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ㆍ게시판에 갑질 의혹 봇물, 밀수·탈세혐의 압수수색 등 '전방위 수사'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 대행사 회의 도중 광고팀장이 자신이 물은 답변에 대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표시했다. ⓒYTN화면 캡쳐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 대행사 회의 도중 광고팀장이 자신이 물은 답변에 대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표시했다. ⓒYTN화면 캡쳐

광고대행사 직원들과 회의도중 음료수가 든 컵을 던진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36)의 ‘갑질’논란에서 촉발된 사건이 재벌 오너 집안과 대한항공 그룹의 전횡과 탈법 의혹으로 확대되며 관계당국이 수사와 감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당초 조현민 전무의 ‘재벌 갑질’논란으로 부각됐다가 채팅방,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을 통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 듯 제기됐고,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 녹취, 영상 파일까지 언론에 제보되며 총수 일가에 대한 횡포와 비리 고발로 확대됐다.

국적기 대한항공을 홍보 페이지.ⓒ대한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국적기 대한항공을 홍보 페이지.ⓒ대한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게다가 총수일가의 개인 물품을 회사 물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했다는 의혹과 탈세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급기야 국적기 ‘대한항공’의 상호를 박탈해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되며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물벼락 갑질 이후 줄곧 입을 다물고 있었던 조양호 회장이 이번 사건으로 그룹 존폐 위기까지 압박되는 상황으로 번지자 22일 일요일 오후 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회장은 사과문에서 “국민과 대한항공 임직원, 피해자들에게 사죄드린다”며 “딸의 미숙한 행동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조현민 전무와 언니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조현아 전 사장 사건 당시에도 비슷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이 잠잠해진 뒤 집행유예기간인 조현아 전 사장을 경영 일선에 복귀시키는 등 조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만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3일(월) 오전 11시부터 조현민 전무 등 한진가 일가에 밀수, 탈세 의혹에 대해 조사, 내사, 감사가 동시에 이뤄졌다.

이날 관세청은 김영문 관세청장이 주도적으로 관세포탈·밀수 의혹에 대해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관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이 재벌 총수를 상대로 해서는 처음 있는 일인만큼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또 경찰서에서는 조현민,이명희 모녀의 폭행과 폭언 의혹에 대해 공식 수사 및 내사 중이고,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 면허에 특혜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관세청 조사관 20여명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 조현민 전무의 업무공간으로 알려진 서울 소공동 한진 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하고, 경찰은 조 전무의 휴대전화 2대 등을 확보해 조사 중으로 이르면 금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전망이다.

대한항공 직원 단톡방으로 알려진 채팅방에는 제보가 봇물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각종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드루킹 여론조작 지켜본 네티즌들, '인터넷 여론이 곧 국민 여론 공식에 경계'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전 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전무.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전 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전무.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재벌 2세,3세 경영으로 세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 기업의 미래를 쥔 이들의 능력과 자질에 더욱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재벌3세들이 창업주의 정신이 빠진 채 특권을 당연시 여기는데서 오는 ‘갑질’에 대해 비판은 마땅하지만, 집단분노식 접근과 재벌과 가족경영을 터부시하는 흐름 역시 되풀이해서만도 안 된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집단분노에 양면성을 언급하며 "악습을 고치는 사회 전반의 문제제기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유언비어를 동반하고 막무가내로 희생양을 만드는 집단광기로 흘러가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드루킹 사건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여론몰이식 비판에 경계하고 나선다. 이들은 “인터넷에 ‘여론’이라며 표현되는 댓글과 공감표현 등은 얼마든지 특정 집단의 목적에 의해 조작 될 수 있고 왜곡되는 것이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어떤 집단의 의사가 국민 전반의 의사인 것처럼 표현될 수 있는 인터넷 여론에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법조계 한 인사는 “(집단분노가)국민 전반의 의사인지, 특정 집단의 입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집단분노에 대한 판단은 늘 딜레마”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