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준의 취준진담

‘어떻게 하면 입사할 수 있을까?’ 취업은 우리 청년들에게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기업들도 취준생 못지않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딱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그런 기업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꿰뚫어 풀어주는 김세준 교수의 취업 어드바이스 ‘취준진담’은 취준생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인적성검사가 취업 당락을 좌우한다
기업들의 인재 채용절차는 크게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의 3단계로 이뤄집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많은 취준생들이 힘들어하는 단계가 바로 인적성검사입니다. 인적성은 인성과 직무적성을 합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인성은 무엇이고, 직무적성은 또 무엇일까요?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성격 전반을 뭉뚱그려 ‘인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말하는 인성이란 개개인의 독특한 사회적·심리적 특성이나 태도,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기업마다 추구하는 인성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넘치며, 상사를 존경하며,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뽑고 싶어합니다.
직무적성 검사란 지원자가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어떤 능력을 요구할까요?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분석력과 추진력, 적절한 어휘와 정연한 논리로 무장한 보고서나 PT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능력, 수치자료와 그래프에 숨겨진 의미를 짚어낼 수 있는 수리능력 등 실로 다양한 능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이런 능력들을 평가하는 시험이 바로 직무적성 검사입니다."
 

인적성검사의 원조는 1995년 삼성에서 실시한 삼성직무적성검사SamSung Aptitude Test·SSAT입니다. ‘싸트’라고도 불리는 SSAT는 지원자들이 학력이나 성별 등으로 받는 차별을 철폐하고 입사지원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현재 삼성은 SSAT(지금은 GSAT로 명칭이 바뀜)에서 응시인원 중 90%를 걸러내지만, 처음 시행할 때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업무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SSAT의 비중이 이토록 커진 걸까요? 다년간 SSAT를 실시하는 동안 ‘아, SSA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은 실제 현장에서도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 즉 직무능력이 뛰어나더라’ 하는 경험과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도 앞다투어 인적성검사를 채용절차에 도입한 결과, 지금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물론 웬만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인적성검사를 꼭 치러야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정답도 해설도 없는 시험, 상황판단능력 검사
그렇다면 이 인적성검사에는 어떤 문제가 나올까요? 인적성검사의 대표격인 GSAT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GSAT는 다른 기업의 인적성검사에 비해 과목 수도 많고 분야도 광범위합니다. ‘GSAT 문제집 하나만 갖고 공부해도 웬만한 기업의 인적성검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상단 표 참조). GSAT를 ‘삼성 수능’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GSAT 기출문제집을 살펴보면 여러분이 치렀던 수학능력시험(특히 언어논리, 수리논리 영역)이나 초등학교 때 풀어보았을 법한 IQ테스트(특히 시각적사고 영역)에 나오는 문항들과 비슷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취준생들이 인적성검사에서 골머리를 앓는 분야가 바로 상황판단능력 검사입니다. 실제 직장생활에서 겪을 만한 상황들을 보여주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다른 영역 문제들은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정답과 해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판단능력의 경우, 이렇다 할 정답과 해설이 없습니다. 물론 인적성검사의 주체인 기업들도 정답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럼 상황판단능력 질문의 실제사례를 살펴볼까요?

문제 1. R부장님은 결재절차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결재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업무진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 R부장님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② R부장님이 큰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R부장님을 몰아낸다.
③ 다른 직원 몇몇과 R부장님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④ 직원들 사이에 R부장님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한다.
⑤ 기존의 방식을 따른다.

정답은 몇 번일까요? ①~⑤ 중 100% 정답은 없습니다. ①은 어떨까요? 회사에서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사유가 됩니다. ②,④는 말도 안 되는 선택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가장 좋은 대안은 ‘부장님의 방침이므로 따른다’ 정도가 되겠지만, 보기 가운데 없으니 그나마 ③,⑤가 정답에 가까워 보입니다. 참고로 윗사람이 결재를 했다는 것은, ‘나도 해당문서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으며 잘못될 경우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회사의 마음을 알면 결재절차가 복잡한 것이 마냥 불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 2. 오늘은 여자친구와 사귄 지 1주년이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팀장님이 급히 처리할 업무가 생겼다며 야근을 지시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야근을 한다.
② 야근을 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③ 업무를 동료한테 맡기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④ 여자친구와 저녁을 먹고 와서 야근을 한다.

①은 어떨까요? 일은 하겠지만, 여자친구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하필 특별한 날에 야근을 시키는 팀장님도 본의 아니게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②는요? 당연히 업무에 차질이 생깁니다. ③과 같이 자신의 일을 동료에게 넘긴 채 자기 볼일을 보러 나가는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약속을 미룬다면? 장차 미래의 동반자가 될지도 모를 여자친구가 회사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은 ④번일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서 결정하기보다 팀장님께 묻고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런데 오늘 여친과 1주년이라 저녁 약속이 있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분초를 다툴 만큼 급한 업무가 아니라면, 그리고 꽉 막힌 팀장님이 아니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겁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런데 이 일도 중요하니까 여친과 저녁 먹고 일찍 회사로 들어와주면 안 될까?”

상황판단능력 검사, 이렇게 하면 OK!
여러분이 실제 인적성검사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취준생들에게 상황판단능력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여러분이 상황판단능력에서 쓴 답안이 면접 때 질문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답하셨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둘째, 여러분이 실제로 직장생활을 할 때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기준이 됩니다. 셋째, 상황판단능력은 취준생들 모두가 어려워하는 영역이지만 간단한 요령만 알면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요령이 무엇인지 다음 문제들을 풀면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제 3.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려 놀다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출근시간을 훨씬 넘긴 오전 11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최대한 빨리 출근준비를 해서 회사로 달려간다’라고 대답하면 감점요인이 됩니다. 여러분이 술도 덜 깬 채 회사 배지를 달고 출근한다면,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것입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12시 정도 될 테니 다들 식사를 하러 갔겠지요. 여러분도 점심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지각을 한 데다 출근하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가는 직원이 회사 입장에서는 얄밉게 느껴질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상관은 적절한 지침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마 상관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알았으니 샤워도 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출근해서 오후 업무는 지장이 없도록 하게.”

문제 4. 출근길에 낯선 할머니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출근하면 지각할 것 같다. 어떻게 할까?
회사에 지각할 수는 없으니 할머니를 못 본 체하고 출근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선배라면 그렇게 융통성도 인간미도 없는 후배와 함께 일하고 싶을까요? 일단 119로 구조요청을 하고 상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를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통화를 하면서 ‘할머니를 병원까지 모셔드리고 출근하겠습니다. 그럼 11시쯤 되겠습니다’ 하고 통화를 마친다면 역시 감점이 됩니다. ‘팀장님, 119를 부르긴 했는데 할머니를 모셔드리고 가면 11시쯤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만점짜리 답변입니다. 절대 혼자서 결정하지 마세요. 그것이 신입사원의 자세입니다.

문제 5. 팀장님과 지방출장을 갔는데, 팀장님이 당신에게 일을 맡겨놓고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고 한다. 이 때 당신의 기분은?
아마 배신감을 느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팀장님은 여러분에게 일을 시킬 권한이 있습니다. 일을 맡겼다는 것은 여러분을 믿는다는 증거입니다. 팀장님이 아무리 태만하더라도 여러분이 못 미덥다면 일을 맡기고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팀장님은 친구를 만나서 그 지역의 동향을 조사하는 등 더 큰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팀장님이 그 시간에 뭘 하든 여러분이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그저 팀장님이 지시한 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여러분의 자세입니다.

문제 6. 여러분의 직속선배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나만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른 척 눈감아준다’ ‘사내 감사팀에 조용히 알린다’ ‘직속선배의 상관인 팀장에게 알린다’ 등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동아리 선배가 남는 공금을 몰래 챙긴다면 직접 잘못을 지적하고 남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있겠지만, 회사는 동아리가 아닙니다. 더구나 신입사원인 여러분은 용서를 하고 말고 할 위치가 아닙니다. 감사팀에 알리는 건 어떨까요? 제보를 접수한 감사팀이 조사를 나왔는데, 정작 팀장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정을 전혀 모릅니다. 물론 비리를 저지른 선배는 응분의 처벌을 받겠지만, 팀장님 역시 팀내 사정에 어두운,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팀장님께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용서를 하는 것도, 징계를 내리는 것도 모두 그분의 몫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상황판단능력 검사에 대처하는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하셨을 겁니다. ‘회사나 내 상관이라면 어떻게 결정을 내릴까?’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입니다. 그래도 모르겠거든 먼저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에게 ‘형이나 누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래요?’ 하고 자문을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학점이나 외국어능력, 자격증 등 이력서에 넣을 스펙 몇 가지를 더 준비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고의 틀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취업준비일 것입니다. 취준생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김세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 항공 인사팀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이후 인사 담당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취업 컨설턴트로 변신, 현재 국민대 경력개발센터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취업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많은 대학생들의 해결사이자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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