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정비본부 정비기술그룹 소속 항공정비사 김민정씨

남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복잡하고 일도 험한 비행기 정비에 꿈을 품고 도전한 여성이 있다. 곧 입사 1주년이 되는 진에어 정비본부 정비기술그룹에서 일하는 김민정 씨다. 특히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의 해외봉사를 통해 배운 협동심이, 분업화되고 체계화된 항공정비 분야에서 일하는 데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비행기와의 운명적 만남
김민정 씨가 운명처럼 비행기와 사랑에 빠진 건 열세 살, 초등학생 때였다. 방학 동안 참석한 영어캠프 프로그램 중 인천공항 견학을 갔다가 신세계를 본 것이다. 세계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시설을 자랑하는 거대한 공항과 그곳에서 본 다양한 나라 사람들, 활주로에서 멋지게 이륙하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꼭 비행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몰고 멋지게 하늘을 나는 조종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조종사 대신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돕는 항공기 정비사의 길을 택했다. 어릴 적부터 레고 조립 외에도 간단한 기계 조립하는 걸 좋아했고, 운동하고 몸 쓰는 일을 좋아했었기에 항공정비사는 마치 김민정 씨를 위해 준비된 직업 같았다.

항공기계학과에서 꿈을 향해
정비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결함을 수리하는 것뿐 아니라 ‘기계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관리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항공기 정비는 다른 정비업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정교하고 꼼꼼한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나 선박은 이동 중 문제가 생기면 잠시 세워둘 수 있지만, 상공을 나는 비행기는 잠깐이라도 멈출 수가 없기에 미연에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요즘에는 저렴한 티켓 가격에 품질 높은 서비스를 내세운 항공사들이 많아져서 전문성을 갖춘 항공정비사의 수요가 느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2년제 전문대학 항공관련 학과에서 정비기술을 익힐 수 있는데 김민정 씨도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기계과에서 항공정비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배우며 점점 꿈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브라질에서 GET한 인생 자산
대학 생활 동안 공부뿐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경험하고 싶었던 김민정 씨는 1년 동안의 굿뉴스코 해외봉사 활동의 기회를 만났고 브라질로 파견되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브라질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고자 한국문화와 태권도 교실을 열어 문화사절단 역할을 했고, 현지 청소년센터 증축공사 같은 사회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덕분에 피부는 구릿빛으로 그을렸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생소한 문화권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는 인생 자산을 얻어왔다.

항공사도 피해갈 수 없는 취업난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김민정 씨에게 어려움이 닥쳐왔다. 학교를 졸업하던 해가 바로 항공업계의 불경기였던 것. 당시 항공사는 신입직원채용 인원수를 많이 줄였고 한 달짜리 인턴실습 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항공사 취업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대학교 인력항공기제작 동아리 활동도 이 시기엔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변 동기들은 항공업을 떠나 다른 기계관련 분야로 취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정 씨 마음에는 오로지 항공정비사의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진에어의 첫 여성 항공정비사!
막연하기만 했던 취업준비 기간 2년이 지났을 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진에어에서 실시하는 특별채용에 담당교수님의 추천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된 것. 직무적성 평가에 이어 인성 평가 면접에서 ‘상사와 트러블이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해외봉사를 가서 배웠다’는 사려 깊은 답변을 하여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운도 그녀 편이었다.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그녀는 그렇게 진에어 정비본부에서 첫 여성 항공정비사가 되었다.

현장에 가고 싶었는데…
항공정비 분야는 크게 현장에서 항공기를 정비하는 현장정비와 사무실에서 현장정비를 돕는 정비지원으로 나뉜다.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던 기대와는 달리, 민정 씨는 행정직으로 배치받았다. 정비사들이 정비기술교육을 받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기록을 관리하는 일이 그녀의 업무였다. 현장 항공정비사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녀에게는 퍽 아쉬운 배치였다.

‘2, 3개월 후면 업무가 바뀌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남자 못지않게 현장정비를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아쉽기도 했단다.

무엇보다 소중한 지금의 업무
보통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회사사정에 어둡고 업무능력이 미숙한 점을 고려해 비교적 쉬운 업무가 주어진다. 이때 어떤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 기대했던 것과 다른 일을 맡으면서 섭섭한 마음을 갖거나 회사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시기를 거치는 것이다.

민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학생 시절 브라질 해외봉사에서 배운, 마음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생긴 고민을,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언니에게 털어놓았다. 그 언니는 김민정 씨가 회사의 첫 여직원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녀를 바로 현장에 투입하려 해도 현장에는 그동안 여성이 없었고 여성을 배려하는 시설도 없기에 그곳에 바로 배치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말을 들으니 오해가 풀렸다. 오히려 현재의 위치에서 업무를 충분히 배워 기초를 다져두면 후에 현장에 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업무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계 최고의 여성항공정비사!
관점을 바꾸니 회사생활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내 체력이나 기술, 회사 분위기를 봤을 때 적응하는 데 더 오래 걸렸을 거야. 정비행정직에 근무하면서 회사에 대해 알아가고 적응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어’ 하고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 관리 업무는 비교적 단순한 편에 속했지만 사무실에서 높은 직위의 선배님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서 회사가 운영되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기회도 생겼다. 또한 항공기는 기종마다 정비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자격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교육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는 것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큰 혜택이었다.

당장 현장에 투입되는 것보다 기초를 다지고 항공정비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현재 김민정 씨는 교육관리업무 틈틈이 기종별 정비 매뉴얼도 숙지하고 영어공부도 병행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즐겁게 일을 하고 공부를 하니 누구보다 능률이 빠르게 오르지 않을까? 훗날 탄탄해진 기초와 정확한 소신을 가지고 멋지게 비행기를 정비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진 홍수정 기자
사진 홍수정 기자

김민정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기계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진에어 정비본부 정비기술그룹 소속 정비사로 입사했다. 비행기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자칫 사고가 나면 수많은 승객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정비사의 책임이 아주 막중하다. 항공기 관련 사건사고들을 보면, 나사못 하나를 잘못 끼우거나 하는 등 사소한 실수가 큰 참사로 이어진 사례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20만 개 이상의 부품과 650개 이상의 핵심기술이 투입되는 비행기를 다루는 일은 세심함, 정확함 등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녀는 현재 정비사들의 교육 프로그램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비행기 정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지식과 경험을 쌓고 있다. “배움의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며, 미래를 향한 보람과 즐거움으로 오늘도 즐겁게 근무합니다.” 그녀의 말에서 자부심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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