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다부진 통뼈를 갖고 태어나 ‘건강함’을 자랑했던 나는 바람에도 날아갈 것 같은 여리여리한 TV 속 여성들을 동경했다. ‘갖지 못한다면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최근 TV에는 ‘핫바디’라고 불리는, 탄탄하고 건강한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등장했다. ‘여자몸짱’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드디어 나의 건강미를 뽐낼 시대가 왔구나’ 싶어 운동을 시작했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스스로를 근육쟁이로 생각했건만 ‘예쁘고 건강한 몸’은 나와 너무나 거리가 먼 단어였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은커녕 마감으로 밤을 샌 피부는 칙칙해져가고, 앉아서 일하는 몸은 점점 무거워지기만 하는데…. 자기도 건강해지면서 다른 사람도 건강하게 하는 직업을 가진 이를 만났다. 굿뉴스코 7기로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백지은’ 씨다. 그녀를 만나 필라테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필라테스란?

필라테스는 독일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체육교사이자 운동선수 이기도 했던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Pilates는 1차 세계대전 중에 포로수용소에 근무하면서 포로들의 건강을 위하여 다양한 운동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 운동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미국으로 건너가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필라테스가 되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필라테스를가르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한국무용을 전공하다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아이들과 움직임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하는 무용치료를 접하게 됐어요. 무용치료뿐만 아니라 몸의 재활을 돕는 요가도 배우고 가르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요가로 재활치료를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가는 건강한 사람이 더욱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재활치료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재활치료를 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필라테스를 접하고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가나 필라테스의 여러 모로 다른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요가와 필라테스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두 운동은 모두 다 좋지만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요. 요가의 경우는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심신 수련에서 비롯된 유산소운동이기 때문에 근육량을 늘리거나 재활치료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에 비해 필라테스는 만들어진 이유가 ‘재활’이기 때문에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고난도 동작도 있지만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죠. 틀어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게 필라테스의 목표입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것이 요가와 다른 점입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열정적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는 방법이 있나요?

사실 운동을 시작했다고 몸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끝까지 믿고 따라와 달라’는 이야기로 운동을 시작합니다. 신뢰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함께 끝까지 갈 수 있지만, 운동만을 목표로 하다보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운동에서도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잘 가르치기보다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거죠.

몸이 좋지 않으면 심리적으로도 허약해지니까 예민해지거나 짜증을 내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대화를 해서 안정을 찾게 해 드려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뢰관계가 형성되죠.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업스트레스와 이런저런 고민들을 들어 주면 금방 가까워져요.

운동을 시작한 뒤 초반에는 안 쓰던 근육들을 쓰다보니 아프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럴 때 어떻게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끝까지 믿고 따라올지 아니면 운동을 그만둘지가 결정됩니다. 그러한 고비를 넘기 위해 함께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 눈에 띄게 좋아져요.

 

최근 TV나 인터넷, SNS를 보면 운동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필라테스도 그 중 하나인데 그런 변화를 느끼시나요?

20~30대 여성 분들이 운동을 많이 했다면 최근에는 40~50대 분들도 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세요. 예전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남성 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연령대나 성별이 다양해졌지요. 필라테스에 참여하는 분들도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다양한 만큼 신경을 써야할 부분도 많아졌는데, 많은 분들이 필라테스를 경험해 보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필라테스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반갑네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좋아진다!’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있을까요?

보통 30대가 넘어가면 근력이 계속 약해지고 나쁜 습관으로 인해 몸이 변형돼요. 예를 들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일을 하는 분들은 목도 나오고 어깨가 굽어지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 4,50대가 되면 어깨충돌증후군 및 여러 가지 질환들을 앓게 되는데, 그때 필라테스를 시작하면 몸이 바로 세워지고 근육을 중심으로 호흡하게 되면서 몸의 밸런스를 지켜나갈 수 있어요. 잠재적으로 병에 걸릴 수 있는 분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거죠.

바른 자세로 근육을 강화시키기는 하지만 종종 다시 척추가 휘는 걸 봅니다. 잘못된 습관으로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운동을 중심으로 소통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대화를 더 많이 해요. 본인이 잘못된 습관을 인지하고 고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대화를 통해 생활습관을 고치고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데에 주력합니다.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상의 잘못된 습관까지 개선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운동 동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 같이 건강해지자’는 의미에서는 좋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인터넷만 검색해도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동영상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사람마다 똑같이 운동요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일반화된 내용들을 위주로 방송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동작을 잘못 따라하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오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 굉장히 안타깝지요.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은 뒤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필라테스를 하는 걸 잠깐 지켜봤는데 굉장히 즐거워 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제 주변에 ‘운동을 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지금은 운동을 안해도 괜찮지만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질 텐데...’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배워야 할 게 많아서 공부해 가며 가르치는 입장인데요. 함께 운동하면서 건강해졌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건강하게 해주면서 나도 건강해지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재활치료를 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는 백지은 씨가 참 예뻐보였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사람과 함께 운동하면 몸이 아름답고 건강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마음까지 아름답게 가꾸어지지 않을까?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그녀의 미래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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