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정보통신·국가지도부 마엔데 사이먼 국장

사이먼 국장은 인터뷰 도중, 테이블 위에 놓인 참외를 집어들며 말했다. “이 과일 하나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농부들의 얼마나 많은 노고와 손길이 닿았는지 모릅니다. 우간다 청소년들이 그 노고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길 바랍니다.” 차분하고 세밀하게 전하는 말 속에서 우간다와 우간다 청소년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던 사이먼 국장. 이렇게 사려 깊은 리더가 우간다 청소년을 위해 일한다면 우간다의 미래가 무척 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중독, 부모님과의 대화 단절, 어른을 향한 무례한 태도 등 청소년들과 관련하여 거론되는 문제들은 어느 나라든지 유사하다. 이 시기에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주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 우간다 정보통신·국가지도부의 마엔데 사이먼 국장은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킬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한다. 그는 방한 일정 중 특히 링컨 국제학교와 그라시아스 음악학교를 방문하고 한국의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우리 우간다 학생들을 위해 이 학교들을 그대로 우간다에 가져다 놓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Q&A

국장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보통신·국가지도부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장직을 맡아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간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우간다에 있는 모든 대변인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민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 일반 국민들은 보통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정책이나 사업들을 모릅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나 댐을 건설할 때, 처음 계획 단계에서는 정부만 알고 있죠. 제 역할은 정부가 하는 일을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일입니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부에 전달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 사업은 실효성이 낮은 것 같다’라고 하면 그 의견을 정부에게 전달하면서,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도부에서는 공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죠.

이번에 김천의 링컨 국제학교에 갈 때 부항댐을 봤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댐을 건축하고 싶어도 물을 막으면 그 주변에 있는 마을에 홍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자기 마을에 댐이 세워지는 걸 반대합니다.

주민들은 조상 때부터 100년 넘도록 그곳에 살았기에 집을 옮길 수 없으니 다른 곳에 댐을 세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댐을 건설할 때 누릴 효과와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지요. 제 역할은 주민들에게 거기에 댐을 세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입니다. 정부라고 무작정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과 대화 중인 사이먼 국장.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과 대화 중인 사이먼 국장.
마인드교육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링컨 국제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마인드교육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링컨 국제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게 중간다리 역할을 하시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현재 우간다 청소년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나요?

우간다는 12~21살을 청소년으로 보는데요. 청소년이 우간다 전체인구의 73%에 이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했지만 무직 상태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간다에는 농업 분야에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넥타이 매고 정장 입고 일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히기 싫어하죠. (앞에 있는 참외를 집어 들며) 이 과일 하나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농부들의 얼마나 많은 노고와 손길이 닿았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과일을 먹고 싶어만 하지 심으려고 하지는 않아요.

요즘 아이들 중에는 우유가 냉장고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도시에만 살았던 사람들은 예절을 더 모릅니다. 우간다 전통 문화대로라면, 여자아이들은 아버지나 어른을 보면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요즘 애들은 그렇게 잘 안 하죠. 그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마인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도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고 ‘좋은 직장’에만 다니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좋은 직장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이 참외는 땅에서 나는 작물입니다. 제가

‘농업부터 혁신시켜서 시작해보자’고 해도 청년들은 쉬면서 돈만 받고 싶어 합니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 아이부터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까지 앞으로 마인드 교육을 받으면 사회의 훌륭한 일꾼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부항댐에서 댐 시설을 관람 중인 사이먼 국장 .
부항댐에서 댐 시설을 관람 중인 사이먼 국장 .
한국 서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한국 서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마인드교육은 내면을 바꾸는 교육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드교육이 청소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은행 계좌에 몇백만 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부유해야 합니다. 우간다에도 돈 많은 사람들이 많지만, 돈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 잔다고 합니다. 누가 와서 그 돈을 가져갈까봐 무서워서 말이죠. 돈이 많아서 침대 밑에 숨기고 베개 밑에 숨겨도 누군가 훔쳐 가면 사라지고 맙니다. 그런데 마음이 채워지면 그 행복은 영원히 지속됩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인드교육을 첫 단계부터 하나씩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어느 날, 한 노인이 망고씨앗을 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할아버지는 망고 나무에 열매가 맺힐 때까지 살기 어려우실 텐데, 왜 망고 씨앗을 심고 계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자네, 망고 좋아하는가?”라고 물었고 행인은 그렇다고 답했죠.

“자네가 먹는 망고는 자네가 심었나?”

“아니요. 원래부터 있었죠.”

“그럼 그 망고는 누가 심었다고 생각하나?”

“…….”

행인은 맛보지도 못할 망고를 왜 심느냐고 말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그리고는 노인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서 망고 씨앗을 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1, 2년 사이에 학생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저는 일단 마인드교육을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다 보면 벽돌 하나가 쌓이고, 또 다른 사람이 벽돌을 쌓아 올리다 보면 결국에는 이 벽돌들이 큰 건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중에 죽더라도 정부가 계속 마인드교육을 추진한다면 우간다 사회는 제대로 된 길을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링컨 국제학교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사이먼 국장.
링컨 국제학교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사이먼 국장.
링컨 국제학교 방문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
링컨 국제학교 방문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

청소년기, 혹은 대학시절에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의 지혜를 따라야 합니다. 제 청소년기와 요즘 청소년기는 확실히 다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는 저희 부모님의 아들이 아니라 이 사회의 아이였습니다. 제가 만약 도로 위에서 실수를 했을 때 어른이 옆에 있다면, 그 분은 제게 와서 훈계를 하셨고 이런 상황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께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가 두 번째로 저를 혼내셨죠. 제가 어렸을 땐 스마트폰도 없었고, TV가 있는 집도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방안에 있기보다 부모님과 함께 정원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천사였고 신 같은 존재였어요. 학교에 가면 혼나지 않도록 조심했었고, 학교에서 선생님 말을 잘 들었습니다. 하라는 대로 그대로 했죠.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 중에는 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학생도 있더라고요. 어떤 학생들은 부모님이 보수적이라고 무시하기도 하는데, 어른들은 대개 우리가 갖지 못하는 지혜를 갖고 계세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제 롤모델이셨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아버지는 굉장히 엄한 분이셨어요. 만약에 제가 어떤 잘못을 하면, 부모님의 눈짓 하나만으로도 하던 일을 멈추고 얼어버리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냥 벌을 받고 무서워하기만 했는데, 아버지가 제게 그렇게 하신 이유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사랑하시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엄한 아버지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시아스 음악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라시아스 음악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아카펠라 공연으로 사이먼 국장을 영접했다.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아카펠라 공연으로 사이먼 국장을 영접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학생들은 뭔가 새롭거나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합니다. 군대를 갔다 오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되고 변화되어 나옵니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머무르면서 굿뉴스코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우간다에서 1년 동안 살다 온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마치 군대에 갔다온 것처럼, 학생들이 굿뉴스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면 좋겠습니다. 열린 마인드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닫지 말고 외향적인 삶을 사세요. 자신의 느낌과 마음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세요. 그렇게 하다보면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변하고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 연합하여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점을 손가락에 비유해서 설명하는데요. 신이 손을 만드실 때 미련해서 손가락 사이에 틈이 있게 만드신 게 아닙니다. 손가락이 다 붙어 있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을 거예요.

손가락 두 개를 틈에 맞춰서 껴보세요. 하나로 이어지죠? 이게 바로 화합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하나가 되는 거죠. 우리는 연합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움직일 수 있습니다. 손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모든 손가락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각 손가락마다 역할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엄지손가락이 없으면 컵을 잡을 수 없습니다. 당장 새끼손가락 하나만 없어도 컵을 균형 있게 잡을 수 없죠.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크기가 같나요? 아닙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다 똑같지 않습니다. 이 분은 저보다 키가 더 큽니다. 하지만 우리 둘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라고 하면 우린 사람이라는 사실이죠. 이 분도 자기만의 재주가 있고, 사회에서 이 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작은 손가락도 역할이 있는 것처럼요. 손가락 하나만 없어도 손은 제대로 역할을 못합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그 재주를 발전시켜서 잘 사용하세요. 서로 협력하고 연합하기 바랍니다. 저희 우간다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두를 깨려면 이빨 두 개가 같이 부딪혀야 한다.” 이빨이 한쪽에만 있으면 호두를 깰 수 없습니다. 때문에 세계 청년들이 함께 연합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류성입니다. 결국 우리는 한 인류이고 하나이기 때문에 교류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른 나라 언어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맛본 적이 있고, 이미 경험한 적이 있으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에 노출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나중에 손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긴 거죠. 서로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협력해서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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