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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제 어려움에 도전고교생에게 진로 멘토링 하는 대학생 양하경
고은비 캠퍼스 리포터 | 승인 2016.10.19 16:08

만약 한국 학생들이 인도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깊게 사고하는 마음’을,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마음’을 배우고, 또 그들에게 한국인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의 마인드’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인도, 아프리카, 한국 학생 모두의 마음이 함께 성숙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화와 언어를 넘어 마음을 교류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양하경 씨. 자신도 아프리카 학생들과 인도 학생들로부터 많은 마인드를 배워 왔다고 말한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들어보았다.

양하경
13살때 부모님을 따라 아프리카로 떠나 남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에서 마주해야하는 낯선 환경과 언어장벽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들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어려움을 통해 강인한 마음을 얻은 그녀는 취업을 위한 대학을 넘어 학생들의 인생을 가꿔주고 발전시켜주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을 앞두고 진로 멘토링 봉사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얻은 마음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지능지수 IQ, 감성지수 EQ보다 역경지수 AQ가 높은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란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겪었느냐가 아닌, 역경을 만났을 때 얼마나 잘 회복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를테면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력이라 하겠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좌절과 절망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시련을 극복해내 새로운 기회로 삼을 것이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다. 여기 소개하는 양하경 씨는 아프리카라는 낯선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통해 절제와 소통하는 법을 터득했다. 어려움을 긍정의 힘으로 바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그녀는 ‘역경지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당찬 여대생이다.

아프리카에서 맛본 새로운 세계
하경 씨의 부모님은 전 세계를 다니며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선교사다. 하경 씨는 13살에 부모님과 아프리카로 갔다. “출발한 비행기 안에서 엄마에게 다시 돌아가자고 떼를 썼던 일이 아직도 기억나요. 당시 아프리카는 맹수들이 뛰어다니는 밀림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평범한 한국학생으로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그녀가 중학교를 다닌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이다. 365일 중 100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끊어진 수돗물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눈 감고 상상했던 아프리카의 모습 그대로였다.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 도착해 하경 씨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냉장고 어디 있어?’였다. 선교사는 현지인들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니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가전용품은 꿈도 꿀 수 없는 사치품이었다. 그렇게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한동안을 지냈다.
 아프리카는 환경이 원래 열악해서이기도 하지만, 하경 씨의 부모님은 일부러 딸에게 절제하는 습관을 키워주려고 했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하경 씨는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고아원과 빈민가의 학교 등을 오가며 봉사하고 집안일을 도왔다. 용돈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어머니는 밥 세끼 외에는 어떤 간식도 주시지 않았다. 어쩌다 빵집 앞을 지나갈 때 하염없이 빵만 바라보며 군침만 흘렸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중 아무것도 해주시지 않는 부모님이 야속하기만 했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못했던 그때 삶이 지금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었거든요.”
아프리카에서 공립학교에 입학한 하경 씨는 현지어 실력이 모자라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했다. 그런 자기를 다들 무시할 것 같아서 하경 씨는 친구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동양인을 처음 보았다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신기하게 쳐다보아도 절대 그들과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서 1년을 보낸 후, 하경 씨는 어떤 발전도 변화도 없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혼자 지내는 것이 결국 나를 폐쇄적으로 만드는 길이었어요.”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서 옆 친구에게 처음 했던 말이 ‘연필 한 자루 빌려줄 수있니?’였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수업내용이나 공지사항 중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친구들은 하경 씨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영어, 불어 발음도 하나씩 가르쳐 주었다.
친구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아프리카 생활에 적응해간 그녀는 중학교 때는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학창시절에서 ‘공부를 잘 못하는 것’ ‘가난한 것’처럼 내가 어려워하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현재 내 모습과 상황을 인정하고 나니 그 뒤로는 어떤 문제도 두렵거나 불만스럽지 않았어요.”

현재 인도에서 선교사로 일하시는 부모님, 언니와 함께.
케냐 교수님들과 함께
스위스에 갔을 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며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
인도에서는 3개 대학을 돌며 마인드 강연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어려움들과 마주하다
하경 씨가 아프리카서 마주했던 많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꿈 덕분이었다. 하경 씨는 부모님을 따라 봉사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교육 관계자나 정부의 교육행정 담당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경 씨는 그들을 보면서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춘 대학의 총장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해보았다. 궁핍한 생활도 해봤고, 친구관계도 좋아졌고, 공부의 어려움도 극복해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렵, 혼자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어려움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체력이 약해서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와 같은 풍토병에 자주 걸렸던 것이다. 장티푸스에 한 번 걸릴 때마다 4킬로그램씩 체중이 빠지는 자신을 보며 종종 ‘이런 체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싶어서 낙담했다.
하경 씨의 학창시절은 부모님의 선교지 이동을 따라 전학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는 케냐에서, 중고등학교는 말라위에서 다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각각 다른 곳에서 다니다보니 제대로 된 졸업증명서 한 장 없었다. 영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많은 아프리카 고교생들의 꿈이다. 하경 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비싼 학비 때문에 케냐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하면서 많은 방황을 했다. “마음에 좌절이 찾아왔습니다. 제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었습니다.”

포기하려던 꿈을 일깨워준 어느 특별한 하루
꿈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그녀의 꿈을 일깨워준 일이 생겼다. “아버지는 영화 ‘얼라이브Alive’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셨는데 대학교 진학 후 바쁜 일상을 보내며 잊은 채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강연 통역 봉사를 하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얼라이브’의 실제주인공인 안토니오 비진틴Antonio Vizintin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얼라이브’는 1972년 우루과이 대학 럭비팀을 태운 비행기가 해발 4,000m 안데스 산맥 설산 위에 추락하면서 조난을 당한 16명이 72일 만에 구조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극심한 추위와 인육을 먹는 고통, 사고의 후유증까지 겪은 생존자들은 잔인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 기억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죽었고,그로부터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 추락과 잔존의 경험은 나에게 무엇보다도 더욱 참혹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 그러나 나는 이 기억으로 더욱 강인해졌으며, 나의 삶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충분하게, 신중하게, 그러나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나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실패와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고 이후로 이들은 의사, 변호사, 기업가 등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에 올라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날의 강연은 그전과 전혀 다르게 하경 씨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저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구나! 그런데 나는 왜 그토록 힘들어하고 좌절했지?’ 그녀는 궁금해졌다. ‘제대로 된 배경도 학벌도 없었던 그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극한 어려움을 당하면서 만들어진 그들의
‘강인한 마인드’가 그 원동력이라는 게 하경 씨가 찾아낸 답이었다. 하경 씨는 큰 힘을 얻었다. ‘내가 왜 스펙에만 매달리고 있었을까. 저들은 강인한 마인드 하나로 리더가 되었잖아. 나도 충분히 가능해!’ 하경 씨는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인 ‘강인한 마인드’가 자신에게도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아프리카의 어려운 형편을 통해 자제력을 배웠고, 마음을 열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질병에 자주 시달리면서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죠. 그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니까 내가 경험했던 아프리카, 그간 겪었던 고통들이 다 감사할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는 활기를 되찾았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인생과 마음을 가꿔주는 대학총장을 꿈꾸며
2012년 하경 씨는 부모님과의 의논한 끝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풍토병을 치료하고 또 대학교 편입을 준비하는 동안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학생들이 마음에 스트레스가 많고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모른 채 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단 한국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프리카 외에 인도, 유럽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고등학생,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많은 지식과 이론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며 욕구는 어떻게 절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한번은 인도에 갔을 때, 한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공부는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요. 제 마음의 복잡한 감정들이나 욕구들은 어떻게 다스리나요?’ 기존의 교육이 이런 부분에 실질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전 세계 어디나 유사한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제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교육체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취업만을 위한 학교가 아닌 학생들의 인생과 마음을 가꿔주고 발전시켜주는 대학교를 설립하고 싶어요.”
그녀는 ‘교류’를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고, 다른 마인드를 접할 때 마음이 커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을 위해 ‘전 세계 대학생들을 잇는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만약 한국 학생들이 인도 학생들에게는 ‘철학적으로, 깊게 사고하는 마음’을, 아프리카 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마음’을 배우고 우리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의 마인드’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요? 인도, 아프리카, 한국 학생들의 마음이 함께 성숙하고,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올여름 서울에서 제32회 한·아세안 교육자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1천여 명의 국내외 교육계 인사들은 ‘인성교육, 세계시민교육’의 실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가치 중 ‘교육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자의 역할은 단순히 학문과 지식만 전달하는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교육자들이 몸소 배우고 터득한 마인드를 학생들에게 전수해 준다면 그것만큼 쉽고 즐거운 인성교육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경 씨는 그런 점에서 자신이 큰 행운아라고 말한다.
“멘토링을 할 때면 저는 특별한 이야기 대신 항상 제 경험을 들려줘요. 그때마다 학생들의 마음이 바뀌어서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해요. 이런 말을 들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녀는 현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이다. 졸업반이라 인턴 활동, 스터디 그룹 등으로 한창 바쁘지만 그녀는 청소년들을 만나며 진로 멘토 봉사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과 소통하며 사는 하경 씨는 매일같이 학생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공부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어려운 일, 힘든 일에 도전해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이 진짜 중요한 거야.”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삶을 통해 배운 마음들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고은비 캠퍼스 리포터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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