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하자베Hadzabe라는 부족 마을을 지나다가 너무 놀라 차를 멈추었습니다. 잠깐 쏟아진 빗줄기는 움푹 패인 길가에 흙먼지와 도랑 찌꺼기들이 뒤범벅된 진흙탕을 만들어 놓았는데요. 원시 사냥부족인 하자베 마을의 아이들이 숲에서 사냥을 하다 뛰쳐나와 도랑물을 보고는 엎드려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습니다. 내 눈엔 누렇고 더러운 흙탕물이 그들에게는 그냥 물이었습니다. 아니, 생명의 물이었습니다. 물의 색깔도 냄새도 없었고, 깨끗하다 더럽다는 수식어도 없었습니다. 가끔 내리는 빗물이 흙바닥에 뒤섞여 진흙탕이 되어도 메마른 땅에 사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살면서 단순함을 배워갑니다. 한국에서는 이리 재고 저리 재며 고민할 때가 많은데요.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생명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내가 말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와 상관없이 나의 작은 관심과 사랑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길이 됩니다.

글과 사진=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노은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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