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동지도 없는 아프리카 케냐 정치의 희극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이어져 온 케냐 정치계의 혼란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우후루 무이가이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라일라 아몰로 오딩가 야권연합(국민수퍼동맹:NASA) 대표 간의 전격 회견이 있었다. 정부 청사에서 만난 케냐 정치계의 양대 거목은 케냐 국민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언은 여당과 야권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좌)과 라일라 오딩가 (사진=보도화면 캡쳐)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좌)과 라일라 오딩가 (사진=보도화면 캡쳐)

지난 해 8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에게 9% 차이로 패한 야권 연합 후보 라일라 오딩가는 즉각 선거 불복을 선언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시했다. 급기야 대법원까지 올라간 부정선거 의혹은 케냐 역사에 전무후무할 ‘재선거’라는 판례를 남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10월에 재선거가 치러졌지만, 라일라 오딩가는 부정선거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재선거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으로 선거에 불참했다. 경쟁자가 없는 우후루 케냐타는 99%의 표를 수확하며 손쉽게 연임에 성공했다. 라일라 오딩가와 야권 측은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야권 우세 지역만의 독립 국가를 세우자는 설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급기야 지난 1월 30일, 라일라 오딩가는 자신이 진정한 케냐 국민의 대통령(People's President)이라고 선언했다. 법적 당위성이 없는 선언이었기에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야권 측의 이러한 돌발행동은 정부를 자극했고 정치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여당 주빌리에서 발표한 오딩가 환영 성명
여당 주빌리에서 발표한 오딩가 환영 성명

이번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라일라 오딩가 대표 간의 협력 선언은 이러한 여야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라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라일라 오딩가는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집무하는 정부청사에 찾아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 역시 라일라 오딩가의 제의를 환영했고 여당 주빌리 측에서도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케냐 정치계의 양대 거목이 협력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 케냐 정치권은 당분간 안정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일라 오딩가의 협력 선언에 불만을 갖고 있는 기존 거물급 야권 인사들이 반발을 일으키고 있어 그들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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