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프레젠테이션’은 시사이슈, 실제 인물 이야기 속에 담긴 
마음의 흐름을 알기 쉽게 카드뉴스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호는 미국 덴버에서 열린 기적적인 공연에 대해 소개합니다.

취재와 구성 | 고은비 기자 디자인 | 송지은 기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일본의 대지진 때문에 내한 공연 취소 (2011.3.29)
대형뮤지컬 ‘드림걸즈’ 공연 한 시간 만에 중단
‘배우의 갑작스런 건강 문제로’ (2017.6.8)
리차드 막스 내한 공연 취소
‘한반도 내 긴장감으로 주위에서 만류’ (2017.7.24)

티켓 값이야 환불받지만, 관객들의 상실감은
무엇으로 보상받을까.

 


2018년 10월 10일,
미국 덴버에서
또 하나의 공연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크리스마스 칸타타@덴버 콜리시엄, 오후 7시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버스 네 대, 16m 길이의
대형 트레일러
세 대가 함께 움직이는
대형공연으로, 한 달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25개 도시를 순회하는 강행군이다.


덴버 공연 전날,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 공연이 끝나자마자 단원과 스태프들은 서둘러 덴버로 떠났다. 하지만 트레일러 한 대는 마지막 짐을 싣고 오느라 자정 넘어 출발했다.


마지막 트레일러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단장님, 지금 로키산맥 입구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습니다. 폭설로 앞쪽에는 사고가 나고 도로도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얼어붙은 도로 위, 16m 길이의 트레일러는 가까스로 방향을 틀어 네 시간 만에 솔트레이크로 돌아가 다른 고속도로를 타고 덴버로 향했다. 우회할 거리는 1,000km, 도착 예상시간은 오후 7시.

악천후 때문이니 공연 취소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트별 팀장들과 회의를 마친 단장이 갑자기 모두를 불러 모았다.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어젯밤 저희가 한 시간만 더 늦게 출발했다면 아무도 제시간에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단원들이 모두 여기 와 있고, 트레일러 두 대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준비하면, 덴버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자!”
250명의 단원들과 스태프는 하나가 되었다. 여성단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스태프로 나섰다. 트레일러가 도착했다고 가정하고 장비를 날라 무대를 설치하는 예행연습을 반복했다.

 

마침내 공연시간,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미처 세팅이 안 된 무대를 관객들은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트레일러 도착. 모두가 달려들어 단 10분 만에 짐을 내렸고, 단숨에 장비를 정해진 위치로 옮겼다. 막이 드리워지고, 스피커와 조명이 연결되고, 건물이 올라가고…평소 4시간 걸리던 무대 설치가 ‘40분’ 만에 끝났다. 관객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그 광경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사회자의 멘트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리허설은 물론 마이크 테스트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공연이 시작되었다.
열 번 이상 테스트를 해도 잡기 힘든 음향이지만
그날, 수십 개의 핀 마이크는 완벽하게 소리를 내주었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은 그렇게 덴버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다.


“공연팀이 덴버에 온 것부터
제게 기적이었습니다.
시작한 순간부터 끝까지
마법에 걸린 듯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공연을 볼 겁니다.”
- 메리

무대 위에서는 조명이 비치는 곳이 금방 눈에 들어오듯,
우리도 삶 속에서 당장 보이는 어려운 형편에 마음을 뺏겨
절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할 조건을
주목하며 그 어려움을 이겨낸 그라시아스합창단처럼, 우리도
마음의 조명을 소망으로 옮기면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은 자신들의 음악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한다. 태풍이 할퀴고 간 뉴올리언스부터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아프리카 오지의 빈민촌까지. 지난 북미 칸타타 투어 때는
24,500km를 달리며 15만 관객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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