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의 캠퍼스 리포터로 활동했던 조민지 씨.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직장이라는 광야로 들어선 지도 어느덧 1년 3개월이 지났다. 회사생활에 적응하느라 치열하게 지내면서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더 많기에 매일이 설렌다는 그녀를 만났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작년 2월 롯데제과에 입사해 현재 홍보팀에서 근무 중입니다. 롯데제과는 1967년 설립되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대표 제과기업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월드콘, 꼬깔콘, 빼빼로, 자일리톨 등 오랫동안 국민들께 사랑받아 온 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현재 국내 대표 제과업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전 세계 8개국에 법인을 두고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케냐에 영업소를 설치하고 아프리카로까지 판매망을 넓혀가는 중입니다.

 

대학생으로 지내다 사회인이 되면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어느 선배 사원이 해준 조언이 무척 크게 와 닿았어요. 학교와 회사의 차이점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학교는 내가 돈을 내면서 배우는 곳이지만, 회사는 돈을 받으면서 배우는 곳이기에 학생 같은 마인드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직 철없이 모든 게 신기하고 설레기만 했던 제게 그 선배의 말은 회사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님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싫은 일도 해야 하며, 매사에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실제로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해소시키면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는 자기조절능력과 책임감이 무척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하,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했나요? 하지만 이런 책임감이 따르는 만큼,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도 크답니다. 신입사원이자 팀의 막내로서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이 버겁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며 어떻게든 해나가다 보면 점점 멀티플레이를 하는 내공도 쌓이고, 수많은 일들 중 중요도를 따져서 우선순위를 두고 유연하게 처리해 나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대학생으로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가 사회초년생이 되어 일을 해나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조직을 알아가면서 직장인이라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라이베리아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모습.
라이베리아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모습.

해외봉사 경험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요?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한계를 알아야 가능성도 알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굿뉴스코 단원으로 라이베리아에서 지낸 11개월은 ‘나’를 객관적으로 본 시간이었습니다. 내 한계를 알게 해 준 그 시간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게 해 주었고, 그 시점에서 앞으로 더 배우고 발전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게 해 준 기회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크게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일 없이 늘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이베리아에서는 실수투성이였습니다. 청소도구를 망가뜨리는가 하면, 남들 다 잘하는 숯불 피우기도 잘 못하고, 힘도 약하고, 언니로서 동생들을 배려하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나 자신을, 처음으로 객관적인 잣대로 바라보게 된 거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인정하는 것이 싫었지만, 제 부족한 면이 자꾸 드러나니까 인정을 안 할 수 없더라고요(웃음). 그러다보니 점점 다른 단원들의 장점을 따라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말도 수용하고, 더 배우고 싶어지더라고요. 한국에 와서도 ‘나는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자세로 이것저것 배우고 찾아다니면서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청소봉사를 하다 만난 몬로비아 시장과 함께.
라이베리아에서 청소봉사를 하다 만난 몬로비아 시장과 함께.
<투머로우> 대학생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투머로우> 대학생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매달 첫째 토요일에 거리와 골목을 청소하는 클리닝 캠페인을 합니다. 저희 단원들도 매달 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었고요. 2012년 10월 무렵이었어요. 그날도 ‘아, 덥다. 오늘도 얼굴이 다 타겠네. 먼지도 많고… 아, 힘들다.’ 했지요. 그런데 따가운 햇볕을 참아가며 빗자루질을 하던 저희들 앞에 문득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섰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내리셨는데, 그분이 바로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이셨어요.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중 저희가 청소하는 모습에 감동 받아 오신 거였죠. ‘먼 곳에서 와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해 줘서 고맙다’며 저희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용돈까지 주셨어요. ‘내가 이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쳐, 내 젊음 바쳐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청소였는데, 주변 사람들이 고마워해 주고 기특하게 바라보는 것을 생각하니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었고, 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한 호기심에 ‘이왕 아프리카 가는 거 가난한 나라로 가 봐야지!’ 하는 생각에 선택한 봉사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통령을 만나 과분한 칭찬을 받고, 한국도 알릴 수 있었어요. 굿뉴스코 덕분에 신기한 경험을 참 많이 했습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 때 겸비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굿뉴스코는 제게 그런 좋은 기회를 준 것 같아요.

 

롯데제과 홍보팀 사무실 책상에서 한 컷.
롯데제과 홍보팀 사무실 책상에서 한 컷.
홍보팀에서 발간하는사보 <햇님가족>.
홍보팀에서 발간하는사보 <햇님가족>.

해외봉사를 하며 배운 마인드 중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이 있나요?

해외봉사를 하며, 난관에 부딪혀도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길이 열리는 걸 자주 경험했어요. 그렇게 배운 도전정신과 긍정적인 자세가 취업해 회사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일반기업 취업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취업을 준비할 기간이 짧았지만 ‘일단 해 보자’ ‘알아보자’ ‘찾아가 보자’ 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걸 배우고, 현재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뭔가를 찾아나서며 실행하는 열정을 가졌습니다. 그 모든 게 굿뉴스코 활동을 하며 배운 마인드예요.

 

<투머로우> 캠퍼스 리포터로 활동하셨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직접 인터뷰 취재를 한 적도 있고, 선배 기자들의 취재에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나 준비사항 등을 익힐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할 때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말을 걸고, 배려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전 미리 상대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고 인터뷰를 할 때는 상대의 답변에 따라 순발력 있게 질문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데요. 이런 유연성은 회사 업무를 처리할 때도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현장 스케치나 맛집 리뷰 같은 기사들도 썼는데, 그러면서 글로써 새로운 정보를 알리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알게 됐습니다. 글쓰기의 매력을 알면서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도 사라졌고요. 그런 경험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물론, 현재 홍보팀에서 사보社報를 만들 때도 큰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사보를 만들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우들에게 읽힐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학생 기자로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나름 열의를 갖고 일하게 되네요, 하하.

 

취업난 속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진로선택을 앞두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내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지 못해서 오랜 시간 답답했지요. 4학년 때는 그런 주제와 관련된 강의가 있으면 꼭 가서 청강했어요. 그러던 중 어느 기업체 대표의 강연에서 들은 말이 제 고민에 대해 의외로 단순한 답변을 주었지요.

“저는 제 적성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우연한 기회로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고,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 보니 이게 제 적성이 되었습니다.”

인생이 걸린 진로와 적성에 대해 ‘그냥 하다 보니 잘하게 됐다’는 답변이 어찌 보면 무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무렵 무거웠던 제 마음을 정리해 주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취업이든 진로든 인생이든, 정해진 답은 없고 그저 내 방식대로 선택하고 계속 찾아나가면 되는 것임을 조금씩 알게 된 터닝포인트였죠.

특히 이미 졸업반이라 깊이 고민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고민은 그만 덮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기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 낙담, 불평만 하지 말고 일단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일단 가서 들어보고, 물어보고, 해보고, 자소서도 써서 넣어보는 거지요. 그러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 아닐까요? 저도 아직 고민도 있고 질문도 많은 사회초년생이지만, ‘일단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도전 중이에요. 그래서 설레고,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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