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투표집계 오류 판단, 10월 26일 재선거 결정 … 대선 후보ㆍ지지자간 갈등 심각

한국대사관, 교민들에게 집회시위 정보 전달·외출 자제 통보

지난 8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케냐에서 불과 2개월 만에 재선거를 치르게 되며 정국이 대선 소용돌이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시민들은 유혈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5년 임기제인 케냐 대통령 선거는 지난 8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54.3%를 득표해, 44.7%를 얻은 라일라 오딩가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었다.

그러나 낙선한 오딩가 후보측과 야권은 선거관리위원회(IEBC)가 해킹당해 5백만 표가 조작됐다며 이의를 제기해왔다. 대법원은 대선 투표 집계 과정에서 변칙과 불법적이 오류가 있었고 헌법에 맞게 치러지지 않아 무효라고 발표하고 10월 26일 선거를 다시 치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 케냐타 대통령은 분노하며 판사들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하며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사법체계를 손보겠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전국을 순회하며 유세를 펼치고 유력한 후보 오딩가측을 향해 비난 수위를 높여갔다.

대법원의 판결로 10월 26일 재선거를 치르게 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측은 대법원 판결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전국을 돌며 지지자를 모으고 있다. (사진 우후루 케냐타 후보측 페이스북)
대법원의 판결로 10월 26일 재선거를 치르게 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측은 대법원 판결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전국을 돌며 지지자를 모으고 있다. (사진 우후루 케냐타 후보측 페이스북)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측은 선관위의 개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반발하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관위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가며 장외투쟁을 밝혔다. (사진 라일라 오딩가 후보 페이스북)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측은 선관위의 개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반발하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관위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가며 장외투쟁을 밝혔다. (사진 라일라 오딩가 후보 페이스북)

후보등록을 했던 오딩가 후보는 8월 대선을 담당한 일부 선관위 위원을 교체하는 등 선관위 개혁을 요구했지만 이 같은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가 지난번 선거보다 더 나쁠것이라며 장외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 후보(사진 좌)와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 (사진 페이스북)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 후보(사진 좌)와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 (사진 페이스북)

오딩가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난하고 나서자 지지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산발적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오딩가 지지자가 매주 월·수·금요일에 거리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양 후보 측 비난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케냐타 현 대통령은 "오딩가 후보의 불출마에 상관없이 대선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오딩가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헌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불출마 선언을 비꼬았다.

오딩가의 불출마가 8월 대선 이후 폭력시위로 고조됐던 정치적 긴장감을 키울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케냐 대법원은 예정된 대선을 치를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야권은 선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게다가 오딩가를 배출한 루오족과 케냐타의 키쿠유족간 부족 갈등이 더해져 집회가 폭력으로 확산될까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점점더 깊어지고 있으며, 한국대사관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사관측은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집회시위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메시지등을 통해 위험지역 출입 자제 및 주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대사관측은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집회시위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메시지등을 통해 위험지역 출입 자제 및 주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나이로비에 있는 주케냐 한국대사관은 케냐 내 한인들에게 시위와 집회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위험 지역 방문을 삼갈 것으로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냐 현지 교민 A씨는 “현재 한국 사람들은 모두 안전한 상태지만 집회 현장 근처나 시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상태다”며 “많은 시민들이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하루 빨리 케냐 사회가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로비(케냐)=신삼일 글로벌리포터
​정리=이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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