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에서 스페인어와 함께 공식언어로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과라니어. 사진은 과라니어 알파벳. 출처=www.omniglot.com
파라과이에서 스페인어와 함께 공식언어로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과라니어. 사진은 과라니어 알파벳. 출처=www.omniglot.com

남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원주민 언어 '과라니어'
남아메리카 대륙의 파라과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지에서 현재 약 800만 명의 인구가 사용 중인 언어인 과라니어.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원주민 언어 중 하나로 파라과이, 볼리비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코리엔테스(Corrientes)주(州)에서 스페인어와 함께 공식 언어로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파라과이에서는 스페인어와 원주민 언어인 과라니어가 5세기 동안 공존해 오고 있으며, 1992년 국가 공식 언어로 지정된 이래 과라니어는 오늘날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내포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과라니어가 오랜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파라과이가 지리적으로 스페인 본토와 고립되어 있어 교류가 어려웠고, 과라니족의 수에 비해 스페인 출신의 수가 적어 스페인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기 때문이다.

이구아수 폭포ⓒ박정우 글로벌리포터
이구아수 폭포ⓒ박정우 글로벌리포터

과라니어에서 유래한 대표적 지명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구아수 폭포의 이름이 과라니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라니어 표기로는 ‘Yguazu(으과수)’라고 하는데, 여기서 ‘Y(으)’는 ‘물’을 의미하며 ‘guazu(과수)’는 ‘거대한’이라는 의미이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거대한 물’이라는 의미를 이루며, 275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파라과이의 '종교 중심지'라 불리는 까꾸뻬. 이곳의 지명 역시 과라니어에서 유래했다.ⓒPinterest
파라과이의 '종교 중심지'라 불리는 까꾸뻬. 이곳의 지명 역시 과라니어에서 유래했다.ⓒPinterest

또, 지난 7월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라과이의 ‘종교 중심지’라고 불리는 까꾸뻬(Caacupe)라는 지역에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일대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까꾸뻬의 지명 역시 과라니어 ‘Ka’a kupe(까아 꾸뻬)’에서 유래했다는 것인데 이는 ‘마떼 덤불 뒤’라는 뜻이다. ‘마떼’는 파라과이에서 가장 흔하게 마시는 찻잎으로 현재 파라과이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17세기 이 지역에 살던 호세(Jose)라는 과라니족 조각가가 정글에서 바야(Mbaya)족을 만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호세는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도록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렸고,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성모 조각상을 새겨 숭배할 것이라 맹세했다. 그러자 성모 마리아가 그의 앞에 발현하여 과라니어로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Ka'aguy cupe-pe!(까아구으 꾸뻬 뻬)”, “마떼 덤불 뒤로 숨어라!”라는 뜻이다. 그는 재빨리 덤불 뒤로 몸을 숨겨 무사히 상황을 넘길 수 있었고, 이후 성모 조각상을 새겨 숭배함으로써 맹세를 지켰다고 한다.

아순시온(파라과이)=박정우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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