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제 8편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자연 그대로가 아름다운 디자인이 되는 핀란드. 자작나무가 우거지고,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으며, 황홀감에 빠지게 하는 오로라까지 다채로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핀란드의 사람, 문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생생한 핀란드 스토리에 빠져보자.

겨울나라 핀란드를 소개합니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
겨울철 호수와 숲의 조화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경이롭기까지 한 핀란드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로 수도는 헬싱키이다.
한국처럼 오랫동안 주변국의 침략을 받아왔는데, 올해로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었다. 스웨덴은 12세기부터 핀란드를 지배하며 핀란드의 정치, 언어, 화폐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스웨덴식으로 바꾸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이 일본어를 사용하고 이름도 일본식으로 개명해야 했듯이 말이다.
스웨덴의 통치는 약 600년 동안 이어지다가 1809년에 스웨덴은 핀란드를 떠났다. 길고 긴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이번엔 소련이 이어서 핀란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100년 간 소련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스웨덴 세력이 남아있어 50년 동안은 스웨덴어가 유일한 공용어였다. 이후 핀란드에서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핀란드어 공식 사용과 핀란드식 개명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핀란드는 소련의 지배 아래 있으면서 핀란드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국민들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기 시작했고, 1932년에 소련과 핀란드의 ‘겨울전쟁’이 일어났다. 이 전쟁은 독일이 개입하긴 했지만 약소국인 핀란드가 강대국인 소련을 상대로 큰 피해를 입힌 전쟁으로 유명한데, 이후 두 나라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스웨덴인이 아니고 러시아인도 되지 않을 거라고 외치며 핀란드인이 되고자 했던 핀란드 국민들은 1917년 12월 6일에 지겹도록 지속되었던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7세기 동안자신의 언어와 이름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핀란드인이라는 정체성과 민족성은 그들에게 ‘독립’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오늘날까지 지켜주었다.

변덕스러운 기후와 신기한 백야현상
가장 더운 7월의 평균온도는 영상 18도이며 가장 추운 2월의 평균온도는 영하 9도로 유럽에서 가장 추운 나라에 속한다. 겨울에는 내복 없이는 살 수 없고, 목도리, 장갑, 모자등의 방한용품들과 한 몸이 되어야만 외출할 수 있다. 핀란드에도 사계절이 있지만 봄, 여름이 왔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가을과 겨울이 금방 다가온다.
핀란드는 날씨의 변덕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그 말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있다. 한번은 3월 말에 세우라사리Seurasaari에 간 적이 있다. 겨울이 끝나가는 터라 패딩대신 두툼한 가디건을 입었다. 막상 도착하니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좀 불었지만 비교적 따뜻한 편이어서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찬 바람과 비가 몰아쳤다.

시간이 좀 지나자 구름이 걷히고 선글라스를 껴야 할 정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맑아진 날씨에 숲으로 들어갔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먹구름이 재차 몰려오고 바람은 전보다 더 거세졌다. 그러다 결국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날씨의 변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구경을 마치고 숲에서 나올 땐 눈이 그치고 다시 해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왼쪽은 푸르고 맑았으며, 오른쪽은 새카만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핀란드에서는, 고위도 지방의 한여름 밤에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백야白夜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때는 밤12시가 넘어도 어둡지 않고 새벽 2시가 되면 다시 밝아지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관광객들은 백야현상을 체험하기 위해 날을 새며 시간마다 사진을 찍는다. 집집마다 암막 커텐을 가지고 있으며, 커튼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와서 안대를 끼고 자기도 한다. 또한 종일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선글라스가 필수 아이템이다.

북유럽 감성 핀란드 디자인
핀란드는 ‘Suomi(수오미, 핀란드어로 핀란드를 가리키는 이름) Finland 100’이란 슬로건 아래 2017년을 뜻깊게 보내고 있다. 디자인의 나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회사들은 올 한 해 ‘독립 100주년 기념 디자인’을 선보인다.
독립 기념 디자인의 첫 번째는 핀란드 국민들이 소지하고 있는 여권과 주민카드이다. 여권 표지 색상은 붉은색 그대로지만 ‘Suomi Finland 100’의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안쪽 페이지의 양끝은 눈의 나라답게 아름다운 눈의 결정체가 새겨져 있다. 각 페이지마다 아름답게 펼쳐지는 푸른색의 핀란드 자연이 북유럽의 정취를 가득 담고 있다.

알바 알토Alvar Aalto는 핀란드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디자이너다. 두 번째로 조명되는 작품은 그의 작품 중 핀란드 디자인의 대표적인 상징으로도 통하는 ‘Stool 60’과 테이블이다. ‘Stool 60’은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의자이다. 핀란드 자작나무를 한 겹 한 겹 얇게 붙여서 새로운 나무 가구의 유연함과 정교함, 실용성, 기능성, 그리고 북유럽만의 감성까지 모두 담았다. 100주년 기념작품으로 특별히 핀란드의 색상을 담았으며 L자형 다리 위에 그레이, 블루, 그린, 올리브그린 색상의 테이블과 의자 상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유명한 이딸라Iittala의 핀란드 블루 컬렉션이다. 온통 아름다운 블루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이딸라는 핀란드 대표 색상 피니쉬블루Finnish Blue를 통해 핀란드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알바 알토의 유리잔과 화병, 오이바 토이카Oiva Toikka, 카스테헬미Kastehelmi 시리즈의 푸른색 ‘Finnish Blue’는 이딸라의 역사와 핀란드의 역사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핀란드 교육과 복지
핀란드식 교육은 세계 교육경쟁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학비로 인한 교육의 차별화를 해소하기 위해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실시해 왔다. 실제로 핀란드는 초등교육부터 대학원교육까지 등록금이 면제되며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행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대학등록금을 면제 받으며 공부했는데, 2017년부터 영어로 전공과정을 밟으면 등록금을 내야 하고 핀란드어로 공부하면 내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외국 학생들도 학생증만 있으면 교통, 식당, 유스호스텔 등의 경비를 할인받을 수 있어 전 세계적 학생들 사이에 핀란드 유학은 인기가 높다.

핀란드 하면 ‘복지의 나라’라는 키워드 또한 따라다닌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굉장히 빈곤한 나라였다. 핀란드 정부는 그때부터 복지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부유할 때보다 없을 때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업, 질병, 연금생활에 대비한 사회보험, 자녀수당, 육아수당 등 복지제도와 건강보험, 무상 공교육의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 만나지 못한 산타 할아버지, 어른이 되어 만나다
어릴 적 밤새 기다렸던 산타 할아버지가 핀란드에는 실제로 존재한다. 핀란드 산타마을은 라삐 지역의 중심 도시인 로바니에미에 위치한다. 수도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까지 90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어서 기차를 타고 가면 80유로의 비용으로 8시간 20분 걸려서 갈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승용차로 이동하면 9시간 이상 소요된다.
핀란드 산타마을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산타 할아버지 몇 분이 있다. 산타마을 입장은 무료이지만 산타 할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관광지답게 기념품가게도 있고 순록썰매를 타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예전에 크리스마스 다음 날 산타마을에 간 적이 있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 산타박물관에 갔는데 때마침 산타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서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 와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사진 속 산타는 4,50대 된 젊은 산타였다. 진짜 산타 할아버지는 만나지 못했지만 젊은 산타와의 인증샷으로 산타마을에 발도장을 찍고 온 걸 증명할 수 있었다.

사우나문화의 원조 핀란드
사우나는 한국이 원조인 줄 알았는데 핀란드에는 집집마다 사우나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사우나의 원조는 핀란드이며 ‘사우나sauna’라는 단어도 핀란드 말이다. 한국사우나가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거나 적정 온도가 유지되어 있는 뜨거운 방에 들어가 땀을 내는 식이라면 핀란드는 전기 또는 장작으로 불을 때어 철로 된 기계를 달구고 그 위에 올려진 돌에 물을 끼얹는다. 그러면 물이 증발하면서 수증기가 되어 온도가 올라간다. 그 안에서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우나 문화가 있다. 세계에서 호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 만큼 사람들은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호수 옆에 사우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뜨거운 사우나를 즐기다가 바로 앞에 있는 호수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한다. 그렇게 하면 몸이 건강해진다고 한다. 또 자작나무 말린 것을 꽃다발처럼 묶어 사우나를 하는 동안 물에 적셔서 몸을 가볍게 때리면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어 좋다고 한다. 핀란드의 모든 집에는 사우나가 있고 1~2인용 이동식 사우나도 있다. 전쟁 중에도 사용됐던 이동식 사우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숲으로 여행을 할 때 이용되기도 한다.

핀란드에 오면 맛볼 수 있어요^^

까르얄란삐라까karjalanpiirakka는 흔히 ‘쌀빵’이라고 불린다. 2011년부터 EU로부터 전통특산물 보증을 받을 정도로 핀란드의 대표적인 전통 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하게 데워서 버터를 발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순록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아주 귀한 음식이다. 요리할 때 맥주를 사용해 잡내를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우리나라의 불고기처럼 요리를 한 뒤 으깬 감자와 잼 등과 함께 먹으면 맛이 어우러져 맛있는 별미가 된다.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 핀란드에서 해외봉사자를 모집합니다.

자연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으며 교육과 복지가 탄탄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나라 핀란드. 아름다운 오로라와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신기한 백야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자연도 마치 디자인된 것처럼 너무 멋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에는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외로움을 느끼며 고립되어 지내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핀란드에 오셔서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문의 :iyffinland@gmail.com)


​헬싱키(핀란드)=김진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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