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폭탄 맞은 GMC 트럭처럼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흉악한 죄를 지은 사람도 있고, 술이나 도박에 중독된 사람도 있고, 정신이 피폐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멀쩡한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 소망을 심고 사랑을 심으면, 신기하게도 그 사람에게서 새 삶이 피어납니다. 그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제 고향은 경북 선산입니다. 제가 일곱 살 때 한국전쟁이 터졌고, 국군의 힘으로는 북한군을 막아내지 못해 미군 등 연합군이 우리나라에 와서 싸웠습니다. 당시 미군은 군용 트럭으로 GMC(General Motors Company)에서 만든 트럭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1950년 여름 어느 날, 미군이 GMC 트럭에 물건을 싣고 마을 뒷산 길로 지나가다가 북한군 전투기의 폭격을 받아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트럭에 탔던 사람들은 죽고, 부서진 차에는 핏자국들이 있었습니다. 처참하게 부서진 차는 쓸모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선산에 살던 어떤 사람이 그곳에 가서 쓸 만한 것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부서진 앞덮개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엔진은 멀쩡했습니다. 엔진에서 발생한 힘을 바퀴로 전달해주는 변속기도, 기어도 멀쩡했습니다. 폭탄에 맞아 외형만 부서졌던 것입니다. 그가 마을로 가서 친구 몇 사람을 데리고 다시 와서 엔진을 끌어내고 쓸 수 있는 부품들도 전부 챙겨서 갔습니다. 그리고 그 부품들을 조립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의 외형이 없으니까, 그는 드럼통을 쇠 가위로 잘라낸 뒤 그 조각들을 잇고 망치로 두드려서 차체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태어난 자동차를, 그는 선산에서 국산 1호 버스로 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산 입구에 감천강이 흐르는데, 전쟁 중에 다리가 끊어져서 버스는 강바닥으로 내려가서 모래사장을 지나 다시 강 언덕 위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엔진의 힘이 약해서 올라갈 때는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다 내려 뒤에서 버스를 밀고 올라간 다음에 다시 타 고 가야 했습니다. 그 버스를 만든 사람이 나중에 큰 버스 회사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폭탄에 맞아 부서지고 망가져서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던 GMC 트럭,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차에서 그 사람은 쓸 만한 것들을 찾아내 버스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는 폭탄 맞은 GMC 트럭처럼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흉악한 죄를 지은 사람도 있고, 술이나 도박에 중독된 사람도 있고, 정신이 피폐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멀쩡한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 소망을 심고 사랑을 심으면, 신기하게도 그 사람에게서 새 삶이 피어납니다. 그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인생을 사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망가진 인생에서 멀쩡한 부분을 찾아내서 거기에 소망과 사랑을 덧입혀 새 삶을 시작하는 것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한 청년이 저를 찾아와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 아버지는 1년에 360일을 술에 취해 계셔요. 그래서 아버지하고 정상적으로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어요.” “그렇구나. 아버지에게 내가 꼭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고, 한번 찾아오시라고 해라.” 어느 날,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그분이 술에 취한 채 찾아왔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마음에 무슨 고통이 그리 커서 늘 술에 젖어 지내십니까?”
그러자 그분이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그렇게 술을 마셔요? 술 좀 그만 마셔요.”라고 하지, 자신에게 그렇게 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왜 술에 취해 사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이분이 군대에서 저격수였다고 합니다. 지금 딸이 서른 살 가량 되었으니, 30년 훨씬 전의 이야기입니다. 북 한에서 간첩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서해안 어느 섬에서 야간에 경계를 섰다고 합니다. 어느 이른 새벽,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데 갈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상부에 보고를 했습니다. “적 발견!” 주위 초소에서 경계를 서던 군인들에게도 그 사실이 전달되었습니다. 명령을 따라서 이분이 먼저 “따당” 하고 총을 쏘았습니다. 조명탄이 터져서 주위가 환해지고 사방에서 갈대가 움직인 곳을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습니다. 잠시 후, 총소리가 그치고 고요해졌습니다. 아무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날이 밝길 기다렸다가, 동이 터오자 이분이 총을 들고 조심스럽게 갈대밭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세 사람이 총에 맞아 죽어 있었는데, 이분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마을 주민 가족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아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습니다. 경계 위치를 한 번씩 바꾸는데, 마을 주민이 그 사실을 모르고 이전에 초소가 없던 곳으로 이른 새벽에 몰래 굴을 따러 갔다가 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그 일로 이분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눈만 뜨면 그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때려 부숴도 그 잔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견딜 수 없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술에 취하면 그 잔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시기 시작한 술이 40년 가까이 이어져, 이제는 술을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술에 다 빼앗기고 산 것입니다. 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서 말짱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 마음에 제 마음에 담겨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술에 취해 있어서 그날은 이야기를 오래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분 마음에 사랑이 심겼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후로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그 잔상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예순이 넘었으니 젊은 사람처럼 어떤 일에든 도전할 수는 없지만, 가족들과 작은 기쁨들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다 망가진 인생이라도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 더럽고 추하고 악하고 거짓되어도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 정신이 이상하게 되었어도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가 화를 내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고 거칠게 행동할지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터가 있습니다. 외형은 어설펐으나 마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선산 1호 버스처럼, 말짱한 마음에 소망과 사랑이 심기면 누구나 새로운 사람으로 변합니다. 사람의 이야기만 더 해보겠습니다.

살인수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교도소에서도 뉘우치거나 돌이키지 않고 ‘나는 남자야!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어? 난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아!’라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자연히 다른 재소자들과 싸우는 등 자주 문제를 일으켜 교도관들에게 여러 차례 징벌을 받았습니다. 그때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여겨지면,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칼을 만들어서 자신을 괴롭힌 교도관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목에 칼을 대고 위협했습니다.
“난 이 세상에 별 흥미가 없어. 이 세상에서 대접을 받지 못해. 그래서 다음 세상에 가고 싶어. 그런데 혼자 가려면 심심하니까 같이 가자.”
그렇게 인질극을 수차례 벌이는 바람에 형량이 1년 더 늘었습니다. 이 사람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한 때는 교도소에서 6개월 동안 손을 뒤로 묶어 놓았다고 합니다. 밥도 입으로만 먹고, 잠도 묶인 채로 잤습니다. 나중에는 겨드랑이 사이로 벌레가 생기는 상황까지 되었는데도 그는 굴복하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살면서도 자기가 저지른 죄 때문에 한번씩 ‘이 죄를 벗고 싶다…’라는 마음이 올라와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방에 있던 한 사람이 “형님, 저는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피로 다 씻었습니다.”라고 한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 그 사람이 건네준 책을 받아들고, 밤새 읽었습니다. 책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이른 새벽녘에 그 의 마음이 깊은 사랑과 감동에 젖었습니다.
인생을 새롭게 보는 눈이 뜨였습니다. ‘난 늘 남한테 져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잘나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바보처럼 살았구나!’ 교도관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게도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출소를 앞두고 생각에 깊이 잠겼습니다. 교도소에서 정말 선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출소하면서 ‘나는 손을 깨끗이 씻었으니 다시는 여기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갔지만, 그들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무수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서야 모든 것이 통제되니까 죄를 짓지 않고 살지만, 자신 또한 출소하면 옛 친구들과 어울려서 다시 죄를 짓고 교도소에 또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에게 새 삶을 가져다준 책을 쓴 목사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목사님, 제가 교도소에서 나가면 목사님 밑에서 지내고 싶은데, 저를 받아 주실 수 있습니까?"
얼마 뒤, 와도 좋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는 다시 17년 동안 자신을 기다린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버지, 제가 나가서 아버지를 뵙고 싶지만, 그 길 로 가면 다시 교도소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를 지도해 주실 목사님 밑에 있겠습니다. 바로 아버지께 가서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버지에게서 회답이 왔습니다.
“나 안 만나도 좋다. 네가 좋게만 되길 바란다.”
그는 출소한 후에도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교회에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지냈습니다.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고 살았던 지난날처럼 어리석게 살지 않고, 죄를 짓지 않고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그는 신학교에 들어가서 목사가 되었습니다. 목사가 된 후 그는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을 위해 마음을 다 쏟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 찾아가서 재소자들에게 강연을 시작합니다.
“여러분, 교도소에서 나가면 다시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결심하지요? 그렇게 하면 반드시 교도소에 다시 들어옵니다.”
그 소리에 재소자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봅니다. 어떻게 해야 죄에 물든 삶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데, 보통 강연 시간에 졸고 앉아 있는 재소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고 합니다.

요즘 그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교도소를 직접 다니며 마인드 강연으로 재소자들의 마음에 소망과 사랑을 심고 있습니다. 그가 방문하는 나라들의 교정청장들이 그의 강연을 듣고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으며 “이것이 재소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이야기다!”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꿉니다. 행복을 얻기 위해 각기 달려갑니다. 인생을 차에 비유한다면, 자신의 차로 마음껏 달릴 수 있다면 달려도 좋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만큼 이곳저곳이 망가졌다 해도, 다시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말짱한 엔진을 찾아내면 됩니다. 망가진 GMC 트럭으로 버스를 만든 사람처럼, 망가진 인생을 새롭게 피어나게 할 수 있는 사랑과 지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이전과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차가 근사해 보이지는 않을 수 있으나 행복한 마음으로 달릴 수는 있습니다. 잘 달리는 차라고 해서 꼭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잘 달리지 못해도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빛나게 하는 위대한 자동차일 것입니다.


글 | 박옥수(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 목사)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