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2주간의 총장포럼 일정 중, 주말에 갖는 특별한 즐거움은 단연 민박 프로그램이다. 생전 처음 만난 타국인의 집에 머무는 것을 곤란하게 생각하던 총장들은 가족들의 환대와 정갈한 식사와 잠자리에 마음을 열었다. 포럼 내내 총장들을 수행한 자원봉사자 대학생들과 민박에 참여한 자원자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잠비아 코퍼벨트대의 헬렌 부총장님, 요크 교수님과 함께.
잠비아 코퍼벨트대의 헬렌 부총장님, 요크 교수님과 함께.

영어도 못하고 전문 수행원도 아니지만
권지영

지인으로부터 총장포럼에 수행자원자를 모집하는 소식을 듣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잠비아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다녀왔지만 영어를 썩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영어 실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수행원 활동을 시작했다. 1주차에 잠비아 코퍼벨트대학교에서 오신 부총장님과 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해외봉사를 다녀온 나라 분들이어서 반갑기도 하고 그래서 더 긴장이 되기도 했다.

교수님들을 처음 만난 날, “믈리샤이니!” 하고 잠비아 말로 첫인사를 건넸다. 교수님들은 활짝 웃으시며 “어떻게 그 말을 아냐?”고 물으셨다. 작년 한 해 잠비아에서 봉사활동을 한 일과 내 잠비아 이름인 차왐마 무쏜다Chawamma Mussonda를 알려드리자 마음을 활짝 여시고 반가워하셨다. 일주일 동안 빡빡한 일정 속에서 틈틈이 서툰 영어로 잠비아에서 지낸 추억을 나누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다음 스케줄로 넘어갈 때는 죄송하기도 하고 행여나 힘들어서 호텔에서 쉬시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일정을 잘 따르시고 공연이나 강연을 들으며 너무나 좋아하셨다.

행사가 끝나고 출국하시기 전날, 아쉽기도 하고 수행을 잘 못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다. 교수님이 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정말 고맙다. 나중에 잠비아에 꼭 다시 와.”라고 하셨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시더니 가족들 사진을 찾아 한 명 한 명 소개해주셨다. 나를 가족처럼, 친구처럼 대하시는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전문 수행원도 아니고 영어도 서툰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다니! 생소한 일을 하며 일주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잠비아 교수님들의 따뜻한 마음 덕에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난 믿을 만한 수행원이 아니었다
황신실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에서 음악회를 관람하던 날의 일이다. 광주에서 민박을 하신 총장님 다섯 분이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셨다. 음악회가 끝나면 각자 민박 장소로 가야 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총장님들의 짐을 해당 차량으로 옮겨야 했다. 다른 수행원이 총장님들을 모시고 식당으로 가고, 나는 차를 기다렸다가 짐을 나눠 싣고 식당으로 갔다.

‘오, 이런!’ 식당에 도착해서 내가 모시는 총장님 가방을 하나 빠뜨린 것이 생각났다. 버스 주차장에서 식당까지 거리가 꽤 멀었는데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보다 더 난처한 것은 총장님께 걱정을 끼친 것. 총장님께 “제가 다시 버스에 가서 짐을 찾아서 차에 실어 놓을게요. 저만 믿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헐레벌떡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며 속으로 말했다. ‘나만 믿으시라고?’ 한숨이 나왔다. 난 전혀 믿을만한 수행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총장님들을 모시고 있는 동안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총장님들은 예쁘게 봐주시고 기분 좋게 받아주셨다. 포럼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총장님들이 내 손을 꼭 잡고 “일주일간 너무 고마웠다”고 하실 때마다 마음속 깊이 ‘제가 더 감사해요’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총장님들로부터 값진 마음을 배운 포럼
박상민

2주차에 필리핀에서 오신 총장님 두 분을 수행했다. 각각 다른 국립대학교의 총장님이셨는데, 놀랍게도 두 분이 부부셨다. 총장님들과 무주에 있는 태권도원에서 4일간 열린 포럼에 함께했다. 수행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내가 그분들을 위해 특별히 해 드린 게 없다. 오히려 총장님들께서 나를 챙겨 주셨다.

남편인 어빈 제네랄라오 총장님은 심장질환이 있어 매일 약을 드셨다. 그래서인지 걸음도 느리셨다. 빡빡한 일정에 체력적으로 힘드시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포럼 내내 총장님은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하루는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에 리셉션 일정을 위해 이동해야 했다. 젊은 수행원인 나도 지치는 시간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총장님께 여쭤보았다. “호텔에 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총장님은 활짝 웃으시며 “마인드강연을 듣는 게 좋아요”라고 하시며 힘있게 발걸음을 옮기셨다. 국립대 총장이면 꽤 높은 위치에 계신 분인데, 그렇게 겸손한 마음을 가지신 것이 놀라웠다. 하루는 아내 분인 로울데스 제네랄라오 총장님께 가족 관계를 여쭤 보았다. 총장님은 SNS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셨다. 호주에 살고 있는 딸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 그리고 또 한 명의 특별한 아들이 있다고 하셨다. 사진 중에 아들과 얼굴을 맞대고 찍은 사진이 인상 깊었는데, 그 아들을 말씀하시는 거였다.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고 하셨다. 포럼 마지막 날 아침에 수행원들이 총장님들을 위해 아카펠라와 편지 낭독 등 작은 공연을 준비해서 보여드렸다. 우리 공연을 보시며 총장님께서 눈물을 훔치셨다. 그날 오후 이야기를 하다가 아들이 보고 싶지 않은지 여쭤보았는데, 아침에 우리가 공연하는 것을 보며 아들이 많이 생각났다고 하셨다.

총장님 부부는 포럼을 마치고 내게 필리핀 기념품을 선물로 남기고 떠나셨다. 또 SNS를 통해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러나 두 총장님은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내게 남기고 가셨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겸손한 인품말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신 총장님 부부와 포럼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민박자원자 체험담

딸과 함께 총장님을 모시고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다녀왔다.
딸과 함께 총장님을 모시고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다녀왔다.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특별한 교류
정명열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쏟는 기쁨

7월 7일부터 2박 3일간 귀한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쟝 로루뇽 게데 대학교의 티두 아비바 사노고 총장이시다. 나는 평소 IYF 특별회원으로 청소년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그러던 중 총장포럼에 민박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가정집의 모습, 나아가 광주와 한국의 정情과 사랑을 외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에게 홍보하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민박을 하겠다고 자원했다. 먼저 아내와 집안을 정리했다. 이부자리, 음식 등 필요한 것을 세심하게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쏟고 준비하는 일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그 속에 작은 기쁨이 있었고 나만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 듯 했다.

 

꿈을 가지게 된 딸아이

우리 집에는 14살, 13살, 10살 된 3명의 아이들이 있다. 총장님과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봉주르~” 하고 인사를 나누고는 그냥 웃는다. 불어를 하지 못해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렵기에…. 하지만 웃음으로 서로가 가까워짐을 느꼈다. 총장님은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셨고 아이들도 총장님과 같이 있고 싶어 했다. 광주 투어를 다닐 때도 아이들과 함께하셨다.

아이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실내빙상경기장, 금호월드 등 투어를 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 드리는 등 자발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러던 중 큰딸에게 꿈이 생겼다. 총장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함께한 시간의 결과일까? 앞으로 코트디부아르의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꿈이 없어서 무기력하게 살던 딸은 꿈이 생기자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총장님이 가실 때 “학생을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외교관의 꿈을 꼭 이루기를 바랍니다. 몇 년 후에 코트디부아르에서 만나요. 건강해요”라는 편지를 주셨고, 하고 계시던 전통 스카프를 선물해 주셨다. 편지와 스카프를 받은 딸아이는 감격스러워 했다.

 

총장님과 함께 지내면서 큰딸이 외교관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한다.
총장님과 함께 지내면서 큰딸이 외교관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한다.

올 여름 가장 의미 있는 일

짧은 시간이지만 외국 손님을 모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사는 곳, 음식, 좋아하는 것, 피부색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마음이 하나로 흐를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이 흐를 때 좋은 마음이 공유됨을 느꼈다. 또한 총장님이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가셔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 준다면 우리 가족이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관으로서 소임을 충분히 한 것이리라.

대학 강단에 있는 나는 젊은이들이 더 큰 꿈을 가지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넓은 세상에 나가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라고 주저 없이 말하고 싶다. IYF에서 월드문화캠프나 세계 대학총장 포럼 등을 통해 청소년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참가한 학생들이 변하는 것을 볼 때 후원자로서 뿌듯하고 기쁘다. 올 여름 가장 의미 있는 일을 나와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해냈다는 것이 행복하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