살면서 어려움을 만나면 마음에 ‘힘들다. 더 이상 안 돼. 다 틀렸어’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때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아니야, 잘 될 거야. 할 수 있어’ 하고 반격해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호영 씨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마다 강연내용을 떠올리며 반격한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전국 대학생 영어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도 마음의 반격 덕분이다. 그녀는 대학 1, 2학년 때 영어말하기 대회에 출전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3학년 때는 출전을 포기할까 했지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역대 수상자들의 영상을 보며 원고의 내용과 목소리의 높낮이, 발표의 강약과 손짓, 시선처리까지 모든 요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원고 작 성과 발표에 적용했고, 지역본선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인 만큼 변수도 많고 결과값도 다양하다. 그래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순간에도 ‘데이터에 항상 답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끝까지 파헤쳐요. 포기란 없죠. 일이 안 풀릴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면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아요.”
한번은 유명 한방병원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몇 년 동안 겨울은 비수기, 여름은 성수기였는데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해당 병원이 단순히 SNS에서 언급된 양(버즈량) 변화만 보거나 단어들의 감성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단어 하나하나가 무수히 많은 방향성(인사이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국회의원의 재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쓸 때 활용했던 ‘로지스틱 회귀 분석’이 생각났다. 결국 호영 씨는 이 방법을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측에서는 분석 결과에 만족 했고, 이 결과는 해당 병원의 세미나 등에서 8회 넘게 발표되었다.

데이터 뒤에 숨은 사람의 마음을 찾는다

사진 김홍수 포토 디렉터

빅데이터는 지금 이 순간도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최신학문이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자기계발이 요구 된다. 그래서 호영 씨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다양한 포럼에 참석해서 트렌드를 파악하며 시각을 넓히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학교 산하 연구소에서 통계와 코딩을 배웠고, 요즘은 토요일에 전문학원에서 조교를 하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무조건 대기업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작은 기업이라도 입사해 경험과 실력을 쌓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원 졸업 후 근무했던 회사에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회사는 구글 애널리틱스 프리미엄 파트너사였는데, 제게 구글 일본지사와의 연락업무를 맡겼어요. 제 연차로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대학시절 미국에서 해외봉사를 하고 댄스팀 ‘라이처스 스타즈’에서 활동한 경력도 빅데이터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됐다. 해외봉사단 시절에는 대학생 캠프에 참석하며 통역과 봉사활동을 했다. 댄스팀의 일원으로는 해외 8개국을 방문해 공연과 통역을 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영어 실력이 늘어 유태인부터 마사이족까지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그 경험은 SNS를 분석할 때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 탄탄한 영어실력 덕분에 구글 일본지사와의 연락을 담당하는가 하면, 영어로 된 강의를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호영 씨가 한번은 매달 회사에 보고하는 트렌드 리포트를 작성하던 중 당시 유행어였던 ‘헬조선’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이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헬조선과 관련된 사람들의 감성표현은 크게 ‘싫다’ ‘분노하다’ ‘혐오하다’ 등 발산적 성향(분노)을 나타내는 표현과, ‘아프다’ ‘고통하다’ ‘절망하다’ 등 수렴적 성향(절망)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나뉘어졌다. 그런데 수렴적 성향의 표현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보며 절망, 고통, 박탈감 등 무기력한 감정 들이 SNS를 타고 전파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찾아내가 힘든 결과였다고 한다. 호영 씨는 ‘세계 최고의 마인드 분석 전문가가 꿈’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TV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출연자들의 생각과 마음을 분석하며 보게 된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분석가다웠다. 그녀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송지은 기자  songj86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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