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천 냥이면 그 중 태도가 구백 냥
누군가와 처음 대화를 하기 전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한다. ‘무슨 주제를 화두로 던지지?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하지만 대화에서는 메시지보다 오히려 표정이나 제스처, 자세, 태도, 복장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은 발화자發話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사람들은 말보다 이미지를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면접 역시 마찬가지다. 응시자들은 면접 때 나올 예상질문을 미리 생각하고 답변을 준비한 뒤 면접에 임한다. 그러나 면접관에게는 답변 외에 응시자가 면접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까지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평가대상이다. 심지어 작은 손짓 하나만으로도 응시자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한다.
 면접관들의 이런 ‘투시력’을 아는 응시자들은 섣부른 거짓말로 자신의 모습을 과대포장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대개 면접관은 응시자보다 훨씬 먼저 입사해 근무하며 산전수전 다 치른 베테랑이다. 설령 나이차가 얼마 안 나는 면접관이라 해도 동일한 상황에서 비슷한 면접자들을 수십 명씩 겪어본 사람들이다. 게다가 응시자 답변의 빈틈을 꼬치꼬치 파고드는 ‘압박면접’으로 들어가면 이런 거짓말은 금세 들통나고 만다. 프로 배우들도 NG를 수없이 내가며 그 중 가장 자연스런 연기를 카메라에 담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연기는 어떻겠는가.

훌륭한 연사는 입이 아닌 ‘자세’로 말한다
발화에서 메시지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여러분이 일주일 후 많은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한다고 해보자. 강의 직전까지 발표내용을 수정하고 다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예쁜 그릇에 담겨야 식욕을 자극하듯, 강의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할 것인가이다. ‘이 대목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제스처는 어떤 식으로 얼마나 섞어가며 진행할까’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목소리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생각해볼 만하다. 때에 따라서는 의도적 침묵도 청중의 집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청중의 연령, 성별, 강의주제 등에 따라 이런 비언어적 표현의 정도나 종류는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수 있다.
 대화나 발표 등 이른바 소통을 하면서 상대가 마음을 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무엇일까? 바로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존중의 자세다. 팀플 발표를 생각해 보자. 아무리 멋지고 준비가 잘된 발표라도 발표자의 태도가 불손하고 불성실하면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며칠 동안 조원들이 함께 고생하며 준비한 내용들이 다 허사가 될 수도 있다. 토의를 하면서도 조원들의 말보다는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다면, 또는 팔짱을 끼거나 반쯤 누운 자세로 앉아 있다면 효과적인 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은 다른 조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는 곧 그 사람의 사회성과도 연결된다. 수평적 관계의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많은 학교와 달리, 기업에서는 회의나 보고 등 수직적이고 이해관계가 얽힌 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기업들이 집단면접이나 토의면접 등의 방식을 채용과정에 도입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상대에게 ‘나는 지금 당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면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소통의 핵심은 역시 배려와 존중이다. 마음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 마음은 여러분의 복장이나 자세나 눈빛을 통해 저절로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이야기하는 사람 역시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가’ ‘내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가’ 등을 살피기 때문에 마음으로 듣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진실한 마음이 오가는 소통은 단순한 텍스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내 마음의 배려와 존중 지수는 얼마일까?
말로 하는 소통뿐만 아니라 글로 하는 소통에서도 배려와 존중의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을 생각하듯 자소서 등 글을 쓸 때도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거나 듣고 싶은 내용, 상대 입장에서 생각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으로 자신을 가린다면 곧바로 들통날 수밖에 없다. 다듬어지고 가공된, 인위적인 이야기 역시 신뢰를 주지 못한다.
 ‘태도는 과거를 보여주는 도서관, 현재를 말해주는 대변인, 미래를 보여주는 예언자’라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보다는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 자체보다 이미지나 인상이라는 창을 통해 그 사람을 바라보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2월이다. 학생이라면 새학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취준생이라면 2017년 상반기 공채를 목표로 바삐 뛰고 있을 시기다. 마음이 분주해지기 쉽지만 잠시 짬을 내어 내 마음에서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중 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1971년, 미 UCLA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은 ‘대화하는 상대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8%, 표정·눈빛·제스처 등 시각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인데 반해, 대화내용이나 메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 한다. 둘이 말다툼을 하던 중 한쪽이 “그래, 내가 잘못했다고!”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면, 그 사과가 과연 진정성 있게 들릴까.
메라비언의 법칙은 대화를 하면서 말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자세가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의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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