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돈되지 않은 마음들
우리가 어릴 때 이런 동요를 즐겨 불렀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잘 생각해보세요. 원숭이 엉덩이와 백두산이 어떻게 연결됩니까? 갖다 붙인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원숭이 엉덩이가 사과가 되고, 사과가 기차가 되겠어요? 말이 안되는 얘기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이 그냥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정돈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깊게 사고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각들을 버리지도, 취하지도 못한 채 얼기설기 연결해두고 대충 삽니다. 그래서 삶 속에 원숭이 엉덩이가 백두산이 되는 일들이 생깁니다.

#2 마음에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어느 날, 한 여대생이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주 괜찮은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또 다른 남자가 사랑한다고 프로포즈 해온다면 학생은 어떻게 하겠어요?”
“두 사람과 다 결혼할 수는 없지요.”
“그래요, 한 남자는 결국 버려야 해요. 학생이라면 어떤 남자를 고르겠어요?”
“글쎄요....”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나를 위해 주고 사랑해주고 돌보아줄 사람을 남편으로 택하는 게 맞지 않겠어요? 지금은 똑똑해 보여도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나중에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약간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나를 변함없이 아껴주고 믿어줄 사람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 거예요.”
남편을 선택할 때 여자의 마음에 정확한 기준이 있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삶의 다른 문제들도 기준이 분명하면 해결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자가 두 마음을 품지 않고 한 남자에게 마음을 정하듯이, 우리 마음도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복잡한 상황도 명쾌하게 정돈됩니다.

#3 다양화, 세분화되는 세상에서 마음은 복잡해지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에게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삶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늘 쫓기듯 바쁘기에, 심사숙고해서 결론을 내는 게 아니라 눈앞의 즉흥적인 단상들을 따라가면서 문제들을 풀어가게 만듭니다.
잠시 우리 어머니 시대를 생각해봅니다. 이른 아침 우물가에 가서 물을 길어다가 물통에 부어놓고 불을 때서 밥을 지으셨는데도 어머니는 늘 여유롭게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요즘은 부엌에 수도꼭지가 몇 개씩 있고, 전자레인지와 전기밥솥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주부들은 정신없이 바쁘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취향도 다양해져서 단벌신사는 옛말이고, 신발도 옷도 때와 장소에 따라 착용법이 다른 세상입니다.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부, 상인, 공무원, 교사, 은행원 등 예전엔 단순했는데, 지금은 공식적인 직업이 1만개가 넘습니다. 음악가도 기악, 성악, 관악, 타악 주자가 각각이고, 관악은 다시 금관과 목관으로 나눠지니까 직업이 점점 다양해지고 더불어 사람들의 생각도 더 다양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와 생각을 같이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복잡해서 마음은 쉴 여유가 없습니다. 하루 동안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고맙습니다’를 마음이 아닌 말로 끝내고, 그 고마움을 마음에 오래 간직해두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담긴 진정한 고마움을 마음에 간직해두었다가 다시 되새겨보면 더 행복해지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으로 느끼면 그 사람을 또 만날 생각에 즐거워지고 그것은 다시 기쁨과 감사로 연결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내가 감사를 느낄 때 갖는 마음은 물질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인데,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고마움을 그냥 흘려보내고, 그 고마움을 다시 생각할 때 느낄 감사와 행복도 같이 흘려보내서 우리 마음에는 공허한 욕구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전문화될수록 사고의 영역은 편협해져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많아선지 요즘은 대충 알고 지나가는 것도 많습니다. 축구에 대해서, 그림이나 문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식은 있지만, 정확하게 깊이 들어가면 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예전엔 지식이나 재능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팔방미인, 백과사전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이런 사람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한 분야를 정확히, 제대로 아는 전문가들이 인정받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자기 분야 외엔 정확하게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전에는 의사 한 사람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봤는데 이제 외과,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다 따로 있고, 내과는 다시 신장내과, 혈액종양내과, 호흡기내과 등 그런 세분화된 분야로 나눠지기 때문에 의사라고 해서 다 아는 게 아닌 시대가 됐고, 박사라고 해서 다른 분야도 아는 시대는 아닙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많이 공부해도 지식의 일부를 아는 것이지,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가 정확하게 아는 분야가 있으면 거기에 빠져서, 다른 부분도 잘 안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5 이런 시대에 목사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거기서 동질감을 갖게 됩니다. 이때의 동질감은 취미나 취향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니며 마음의 동질감을 뜻하는데, 생각을 같이하면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매우 고리타분하다고 느낍니다. 사실, 마음의 동질감은 가장 순수하고 고상한 것인데 말입니다.
저는 목사라서 성경과 가까이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신비하게도 말씀 한마디가 제 마음에 와서 반응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마음은 음식, 이성, 쾌락, 돈, 명예 같은 것과 잘 반응하지만, 그런 것들이 마음에 닿을 때와 성경 말씀이 마음에 닿을 때의 느낌은 완연히 다릅니다. 분산된 우리 마음이 성경 말씀과 만나면 말끔히 정돈됩니다. 또, 성경을 읽고 차분히 사고하면 그 안에서 마음의 세계를 발견합니다.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설거지나 청소처럼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 차근차근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삶의 문제가 하나하나 풀려갑니다.
제가 새벽마다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것은 목사여서 그런 게 아닙니다. 오늘이라는 세상을 접하기 전에,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성경 속에서 하나님을 먼저 만나거기에서 오는 마음의 양식과 평화를 얻는 기쁨을 알기 때문입니다.

#6 물질문명은 사고력을 희석시키고
부유한 사람들 중에 생활방식이 건실하고 단출한 사람이 있는 반면, 화려하고 복잡한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얼마를 벌든, 어떤 지위에 있든 삶의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부인은 젊어서 시작한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자 주변에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돈 없는 사람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일들을 감행했습니다. 정상적인 수위보다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일상을 즐겼는데, 돈이 있으니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그런 유혹에 빠져들어 나중엔 삶이 엉기고 복잡해졌습니다.
문제는, 생활이 복잡하면 생각도 같이 복잡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불면증이 생깁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젯밤 잠을 잘잤다면 굉장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수면제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다가 수면제 한 알을 먹으면 두 알, 세 알이 되고 그러다가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게 됩니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술까지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져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죽고 싶은 일을 겪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그냥 죽습니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정돈되어 있는 사람은, ‘내가 지금 죽으면 부모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실까? 동생이 얼마나 슬퍼할까?’를 생각합니다. 나의 죽음이 가족과 주변에 끼칠 영향을 예측한다면 내 맘대로 죽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사려 깊은 판단력은 몰아치는 불행도 피해갈 길을 만들어 줍니다.
오늘날 미국에는 문명을 거부하고 3백 년 전 삶을 고집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아미시 공동체라 불리는 이들은 현대문명과 단절한 채 옛날 그대로의 전통과 삶을 유지합니다. 전등, TV, 냉장고, 전화기, 가스레인지, 헤어드라이기 등 현재 우리가 쓰는 생활가전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남성들은 검정 양복에 긴 턱수염을 기르고, 여성들은 긴 원피스를 입고 마차를 타고 다닙니다. 물질문명이 정신적 여유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옛날 방식을 고집하며 행복하게 산다고 합니다.

#7 사고하면 보이는 마음의 세계
우리가 사는 요즘 시대는 눈에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조용히 생각에 잠길 시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휴대폰은 아주 편리하지만 거기에 장착된 부가 기능이 많아서 우리의 마음을 모두 앗아갑니다. 그런 데에 마음을 빼앗기면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져 감각의 세계 속에서 살게 되고, 나중엔 심오한 마음의 세계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지혜를 맛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호주머니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휴대폰도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가 필요시 용건만 통화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수돗물 아끼는 법부터 가르칩니다. 손에 물을 묻힌 후 수도꼭지를 꼭 잠그고 비누칠을 한 뒤에 다시 수도꼭지를 틀어서 비누거품을 물로 씻어내게 합니다. 수돗물이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런 일로 아이들을 괴롭히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마음을 정돈하고 기준을 정해 사는 법을 배워가면 아이들이 자라서 행복해질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다양화된 사회는 결국 우리의 마음을 불필요한 것들에 끌려가게 만듭니다. 그래서 내 마음인데도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내가 잘 모를 때가 많고, 마음에 넣어둔 것들이 정리되지 않고 마구 뒤엉겨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니 생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나중엔 생각하는 것 자체를 꺼립니다.
물질문명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마음세계를 잃어버리고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깊게 생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의 일상생활부터 단순하게 정리해보세요. 마음이 같이 정돈되면서 사고력도 좋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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