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이 된 후 운동을 멀리하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할 때가 많았다. 늘 ‘나는 몸으로 하는 일은 잘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운동이나 무거운 짐 나르기, 공사장 작업 등 ‘몸 쓰는 일’은 피하고 살았다. 그래서 처음 군에 입대했을 때는 몸이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라 지키는 군인에게 강인한 체력은 필수조건이기에 군대에서 나는 달라져야 했다.

한번은 부대에서 진지공사를 했다. 아침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곡괭이질에 삽질을 하며 산속에 길을 파는데, 헉헉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만큼 힘들었다. 휴식시간에 소대장님께 찾아가 내 약한 체력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소대장님은 체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어떻게 운동을 하면 좋을지 알려주시면서, ‘정신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장교가 되려고 훈련을 받던 시절, 소대장님은 손가락이 부러지고 39도의 고열로 몸이 펄펄 끓는데도 완전군장을 하고 70km를 행군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 일 이후 다른 어려움을 만났을 때도 ‘지난번에는 그런 힘든 일도 해냈는데,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하셨다. 운동을 하든 훈련을 하든, 중요한 것은 강한 정신력을 배우는 것이라고 하셨다. 진지공사를 하느라 몸이 한계를 만나 힘들겠지만, 그 한계를 넘을 때 정신력 또한 강해진다고 덧붙이셨다.

‘소대장님은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고된 훈련을 이겨내면서 강한 정신력을 터득하길 바라시는구나. 그렇다면 힘든 진지공사도 한 발짝 더 내딛는 마음으로 해야겠다.’

소대장님께 상담을 받으면서 내 마음에 ‘정신력’이란 단어가 깊이 박혔다. 한 삽 한 삽 흙을 퍼다 나르고 다지면서 힘들지만 ‘이것만 이겨내면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나 자신을 격려했다.

© 대한민국 육군
© 대한민국 육군

독사에게 물린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독이 퍼져 죽는다. 독사의 독은 감기와 달리 일반인의 면역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 독사에게 물린 사람이 살려면 땅꾼처럼 뱀의 독에 면역이 있는 사람의 피를 수혈받아야 한다. 땅꾼의 피 속에 있는 항체 덕분에 독을 이겨내고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군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들 중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있다. 그때 그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수혈받듯 그 사람의 마음을 흘려받고 배우면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진지공사가 끝난 뒤 나는 동기들과 함께 저녁마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1km만 뛰어도 숨이 차고 옆구리가 아팠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끊어질 듯 탱탱해지고 토할 것 같을 때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 한 발짝은 금金이야. 한 발짝씩 뛸 때마다 내 몸무게는 10g씩 빠져. 100보 뛰면 1kg이야. 한 발짝씩 내딛을 때마다 난 더 강해지는 거야. 기록도 1초씩 단축되는 거야.

예전에 <투머로우>에서 마인드교육 전문가 조규윤 씨가 한국체대에서 한 강연을 정리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극한상황에서 한 발 더 내딛는 강한 마인드를 가진 운동선수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한 발짝을 하찮게 생각하지만, 위기에서 한 발 더 내딛는 마인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한 발 더 내딛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부대로 보내주신 마인드북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과 즐겁게 하는 사람은 비교가 안 된다’는 구절이었다. 나는 군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소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바뀌었다. 군대가 내 정신력을 강하게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았고, 그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면서 내가 발전하고 강해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삶이 바뀌려면 마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 보람찬 군생활을 보내고 있다.

 

신요한
본지 캠퍼스 리포터로 중앙대 일어일문과 3학년을 마치고 지난 3월 입대해 현재 육군 이기자부대에서 복무중이다. 얼마 전 신병위로 휴가를 나와 자신의 군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외봉사를 하며 터득한,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자세야말로 보람 있는 군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하는 그의 글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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