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실효성에 의문 제기

프랑스 근로자들이 업무시간 외 시간에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의 보급에 따라 일과 사생활에 구분이 없는 모바일 환경 속에서 근로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퇴근 후나 주말에도 스마트폰으로 메일 회신 및 메시지 확인 등의 업무가 일반화 되고 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심지어 휴가 중에도 고객과 연락을 하거나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출처=박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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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의 한 통신회사에서 2년 새 35명의 직원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원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쉬지 않고 받아야 하는 업무 이메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사회에서는 근로자들의 일과 사생활 구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약 62%의 근로자들이 퇴근 후 디지털 기기로 회사 업무를 본다고 답했으며, 37%는 매일 그렇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중 12%는 극도의 피로(burnout)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업무관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사생활 존중,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결 차단권’이라는 새로운 법안을 발효했다. 프랑스 노동법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업무 외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통한 업무를 요구할 때 별도의 협상을 수행해야 한다.

사진출처=박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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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에서는 이에 대하여 “프랑스 노동법에 따라 새로 발효된 법안에 의해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휴식시간과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관해 매년 근로자들과 교섭할 의무가 생긴다. 교섭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는 업무용 휴대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거나, 업무 메일에 회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질 것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파리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찰스(32)씨는 “예전부터 프랑스 노동법에 의해 주 35시간 외 업무는 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대부분 대기업의 경우 노조의 영향력으로 35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혹 직원이 자발적으로 40시간 일을 할 경우 반드시 추가로 노동한 만큼의 휴가를 쓰게 되어 있다. 이번 법안은 기업이 비공식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업무시간 외 근무를 시키며 스트레스 주는 것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찬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랑스의 근로자들이 이러한 법과 규정이 없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와, 이 법이 프랑스 노동자들의 업무관련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그 결과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각각 제기 되고 있다.

사진출처=박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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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법안은 기업의 자율적 규제를 강조할 뿐, 법적 조치와 같은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프랑스의 많은 기업들이 정해진 업무 시간 외 회사 이메일 시스템을 차단하는 등 자발적으로 법 시행과 관련한 여러 방법을 고안하고 있어, 향후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켄조(28)씨는 “우리 회사에서도 근로자들의 연결차단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정부의 노력이 회사측에는 일종의 압력장치로 작용해 근로자들의 행복한 근로 환경을 보장해주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파리(프랑스)=박미가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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