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경력 30년차인 필자는 남들이 뚫기 힘들다는 거래처를 볼 때면 오히려 묘한 승부욕이 더 샘솟는다. 또 실제로 거래를 성사시킬 때 느끼는 보람은 도전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의 베테랑으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그가 현장에서 배운 5가지 도전의 마인드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늘 좋은 의미의 변화를 꿈꿉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날마다 성장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모두의 공통된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변화를 가져오려면 도전挑戰이 필요합니다. 사전에는 도전이란 ‘①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 ②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도전을 어렵고 거창한 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도전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생각만 바꾸고 몇 가지 법칙만 알면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1 사소한 것부터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는 현재 카드단말기 판매 및 임대를 주 사업으로 하면서 광고와 IT보안, 경영 컨설팅 등을 해주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종이 그렇지만 특히 경쟁과 도전이 치열한 분야가 바로 영업의 세계입니다. ‘비즈니스의 꽃은 영업’이란 말처럼, 훌륭한 제품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제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은 카드단말기입니다. 식당이나 편의점, 커피숍 등에 단말기를 팔 때 생기는 이익금과 매달 받는 관리비, 고객이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생기는 건당 얼마의 수수료 등이 주요 수입원입니다. 단말기 영업을 갓 시작한 사람들은 단기간에 큰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강남역이나 명동 같은 번화가를 주로 찾아갑니다.

번화가에는 큰 가게나 프랜차이즈 상점이 많아서 거래처를 트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번화가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니 단말기를 싸게 팔아야 하고 관리비도 많이 받지 못합니다. 더구나 번화가의 상점들은 대개 사장이 고용한 지배인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말기에 별 관심이 없을 뿐더러 단말기를 바꿀 결정권도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 않습니다. 대리-과장-부장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결정이 되기 때문에 대리와 약속을 잡더라도, 대리는 과장에게, 과장은 또 부장에게 보고하다 보면 시간만 허비하고 결론은 안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영업인들이 번화가로 몰려갈 때 저는 아파트 단지로 갔습니다. 아파트 상가에는 사장이 카운터를 보는 가게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단말기를 바꿔서 생기는 혜택을 설명해주면 금방 관심을 보입니다. 그렇게 한 곳의 상가에 가서 김밥집, 치과, 커피숍 등 10여곳에 단말기를 판매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적게 일하고 많은 것을 얻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만원 버는 법을 알아야 백만 원을 벌 수 있고, 천만 원을 벌어 봐야 억을 만질 수 있게 됩니다. 바닷물은 강물이 모여 이뤄지지만, 그 강 역시 작은 샘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제가 사업을 하면서 만난 부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할부구입과 은행 ATM기를 멀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부로 물건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고, 영업외 시간에 입출금기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어쩌면 몇백 원에 불과한 적은 돈이지만, 그런 돈도 하찮게 여기지 않기에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 불가능한 조건을 피하지 말라

앞서 말한 욕심 못지않게 여러분의 변화와 도전을 가로막는 마음의 적敵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악조건’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나는 이러저러해서 안돼.’ 하고 도전을 포기했던 적이 없으신가요? 그러나 원래 도전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뛰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누가 봐도 도저히 안될 것 같은 목표와 맞서 승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입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려나면서 UN군은 반격을 위해 대규모 상륙작전을 구상하게 됩니다. 강원도 원산과 주문진, 전북 군산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었지만, 맥아더는 인천으로 상륙할 것을 주장합니다.

인천은 조석간만의 차가 커서 배를 정박시키기 힘들고, 갯벌 길이만 수백미터라서 몸을 숨길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맥아더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북한군도 우리가 인천으로 들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라며 인천을 상륙지로 거듭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의 예견대로 인천상륙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3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을 앞세워 찾아온다

2002년까지 저는 스웨덴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한국지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습니다. 일렉트로룩스는 최초로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회사로, 주력제품도 진공청소기입니다. 진공청소기라고는 해도 당시 대당 가격이 1백80만 원이 넘는 고가품이었습니다. 외국계 회사라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아 저희 영업사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제품을 알리고 판매해야 했습니다.

청소기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동안 저는 최우수 영업사원으로 여러 번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사원들을 교육시킬 기회도 많았는데요. 영업사원들은 하루 평균 세 곳을 찾아다니며 고객들 앞에서 직접 성능을 시연해 보이는 식으로 제품을 홍보합니다. 홍보를 마친 뒤에는 고객으로부터 반드시 자필로 작성한 상담카드를 받게 하는데, 내용에 따라 고객 반응은 크게 2종류로 나뉩니다. 한쪽은 ‘성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디자인이 예쁘다.’ ‘할부로라도 사려고 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다른 쪽은 ‘수입품이라 AS가 걱정된다.’ ‘비싸서 남편이 못사게 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영업사원이 직접 발로 뛰며 받은 상담카드는 둘 중에 어느 쪽일까요?

정답은 후자입니다. 전자는 커피숍에서 적당히 근무시간만 때우다 커피숍 직원이나 친척 등 지인에게 부탁해 받은 상담카드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차마 나쁜 이야기를 적지 못하고 칭찬 일색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영업을 하면서 고객들과 부대껴보면 이런저런 불만들이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상담카드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카드를 받아온 직원의 반응을 살펴보면 됩니다. 정말 고객을 만나 홍보하고 카드를 받아온 직원들은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묻고 배웁니다.

“비싸서 못사겠다는 고객은 어떻게 설득하면 될까요?”하고 말입니다. 실제로 영업인들은 고객에게 수없이 많은 거절을 당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훌륭한 영업인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좋은 소식은 절대 혼자 오지 않습니다. 나쁜 소식을 앞세우고 온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경부고속도로 건설, 서산 간척사업 등 굵직한 토목공사를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수 없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토목과 공학의 전문가인 부하직원들이 “회장님, 이 일은 힘들겠습니다.”라고 말할 때면 그는 “이봐, 해봤어?”라고 반문했답니다. 서산 간척사업을 하면서 그는 6,400m길이의 방조제로 바다를 막고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270m를 남겨놓고 바닷물의 유속이 너무 빨라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었습니다. 정 회장은 대형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아 물살을 잡고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밖에도 난관이 있을 때면 정 회장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돌파했습니다. 그 지혜는 어쩌면 모두가 ‘이러니까 안 된다’며 포기할 때 ‘어떻게 하면 이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고 뒤집어 생각하며 반문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4 ‘1등의 함정’을 경계하라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신용카드 숫자는 평균 3.5장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된 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카드회사가 바로 LG카드였습니다. 지난 2000년, LG 카드는 순이익 3,949억 원에 시장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그랬던 LG카드가 불과 3년 뒤 부도위기를 맞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카드를 써도 갚을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나 신용불량자에게까지 카드를 남발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외형적인 수치나 실적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거듭하며 곤두박질치는 현상을 가리켜 ‘1등의 함정’이라고 합니다.

카드단말기 영업인들도 얼마든지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영업하러 다니다 보면 ‘당신네 단말기를 설치할 테니 우리 사무실에 복사기를 하나 놔 달라’ 식의 요구를 해오는 가게들을 종종 만납니다. 실제로 한 업소는 제게 ‘고가의 포스 카드결제기 3대를 설치해주고 TV도 한 대 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는 열심히 메모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듣기 좋은 말로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업소는 3개월 뒤 문을 닫았습니다. 만약 제가 1등에 집착한 나머지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면 큰 손해를 보았을 것입니다. 저가항공사들 중에도 무리하게 ‘제살 깎아먹기’로 경쟁을 하다가 파산하거나 다른 항공사에 합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도전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습니 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5 도움을 청할 인생의 멘토를 찾으라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같은 사소한 결정도 있지만, 회사의 운명이나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결정도 있습니다. 이때 자문을 구할 멘토가 있다면 보다 현명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멘토가 굳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친구, 선배나 직장상사 등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경찰서를 사칭해 전화를 걸어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을 아시지요? 그런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사건을 무마하려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 역시 ‘이 일을 경찰이나 은행직원에게 알리지 말고 돈을 입금하라’고 유도합니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라면 피해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도 옆에 멘토가 있어 도움을 구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또 마음의 스트레스도 줄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집니다.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조언을 해 줄 멘토를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가 영업현장을 누비며 터득한 도전의 법칙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흔히 ‘도전은 어렵고 부담스런 일’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계신 분 들이 많습니다. ‘반격하는 10%가 반격하지 않는 90%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정관념에 반격을 날리는 것부터가 도전의 시작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법칙들을 하나씩 음미하고 또 삶 속에서 도전을 시도하면서 그 즐거움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아프리카에는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인데요.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에 가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습니다. 결승점에 과일바구니를 놓고 1등을 한 아이에게 그 바구니를 주기로 했습니다. 출발신호가 떨어졌는데 의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손을 맞잡고 ‘우분투, 우분투’ 하면서 결승점까지 같이 달려간 것입니다. 그 학자가 물어보니 ‘아저씨, 어떻게 저 혼자 행복하겠다고 다른 친구들을 슬프게 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서로 1등을 하려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석
영업의 달인인 그는 첫 영업을 할 때 중고서점에서 산 작은 영어사전을 판매 기록장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당시엔 메모 가능한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얇은 사전의 종이 위에 빨간 색연필로 매출액을 적어가면서 영업의 기쁨을 배웠다고 한다. 이후 외국계 가전회사에서 16년 동안 영업인으로 일하며 여러 번 ‘톱 셀러Top Seller’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단말기 판매 및 임대와 광고·IT보안·경영컨설팅 영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틈틈이 새마을 자율방범대와 국제라이온스협회 회원으로 봉사하며, 국제마인드교육원 인성교육 전문강사로 국내 주민센터와 필리핀 주요대학에서 강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