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광고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요즘 사람들이 관심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 의류, 등산화 광고가 대세였는데, 어느새 그 광고들은 사라지고 영어학습 사이트나 영어학습 앱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영어가 안 되면 OO스쿨’ ‘영어학원에 바친 돈만 영어 학원 차릴 기세, 영어 마비엔 스피킹OO’ ‘야 너두 영어 할 수 있어. 딱 하루 10분만 틈틈이 야OO’. ‘영어공부’가 2017년의 트렌드가 될 모양입니다.

 

왜 또 영어공부 열풍인가?

항상 영어공부 열풍은 있어 왔습니다.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영어가 중요하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려면 영어는 필수다, 심지어 영어를 우리나라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었죠.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쏟고 있는 교육비가 10조 정도 된다고 하니 영어공부가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빠르게는 서너 살부터,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3학년이면 영어공부를 시작하여 적어도

10년 이상 영어공부를 한 사람들이 왜 영어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영어울렁증이 생기는 걸까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왜 ‘영어, 영어’ 하는 것인지, 영어가 뭐길래 그렇게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요?

영어 공부가 어려운 이유

영어공부가 어려운 이유를 알아보려면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부터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국어는 누구나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익숙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모국어를 익히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아이가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조금씩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12개월 전후로 ‘엄마, 아빠’ 같은 단순한 낱말들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36개월 정도가 되면 단순한 낱말이 아닌 ‘물 주세요, 맛있어요, 할머니 고맙습니다.’ 같은 문장 수준의 말을 할 수 있고 36개월 이후부터는 기본 문장을 좀 더 복잡한 문장으로, 쉬운 낱말에서 좀 어려운 낱말로 확장해 갑니다. 태어나서부터 36개월 동안 꾸준히 모국어에 노출되었을 경우 모국어에 대한 언어 체계가 뇌 속에 자리 잡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국어를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일 때도 엄마가 아기에게 건네는 말들, ‘아 예뻐라, 맘마 먹자, 쉬했구나’ 이런 말들을 계속 듣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기가 언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하루 12시간 정도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2시간 곱하기 1년은 365일, 거기에 다시 3년을 곱하면 무려 13,140(12×365×3) 시간이 나옵니다.

매일 한 시간씩 영어공부를 한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13,140시간을 365시간으로 나누면 13,140÷365(매일 1시간, 1년)=36, 즉 36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모국어처럼 영어에 능통해지기,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의 세계일까요? 희망을 가지셔도 됩니다. 영어공부의 고수에게 영어공부 비법을 전수받는다면 그 시간은 훨씬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달인에게 배우는 영어공부 비법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는 말합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영어책을 한 권 몽땅 외우라고, 영어책 한 권 외울 정도의 버티는 힘만 있다면 누구나 영어의 고수가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로도 대화가 가능하고, 스페인어까지 공부하고 있는 그가 다국어에 능통한 비결은 기초회화 책을 외우는 데 있다고 합니다. 하루 10문장씩만 외워도 한 달이면 300개의 문장을 마스터할 수 있고, 이렇게 외운 문장 300개는

‘복리의 마법’처럼 쌓여 어느 날 기적처럼 저절로 입이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약속장소에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하루 10문장씩 외우는 노하우.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처음 며칠은 의욕에 넘쳐 실천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한번 하기로 한 이상 하루하루 담담히 실천하는 김민식 PD의 꾸준함이 그를 ‘어학의 신’으로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자칭 ‘짠돌이’인 김민식 PD의 영어공부법이 더 놀라운 것은 영어공부에 별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돈 들이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없는 영어공부 비법. 매일 매일 영어문장 외우기, 회화 실력을 키워줄 영문 소설책 읽기, 드라마와 팝송을 이용한 문장 암기법, 무료 영어공부 사이트 이용하기 등 ‘공짜로 즐기는’ 김민식 PD의 영어공부 방법, 여러분도 한번 따라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영어 잘하면 정말 인생이 잘 풀릴까?

적어도 김민식 PD에게는 이 말이 맞는 말 같습니다. 어학연수나 영어회화학원을 한 번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외국계 기업에 취직했고, 동시통역사를 하다가 미국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만들고 싶어 드라마 PD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드라마 PD가 되는 과정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예능국 국장님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시다가 영어를 잘하는 김민식 PD에게 동시통역을 부탁하셨답니다. 시상식 장면을 보면서 바로바로 통역하는 김민식 PD에게 예능국 국장님께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데 통역 일을 계속 하지 왜 PD가 되었나?’라고 물어보셨고, ‘시트콤을 연출하고 싶어서 PD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시트콤 연출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합니다. 영어 실력 덕분에 시트콤 연출의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내 사정으로 김민식 PD는 현재 드라마 연출을 못하고 있지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인기 덕분에 그가 드라마 제작 현장으로 조금 더 빨리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실험-영어공부로 우정 쌓기

학교 졸업 이후 영어와 담 쌓고 지내던 친구에게 영어 공부하기를 권했습니다.
‘지금 영어공부해서 어디 써먹겠나?’ 하는 생각은 접어두고 영어공부 자체에 재미를 느껴보라고 했습니다. 일단 먼저 김민식 PD의 책을 빌려주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친구에게 김민식 PD가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선물했습니다. 책을 받아든 친구는 ‘설마 시험 보는 거 아니겠지?’라며 부담 반 의욕 반의 마음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책을 건넨 지 2주 정도 지난 후 친구에게 영어공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친구는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매일 일정한 양을 공부하고, 그 전날 공부한 내용까지 복습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 친구는 ‘100일의 기적’을 이뤄낼 듯합니다.

 

자동번역 시대,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광고 카피문구대로 ‘이 나이에 영어공부?’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영어공부’를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동번역 시대,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동번역기의 번역 실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외국어 번역 앱까지 나와 있어서 외국어를 몰라서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점차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지식사회의 공용어는 영어이고, 영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정보습득 기회는 더 많이 열려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영어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람은 지적인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

사람은 뭔가를 배우는 지적인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김민식 PD의 말대로 ‘기왕에 사는 거 재미있는 거 하면서’ 살아야지요. 매일 의미 있는 규칙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자기만족감을 주고, 그것은 생활의 기쁨과 활력으로 연결됩니다. 여러분께도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영어공부 한다고 여기 저기 소문내십시오. 친구에게 같이 영어공부 하자고 해 보십시오. 서로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눈동자는 좀 더 빛날 것이고, 하루하루 내딛는 여러분의 발걸음은 좀 더 경쾌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앞날엔 좀 더 많은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영어공부,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허남숙
책 읽어주는 사람, 역사학을 전공했으나 역사책보다 문학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스무 살 무렵, 레몽 장의 <책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 ‘책 읽어주는 여자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고,TV 교양프로그램, 어린이프로그램 구성작가로 한동안 일했다. 요즘은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책 읽어주는 친구 엄마, 책 추천하는 이모, 책 읽기를 권하는 동네 언니로 살고 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위즈덤하우스/2017
영어 고수, 30년 독학의 달인 김민식 PD가 알려주는 영어공부 필살기.
어학연수, 회화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30년 동안 영어를 독학해,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고 통역사를 하다 미국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을 만들고 싶어 드라마 PD가 됐다.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하며 스타 PD 반열에 올라선 저자는 자신의 30년 영어 공부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올해 1월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엄청난 호응에 힘입어 3월말 현재 25쇄를 찍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김민식/행간/2012
독서로 인생을 바꾼 사람 김민식 PD가, 사랑하는 청춘에게 그가 살면서 부딪히고 헤쳐 온 인생의 비법을 전한다. MBC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의 인생 역전,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면접의 달인’이 면접관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면접 비법, 미디어 계통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20대가 주목해야 할 것들, 자신의 적성을 찾고 흥미진진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 등 그가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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