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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청년 터키에서 사는 법<커버스토리>
고은비 기자 | 승인 2018.10.04 21:55

인생의 변화를 꿈꾸며 각자 떠난 해외봉사의 길. 신청 가능한 80개의 나라 중 이들은 모두 터키를 지목했다. 서로 공통점도 없고, 한국에서는 결코 만날 일이 없었을 이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 지붕 아래 가족처럼 살게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벗어던진 네 명의 청년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취약한 ‘화합’ ‘단결’ ‘협동’의 삶을 체험하며 행복을 구현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로운 빛깔로 물들다
나의 대학 생활은 회색빛이었다. 행복하지가 않았다.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낼 뿐이었다. 삶이 지겹고 비참하게 느껴질 때쯤 나는 굿뉴스코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우연히 알게 됐고, ‘의미 없는 삶을 살 바에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라도 하자’ 하는 심정으로 해외봉사에 도전했다.

터키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봉사단 지부장님께서 우리에게 이스탄불의 사르카야라는 지역을 찾아가는 작은 미션을 주셨다. 아는 것이라곤 지역 이름뿐이었기 때문에 길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이는 곧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만히 서서 거리를 둘러보고 있는데, 터키 사람들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하며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우리가 이해할 때까지 여러 번 설명해주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며 손을 흔들어주는 터키 사람들이 정말 고마웠다. 누구를 만나든 마음을 쉽게 열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들… 공허하고 어둡기만 했던 내 마음과 달리 터키 사람들은 참 밝고 순수했다.

터키 사람들의 밝고 순수한면에 반해 지난 6개월을 꿈같이 지냈다고 한다. 그는 어느새 터키 사람들을 닮아 있었다.

우리는 5월 초에 열리는 ‘코리아 캠프’를 위해 태권도,부채춤, 현대무용 ‘춘향’ 등 한국 전통공연을 준비했다. 연습할 장소가 없어 바닷가 옆 길목 한쪽에서 춤 연습을 하곤 했는데, 한참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사람들이 우리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제 막 동작을 익히는 단계였지만 터키 사람들은 우리가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행복하게 웃는 걸 보면서 우리도 그냥 같이 따라 웃곤 했다.

터키에 오기 전에는 막연하게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지내다 보니 오히려 내가 여기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워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시간을 낭비하며 지냈는데 터키에서는 실망스러워할 여유가 없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터키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과 내 마음이 하나 되어 행복 속에 젖어 들고 있었다. 터키는 나에게 희망을 선물하며 마음을 환한 빛으로 밝혀가고 있다.


터키에서 찾은 내 안의 강점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의 특징을 모두 가진 터키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강한 마음을 배워가고 있다.

나는 대학에서 모델학을 전공하고 있다. 사실, 키는 182센티미터로 모델 치고 큰 편은 아니다. 나만의 강점을 만들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고 강한 인상을 살려 모델 활동을 했었다. ‘좋은 모델의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에 강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것을 계기로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해외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터키에서 초반에 했던 주요활동은 ‘코리아 캠프’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것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할 수 있었는데 7월 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과제가 찾아왔다. 바로 터키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코소보라는 나라로 ‘무전여행’을 떠나는 것! 기대감으로 가득 차 말씀하시는 지부장님과는 달리 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알바니아어를 쓰는 나라 코소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누구에게라도 우리를 소개하고 도움을 구해야 하는데 말 거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이틀을 보내니 ‘이러다가 무전여행이고 뭐고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터키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못해도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기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장은 외우고 나머지는 번역기를 이용해 말하기로 했다.

코소보 사람들을 만나 말을 걸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서툴렀지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코소보에서의 미션도 수행하고 잘 곳과 먹을 것도 구할 수 있었다. ‘ 이곳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갇혀 있을 때는 정말 생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부딪쳐 나가자 조금씩 길이 열렸다. 코소보에서 총 7일간의 무전여행을 통해 나는 도전정신의 참맛을 볼 수 있었다.

그날 이후부터는 행사와 부담스러운 활동들이 나를 위한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나는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을뿐만 아니라 아쉽게도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모델들을 발탁해서 키워내는 회사를 세우고 싶다. 사람들이 내 꿈에 대해 막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봉사하면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에 도전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을 배웠다. 꿈을 품고 한계를 넘어 달려갈 수 있는 마음을 선물해 준 터키가 좋다.

1. 어느 초등학교에서 한국의 날 행사에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 2. 농촌 봉사 활동을 위해 갔던 터키 초롬시에 있는 한 농장.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일이 힘든 줄도 몰랐다.

Q. 터키에서의 해외봉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봉사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시간! 한국에서 지낼 때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았어요. 매일 술 마시고 늦게 일어나서 수업 빠지고 당구 치고 노래방을 가고, 저녁이 되면 또 다시 술 마시고… 그런 삶이 후회스러워서 달라지려고 결심도 해보고 노력도 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다시 같은 삶을 반복했어요. 한국에서의 생활이 불규칙한 패턴의 반복이었다면 이곳에서는 규칙적인 삶을 반복해서 살고 있어요. 똑같은 ‘반복’인데 너무 다른 느낌이에요.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하루도 없어요.

항상 한국을 알리고 터키 사람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바쁘게 지냅니다.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그런 생활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저를 보면 ‘윤건석, 정말 발전했구나!’ 싶죠. 1년 가까운 기간을 봉사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좀 길지 않나 생각을 했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코리아 캠프에서 공연하기 위해 봉사단원들이 길 한쪽 공간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편지> 아버지께
아부지~ 저 아들 혜민이에요!

중학생 시절부터 몽골에서 산 그는 몽골이 고향 같다고. 터키는 아버지의 마음을 만나게 해 준 곳이라고 한다.

터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제가 지금 이곳에 와서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난생 처음 하는 댄스공연이 너무 부담스럽고 싫었어요. 그런데 행사 날, 현지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자 우리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많은 사람이 저희를 좋아해주고 박수를 보내주었어요. 항상 우리에게 ‘형제! 형제!’ 하면서 먼저 다가오는 터키 사람들 때문에 공연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아요.

요즘엔 여러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제 마음이 행복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허전함을 느낄 때도 많았거든요. 제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가 저도 신기할 정도예요. 아버지, 터키에서 지내는 소식을 좀 더 일찍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가끔 몽골에서의 생활을 떠올려봐요. ‘내가 그동안 가족들의 마음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참 이기적이었던 것 같고요. 못난 아들을 위해 희생하시고 오랫동안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왼쪽부터 윤건석, 신명기, 류혜민, 유은호. 하루 종일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할 때가 많지만, 여유가 생길 때마다 숙소 근처로 산책을 하러 간다. 오가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서로를 바라보면, 달라도 너무 다른 자신들이 터키에서 만나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고, 그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고은비 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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